무엇보다 많이 당황했습니다.
선의로 했지만 이렇게 지적받고 야단맞고 나서 '내가 이렇게 큰 잘못을 했나?' 라고 고민을 심각하게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한 행동이 "너는 일한게 이만큼이니까 이만큼 받아라 ㅋㅋㅋ" 라고 보였다는게 너무 슬픕니다.
"일한 만큼 ㅋㅋㅋㅋㅋㅋㅋ" 라는건 그냥 분위기 부드럽게 우스갯소리를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의해서 오랫동안 연설한 사람이 돈을 많이 가져가야 한다." 라는 생각이나
"저기서 발언 짧게 하는 사람들은 일 못하는 국회의원이 아니다." 라는 생각은 추호도 한 적이 없습니다.
원래 계획은 이번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님들 모두에게 후원금을 드릴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쓸 수 있는 돈도 한계가 있고, 그러다보니 제 짧은 머리로 생각해 낸게
전체 금액을 n/1로 나눠서 하신 분들께 지원하는 것을 생각했던 것입니다.
시간만큼 후원한다는건 그 와중에 제 짧은 머리로 생각한 알량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지금 시간가지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세살 먹은 아이도 알고 있는 거죠.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1등 먹기 시간싸움을 하는 것이 아님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저는 '너는 몇시간, 너는 몇시간, 일한만큼 받아라ㅋㅋㅋ' 라고 하는 무례하고 개념없는 인간이 되어버렸네요.
제 몇푼 안되는 후원금을 받기 위해서 의원들이 일을 더 할 것도 아니죠.
만에 하나 제가 시간당 10억씩을 드릴 수 있었으면 얘기는 달라졌겠지만 제 푼돈 만원, 이만원이 그분들께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습니까?
제 한두푼 되는 돈이 몇시간을 저렇게 국회에 서서 일하시는 분의 노고에 1g도 보상이 되지 못하리라는걸 뼈저리게 알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한 행동이었습니다.
실제 해보면 아시겠지만 이 정치후원금센터에서 정치인에게 후원을 하려면 건별로 실명확인과 개인정보 입력,
그리고 결재를 다 따로따로 한번씩 해야 해서 여간 불편한게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후원을 했던 건 그런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을 위해, 저를 위해 이렇게 고생하시는 분들께 후원하겠다라는 생각이
'알만한 사람이 왜 그러냐' '왜 그걸 이런 식으로 유머를 하냐' 라는 날선 비판을 받다 보니 많이 당황스럽네요.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았습니다.
지적을 충분히 받아들여서 어제 차등을 두어서 지급했던 모든 의원님들께 차액을 추가로 후원해서 동일한 금액으로 맞췄습니다.
또한 제 선의가 누군가에게 '일한 만큼만 받아가라' 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였습니다.
시간만큼 후원하는게 문제가 된다면, 딴때엔 가만 있다가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다고 후원하는 것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고생하시는 의원님들께 무례한 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주제넘는 일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