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하고 든 전화기를 떨어뜨렸다. 이른 아침 대학생 딸이 20m아래 차디찬 한강바닥으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일년 전 남편을 잃은 어머니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유품을 정리하다 또 한번 통곡을 했다. 선생님을 꿈꾸던 딸의 일기장에 ‘14가지 소원’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결심했다. ‘그래. 편히 쉬거라. 네 꿈은 엄마가 이루마’
보상금 2억5천만원으로 장학기금을 만들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한 신학대학생이 11명의 노인들을 돌보는 ‘작은 손길 공동체’를 만들었다. 아버지가 근무하던 군부대에 무쏘차 이동도서관이 만들어졌다. 결혼한 남동생은 한 아이를 입양하기로 했다. 모두 10년 전 딸의 일기장에 적혀 있던 내용이다. ‘장학금을 만든다, 이동도서관을 강원도에 만든다, 복지마을을 만든다, 한 명 이상을 입양한다, 맹인(시각장애인)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 매년 이맘 때면 자신을 위로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딸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 세상에 사랑이 이어지고 있으니, 우리 딸은 아직 살아 있는 것이랍니다.” 2004.10.26 ⓒScience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