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 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 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 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 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힘들때 정말 위로가 많이 되었던 시에요. 쓰고 쓰고 또 써보고..^^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이 문장을 제일 좋아해요.
내 목소리가 들리나 싶을정도로 혼자가 되었을때 아무도 그무엇도 나를 위로해주지 못할때 외로울때
이 시를 꺼내서 보고 보고 또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