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닥에 떨어진 것은 모두 나의 것!
~제주도에서 등장한 욕심쟁이 수달요괴~
도근달구1는 이원진2이 기록한 탐라지에 등장하는 수달괴물로, 도근천3에서만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그 근처의 환경이 이 요괴에게 가장 적합한 것으로 생각된다. 도근천 근처에서 전해지는 전설에 따르면 도근달구는 실제로는 월대천이라고 부르는 강에 서식하는데, 도근천과 외도천이 합류하는 지역이고, 바닷물이 유입되어 수량이 많아 숨기가 좋아 수달 같이 생긴 이 요괴가 살아가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월대천에 둥지를 틀고 도근천까지 거슬러 올라가 활동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이 요괴는 보통의 수달보다도 물 속에 오래 있을 수 있는데 아마도 보통의 수달과는 달리 아가미 같은 물 속에서도 호흡할 수 있는 기관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물 속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는 것으로 보아 물 속에 둥지를 만들 것으로 짐작된다.
도근달구는 보물이나 보석 따위의 값진 물건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데, 물 속을 헤엄치며 인간이 빠트린 물건 등을 주워 자신의 집으로 가져와 쌓아둔다4. 이렇게 모은 물건들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모르나, 생존에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호기심이나 기호의 영향으로 보인다.5
~사람을 골려먹기를 좋아하는 개구쟁이~
사람들이 유일하게 알아낸 수집한 물건들의 용도는 바로 사람을 골려먹는 것이다. 근처에 사람이 지나가면, 이 요괴는 자신의 수집물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는데, 이 물건에 혹하여 다가가게 되면 깊은 물 속으로 순식간에 숨어들어 공짜로 값진 물건을 얻으려던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젖어 무거워진 옷을 입은 채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6.
도근달구의 이러한 행동의 이유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여러가지 설이 존재한다. 사람들을 골려먹기 위해 일부러 수집물을 가지고 나온다는 설이 힘을 받고 있으나, 수집물을 씻거나 모으는 과정에서 인간의 눈에 띄어 놀라 도망친다는 설 역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유가 어떻건 간에, 도근달구가 하는 행동에서 공짜 밥은 없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7.
~수달 없는 수달 서식지?~
현재 제주도의 도근천에는 수달이 살지 않는다. 도근천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하천에서도 눈에 띄게 사라졌음을 쉽게 눈치챌 수가 있을 것이다. 고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수달의 기록이 무색하게 된 작금의 상황이 안타까울뿐이다.
수달의 가죽은 방수성이 뛰어난 고급 모피로 취급받는다. 따라서 수달은 밀렵의 대상으로 언제나 위협받아왔고, 최근 사냥 기술의 발달로 그 수가 급감했다. 덕분에 수달을 멸종위기동물로 지정되어 보호 받고 있지만, 예전처럼 수가 다시 늘어나기 위해선 엄청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제주도의 도근천에 다시 수달이 살게 될 날이 오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출처 : 은여우 공작소
[출처] [한국 요괴 대사전] 001. 도근달구|작성자 은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