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전 70주년..무덤에서 깨어나는 일제의 괴(怪)무기들
SBS | 김태훈 기자 | 입력 2015.08.16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국가를 꿈꾸는 일본. 패전 70주년을 맞아 노골적으로 2차 대전 일본 군국주의 상징과도 같은 괴(怪)무기들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일본이 화려했던 과거의 향수를 음미한다고 양해하기엔 그 무기들이 한 짓과 하려고 했던 짓들이 흉측합니다. 보통 국가가 되고 싶다며 군국주의의 흉기를 그리워하는 모양새가 몹시 수상합니다.
잠수함이기도 하고 항공모함이기도 한 잠수(潛水)항모(航母) '이(伊)-402', 진주만 공격의 선봉 '제로센(零戰)'. 수장된 잠수항모를 굳이 찾아내 영상을 공개하고, 제로센은 아예 복원해서 하늘에 띄울 태세입니다. 군군주의 신드롬을 일으켜 어찌 하자는 걸까요?
● 희대의 잠수항모 '이-402'
일본 매체들은 이달 초 나가사키의 고토섬 앞바다에서 2차 대전 당시 세계 최대의 잠수함이었던 이-402를 찾아냈다고 보도했습니다. 닛테레(일본 TV)의 취재진이 수심 200m 해저에서 120m 길이의 3단 구조 침몰선을 찍은 수중 카메라 영상과 초음파 이미지를 공개했습니다. 잠수함 선체 상단에 전투기 격납고가 있는 이-402의 구조와 똑같고 특히 전투기를 잠수함에 넣고 뺄 때 사용하는 레일도 드러나 이-402라며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기상천외의 잠수 항모를 일제는 3척 만들었습니다. 이-400, 이-401, 이-402입니다. 1944년 12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순차적으로 건조했습니다. '세이란'이란 명칭의 수상 공격기 3대를 탑재해 잠항하다가 미국의 동해안과 파나마 운하를 공격할 계획이었습니다.
다행히 갓 작전에 투입되자 일본이 패전해서 제 역할을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400과 401, 402는 미군에 접수돼 하와이 앞바다와 일본 먼 바다에서 수장됐습니다. 물고기 집이 돼 잊혀지던 괴 잠수함이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
● 8월 비행을 꿈꾸는 제로센
제로센은 태평양 전쟁 개전 초기 미군과 연합군을 떨게 만든 일본 군국주의 상징과도 같은 전투기입니다. 기체의 무게를 극도로 줄이고 속도와 가속력, 선회 능력을 극대화했습니다. 연합군 공군은 꼬리 물기 싸움인 공중 근접전에서 재빠른 제로센을 따라잡기는커녕 뒤를 내주기 일쑤였습니다. 미 공군 F-4U와 F-6F가 등장하기 까지는 태평양 하늘의 제왕 자리를 지켰습니다.
일본 극우세력들이 뉴질랜드에서 제로센을 찾아내 2년 전부터 복원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일본 민간 우익 동호회원들이 시작한 일에 일본 방위성과 자위대가 가세해 이제는 군의 공식 사업이 됐습니다. 직접 복원을 맡은 회사는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입업니다. 복원한 제로센은 현재 해상자위대의 기지에 보관돼 있습니다.
일본은 패전 70주년의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로 제로센의 비행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번 달입니다. 활주로를 박차 오르는 제로센을 머지않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잠수 항모 이-402도 찾았으니 곧 건져내 복원할지 모를 일입니다. 일본 군국주의 유령들이 깨어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