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보직을 저런놈들한테? 그것도 아깝죠

유해발굴단 지원 (여름,가을 지원) 부대에 근무했던 사람입니다.

최후 저지선이였다는 대구 쪽 이였구요
새벽에 차량 탑승하여 꾸벅꾸벅 졸면서 삽, 곡괭이, 점심/저녁(주먹밥) 물, 기타 간식
챙겨서 60도 70도(체감상) 가까이 되는 경사를 무거운 짐과 전투화를 끌며  산에 올라갑니다.

예전에는 산근처에 진지 구축했었다고 맨날 산만 탑니다
땅 팝니다.

과학적 근거는 솔직히 없어 보여요
움푹 패인데, 혹은 구덩이가 파져 있는곳, 위주로 삽질 시작합니다.
주로 그런데는 뱀들이 , 벌레들이 많이 있더라구요

저도 3번 물렸습니다.

지정해준곳은 돌이 있어도 파고 내려갑니다.
돌을 깨지 않으면 지정해준곳 삽질이 제대로 안되어
깨는게 속편합니다.

탄피 나오기 시작합니다.
인솔자 중대장님이 쉬는 시간이랍니다.
파던 구덩이에 푹 주저앉으니 온몸이 땀에젖어
흙이랑 섞여 전투복에는 진흙이 되어 있네요

하 갑자기 산 날씨가 거지같습니다.
아침 쉬는쉬간인데 비가 좀 내리네요
그래도 비맞으며 삽질합니다.
몸은 어차피 젖어 있으니
땅이라도 쉽게 파지게 만들어 주는 비가 고맙습니다.

2m , 4m 사각형 깊이 1.5m 까지는 파야 됩니다.
근처에 나무가 있는게 고맙네요
더 넓게 안파도 되니까요

중대장이 줄자를 가지고 다니면서 깊이를 재봅니다.
다음으로 넘어가라네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다른곳 파다가 전투화가 나옵니다.
긴장되기 시작합니다.

전투화가 있다는건 시신이 있을확률이 크거든요
그때부턴 호미를 들고 작업합니다.
전투화를 꺼내 확인해보니 다행인지 불행인건지
뼈가 없습니다.

그래도 일단 보고는 합니다.
중대장님, 유해발굴단이 와서 확인을합니다.

10m 10m 가량 무작위로 파기 시작합니다.
깊이가 어느정도 되었다 싶으면 다시 호미를 들고 땅을 팝니다.
(땅속에 묻혀있던 뼈는 썩은 나무들이랑 비슷하게 보여 잘 골라내야되기 때문에
호미로 작업합니다. )

멀지않은곳에 뼈가 발견되었고 그 순간 유해발굴단이 땅을 파고, 정리하고
유해를 수습합니다.

전 빠져나와 다른곳을 또 파기 시작합니다.

5시쯤 마무리되며 뼈를 수습한 상자에 태극기를 감고
잠시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가지는 시간을 잠시 갖습니다.
하루종일 땅파며 다들 씨발 씨발 , 군대 좆같다, 내가 왜 이런거 해야되지
했었지만 그 작은 상자에 수습되는 유해와 군번줄(발견되면 유해로 쳐줍니다)
혹은 유품들을 보면 실감이 납니다

정말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건 분들이 있었다는거요

그 잠깐의 묵념 시간에는 경건해집니다.

제가 땅을 파며 수습한 분은 6분 정도 됩니다.
군번줄도 1분으로 칩니다.
적어도 가족에게 소식을 전할수 있으니까요

아깝다는 표현을 보니까 뭔가 편해보인다는 뉘앙스가 보여서 좀 경험했던 일을
적어봤습니다. 그런 뉘앙스로 적으신게 아니였으면 하네요

병역 거부하는 애들 대체 복무 방안 논의하는데
갑자기 여성 징병 얘기는 왜 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