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삼두구미(三頭九尾)는 제주도 설화에 등장하는 괴물로 머리가 셋이고 꼬리가 아홉인 괴물이다. 삼두구미는 무덤의 시신을 파먹는 괴물로, 시신을 이장할 때는 삼두구미 귀신이 옮긴 무덤을 알지 못하도록 달걀과 무쇠 덩이를 묻고, 무덤 위에 버드나무를 꽂아둔다. 땅 위의 것들 중에서 삼두구미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들이면서, 삼두구미를 죽일 수 있는 힘을 갖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삼두구미라는 이름은 구미호에서 유래한 듯 하다. 예부터 여우는 무덤에 묻힌 시신을 파먹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중 꼬리가 아홉이라는 구미호는 영악하고 둔갑술이 뛰어난 요물로 알려졌다. 본토에서 무덤을 파먹는다고 알려진 구미호가 제주도에서는 삼두구미라는 이름으로 변한 것이다. 그러나 시신을 훼손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며, 특히 제주도의 삼두구미는 머리가 셋이라는 점이 더해져서 독특한 몬스터 캐릭터를 이루고 있다.
원텍스트 요약
터주나라 터주골에 삼두구미라는 귀신이 살고 있었다. 그는 딸 만 셋인 가난한 나무꾼을 찾아가 돈을 주고 큰딸을 사왔다. 삼두구미는 큰딸을 데리고 산 속 커다란 기와집으로 가서는 자신의 두 다리를 뽑아 주며, 돌아올 때까지 그것을 다 먹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하고 사라졌다. 큰딸은 다리를 마루 밑에 감췄는데, 노인이 돌아와서 다리의 이름을 부르자 다리가 대답을 하는 바람에 들켜 죽음을 당했다. 삼두구미는 다시 나무꾼에게 가서 둘째딸을 데리고 왔다. 둘째딸도 다리를 먹지 않아서 죽음을 당했다. 다시 셋째 딸을 데리고 왔는데, 셋째 딸은 다리를 삶아서 뼈를 배에 두르고 있어서 삼두구미의 신임을 얻었다. 셋째 딸은 삼두구미가 싫어하는 달걀, 버드나무, 무쇠 덩이를 구해 삼두구미를 퇴치하고 언니들의 뼈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 아버지와 행복하게 살았다.
출처 : 진성기 〈삼두구미본풀이〉《제주도무가본풀이사전》 민속원 1991 646-650면.
설화 분석 및 상징적 의미
제주도 전승 설화 가운데에는 풍수설화의 비중이 유달리 높다. 그만큼 제주도인들은 풍수사상을 강하게 믿고 있다. 무덤을 쓴 후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묘를 잘 못 써서 그렇다고 여기고 이장을 한다. 묘를 쓴 후 집안 형편이 나아지거나 자손들이 출세를 하는 등의 기대한 만큼의 변화가 없어도 그 터가 별달리 좋은 자리가 아니라고 여겨 묘를 이장한다.
제주도에서 묘를 이장하는 것을 ‘철리한다’고 한다. 철리할 때 삼두구미를 의식한 여러 절차들이 있다. 삼두구미는 묘지를 차지하는 신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먼저 묘를 옮기기 전에 삼두구미 토신님께 ‘옥황에 올라가십사'하는 내용의 축을 묘 앞에서 고한다. 그래서 이 삼두구미 토신이 옥황 앞에 올라가 버린 사이에 묘를 파고 유골을 칠성판 위에 차례대로 놓아 솜종이를 덮고 삼베끈으로 열두 군데를 묶고 옮긴다. 그리고 본래 시신이 있었던 자리에는 달걀 세 개와, 무쇠 조각 세 개를 묻는다. 그리고 흙을 덮은 다음, 위에는 버드나무 한 가지를 꺾어다가 심는다. 이렇게 하고서 유골은 그 묘자리로부터 100보 밖으로 몰래 멀찌감치 운구해 가서 성복제를 지낸다. 이러한 성복제는 반드시 유골을 100보 밖에 옮겨가서 지내야만 후탈이 없고, 만약 그렇지 못했을 때는 그 상주가 '삼두구미' 토신에게 죽임을 당한다고 믿어진다.
삼두구미 토신은 유골을 백보밖에 운구해 가버린 후에 하늘 옥황에서 내려온다. 그리고 유골이 없어진 것을 알고 당황하며 찾으려고 한다. 삼두구미는 먼저 그곳에 심어진 버드나무에게 ‘여기 유골이 어디 갔느냐?’고 묻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버드나무는 모른다고 뻣뻣하게 대답한다. 그러면 다음에는 무쇠에게 묻는다. 무쇠도 역시 모른다는 대답으로 ‘먹먹 한다.’는 것이다. 다시 달걀에게 물으면, 달걀은 ‘나는 코도 없고, 눈도 없고, 입도 없고, 귀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몸이라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면 삼두구미 토신도 도리 없이 인간에게 조화를 부릴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이것으로 보아 삼두구미는 무덤과 무덤의 시신을 차지하는 토신(土神)이다. 이러한 신격이 존재하는 것은 제주도에서 풍수사상을 중시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 본토에는 없는 무덤과 시신을 차지하는 신격이 제주도에만 존재하는 것은 그만큼 무덤을 중시했다는 것이고, 이는 무덤이 후손들의 흉복(凶福)을 좌우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토신은 흔히 생각되는 선한 신은 아니다. 삼두구미를 ‘토신(土神)’이라고 신격(神格)으로 높이는 것은, 비록 악신(惡神)이지만 이 신을 높여주고 대접함으로써 신의 악행을 저지할 수 있다고 여겨서이다. 즉, 무속에서의 신은 ‘받으면 받은 값, 먹으면 먹은 값’을 한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본토에서는 무덤을 훼손하고 시신을 파먹는 것이 구미호라고 여겨졌다. 꼬리가 아홉 달린 구미호는 무덤을 훼손해서 부장품을 꺼내거나 시신을 훼손한다고 믿어졌으므로 많은 설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이 구미호는 삼두구미의 이름 및 생김새와 관련이 있다. 삼두구미의 ‘구미(九尾)’는 꼬리가 아홉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구미호가 제주도에서는 머리 셋에 꼬리 아홉인 삼두구미로 나타나서 지역적 특징을 보여준다. 또 본토의 구미호가 주로 여성으로 변신하는 것에 비해, 제주의 삼두구미는 머리가 흰 영감으로 변신한다. 제주도 사람들은 무덤 및 시체를 훼손하는 존재를 삼두구미라는 독특한 형태의 신격으로 재창조한 것이다.
삼두구미가 사는 곳은 땅 속이지만, 실제 그곳으로 가는 방법은 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즉 수평적인 이동을 통해 수직적 공간인 지하로 들어가는 것이다.
사람을 땅 속으로 데려간 괴물은 자신과 함께 살려면 사람의 다리를 먹어야 한다고 강요한다.
즉 자신과 같은 식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한 문화권에 속한다는 말이고, 이는 곧 데려간 여인이 삼두구미와 같은 괴물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거부한 여인들은 죽음을 당한다. 집안에는 삼두구미에게 죽임을 당한 언니들이 있다. 곧 삼두구미의 처소는 사람들의 무덤인 것이다.
그러므로 삼두구미가 여자를 땅 속으로 데려간다는 것은 죽은 육신을 땅 속으로 인도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전통적으로 혼(魂)은 하늘로 가고, 백(魄)은 땅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백을 인도하는 신격이 바로 삼두구미이다. 이런 삼두구미는 민간에서 설화로 전승되는 〈와라진 귀신〉설화와 그 성격과 내용이 일치한다.
참고문헌
진성기 〈삼두구미본풀이〉《제주도무가본풀이사전》 민속원 1991.
강권용 〈제주도 특수본풀이 연구〉 경기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2.
출처 : Kocca 문화콘텐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