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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줍는 어르신..
게시물ID : gomin_8972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기고기
추천 : 11
조회수 : 541회
댓글수 : 69개
등록시간 : 2013/11/09 14:01:36
아침 출근길, 신호대기 중에 길가 옆 마트에서

폐지줍는 어르신을 보았다.


나는 6시30분이면 어김없이 출근길에 나서는데,

이른시간인데도 그 어르신의 손수레에는

가지각색의 많은 폐지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얼마나 일찍부터 저것들을 모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 불현듯 아주 오래된 일이

하나 떠올랐다.


내가 스무살때, 그러니까 갓 대학에 입학했을때

일이다.


자동차를 유난히 좋아했던 나는 알바한 돈과

부모님의 도움으로 작은 중고차 한대를 구입했다.

첫차인만큼 애지중지하며 타고 다녔는데..


어느날 좁은 골목길을 지나던 중 차 뒤쪽에서

'두두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얼른 내려서 확인해보니..


백발이 가득하시고 피부는 검게 그을린 깡마른

할아버지께서 본인 몸집에 두세배는 될듯한

리어카를 손에 잡으신채 상기된 표정으로

어쩔줄 몰라하며 계셨다.


자세히 살펴보니 리어카 외부로 빠져나온 고철에

긁혀 차 페인트가 길게 벗겨진 것.


나 역시 어찌할바를 모르고 멍하니 있었는데


그때,


할아버지께선 주머니에 꼬깃꼬깃한 천원짜리

지폐 몇장을 꺼내어 내미시고는...


"선생님, 제가 가진게 이것뿐이라..."


하시며 말끝을 흐리셨다.


난 순간 망치로 가슴을 세게 맞은것 처럼

강한 먹먹함이 느껴졌다.


'저 돈을 벌기위해 이 무거운 수레를 얼마나

끄셨을까..'

'보잘것 없는 내차가 뭐라고 손자뻘인 나에게

높임을 하며 죄인같은 표정을 지으실까'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좋지않아진 난

신경쓰지 마시고 조심히 가시란 말만 남기고

황급히 집으로 향했다.

...

...

그때 기억이 1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또렷하게 남았는지..
 
또 다시 내 마음을 가라앉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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