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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문득 경주가 가고 싶어서 다녀왔어요.
게시물ID : gomin_8990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부우의초콜릿
추천 : 1
조회수 : 50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11/11 00:43:12
 헤어진지 이제 2달이 다되어가네요. 긴 시간의 연애가 무색할만큼 빠르게 잊혀지는 감정들이 안타까웠지만 내가 살기 위해선 그게 올바른 거라고 생각되

더군요.

오늘 아침 대구의 하늘은 완벽한 가을하늘이었어요. 구름 한 점없이. 노란 단풍이 길거리마다 있어서 기분이 좋더라구요.

문득 어디론가 가고 싶다는 생각에 주머니에 만원을 만지작 거리며 어디갈까 고민한 끝에 경주로 정했습니다. 거기는 무궁화호 왕복 만원이거든요 ㅋㅋ

3시 15분 차를 기다리며 동대구역 앞에 성일스님의 자선공연을 보며 와 노래 잘하신다 감탄도 하고 역전을 지나다니는 분들(여자분들!!)의 미모에 감탄하며

2시 30분에 도착한 저는 빙글빙글 동대구역을 돌아다녔습니다.

무궁화호의 느린 완행의 느낌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도착한 경주역에는 8년전 20살때와 같은 정취를 저에게 주더군요.

경주역만의 여유로움 옛 것 같으면서도 아닌 듯한 좋은 느낌. 

경주를 많이 가보긴 했지만. 항상 누군가와 함께였었기 때문에 역 바로 앞에 시장을 살펴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오늘은 하루 종일 경주역 앞 시장을

돌고돌고 했습니다. 마치 홍상수 감독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에 혼자 즐겁더라구요.

왕릉인지 귀족릉인지 머시긴지 모를 커다란 무덤이 나올 땐 우와 진짜 크다 그러면서 혼자 육성으로 소리내곤 민망해서 주위를 둘러보고 ㅋㅋ

사진을 찍는 것도 왠지 나를 누가 보는거 같아 부끄럽게 찍고. 밥 먹기 전에 돌아다니다가 가방 만원! 적혀있는 짱가방에 들어가 가방을 샀는데

아직 살을 다 못 빼서 가방이 무슨 거북이 등껍질처럼 붙었지만 혼자 만족했습니다.

가방을 메고 주머니마다 들어있던 짐을 다 옮기고 가뿐한 마음에 국밥 한그릇 하면서 저를 필두로 하나 둘 들어오는 홀로 손님들을 보며

우와 역시 내가... ㅋㅋ 라며 흔히들 하는 내가 손님을 끄는 스타일인갑다 생각으로 우쭐하며 밥 반공기 말아 후루룩 먹고 나선 다음에

몇걸음 걷지 않아 커피숍이 보이길래 그 커피숍이 너무 예뻐서 평소에는 하지않을 커피부심으로 거금 4천 2백원짜리 카라멜 라떼를 시켰습니다.

사장님이 초보이신지 제 커피는 10분후에 나오더군요. 저 혼자였는데 ㅋㅋ

10분동안이나 만든 커피란 생각에 왠지 더 장인정신이 있다며 혼자 생각하며 카페와 오늘 산 만 삼천원짜리 백팩을 찍었습니다.

그 사진이 마음에 들어 카톡프로필에 올리고는 다시 2시간을 걸었습니다.

여긴 왜 술집이 없지라고 의문에 의문을 품으며 계속 걸었지만 술집거리를 찾을 수 없어서 그냥 여긴 그런 곳이 아닌가 보다 하고 

지나갔습니다.

문득 문득 보이는 여인숙이나 여관은 20살 겨울에 군대가기전 혼자 갔던 부산 해운대 앞의 작은 여인숙을 떠올리게 해서 아 내일 수업만

없다면 하룻밤 자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하게 만들었습니다. 

지나며 보이는 간판을 보며 여긴 이렇겠다 저긴 저렇겠다 생각하고, 옷집을 보며 돈 있으면 사고싶다. 살 안 쪘을 땐 저런 옷 좋아했는데 

라고 즐거운 생각에 설레고 재밌었습니다.

20살에 왔던 이 곳은 급하고 시간맞추기에 급급했는데, 25살 때 왔던 경주는 이 곳이 아니라 버스 터미널이었고. 학창시절 왔던 혼자 여행때는

모든게 무서워 정신 없던 곳이었고,, 친구들과 왔던 이 곳은 술과 숙취로 풍경따위 개나줘 였는데

오늘 하루는 짧은 시간에 참으로 많은 것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집에서 소주를 한잔 해도 이것저것 안주 좀 사다보면 만원일테고, 일요일이라고 맛있는 밥 좀 먹어도 만원일진데 그 만원으로 

내가 생활하는 반경과 전혀 다른 곳에서 만날 일 없는 사람들의 웃음과 여유를 본다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돌아는 기차안에서 제 옆자리에 영문소설을 보시던 분은 10분도 안가 덮고 주무셨지만, 왠지 지적인 냄새에 구석으로 몸을 더 웅크렸네요

독서에 방해될까봐 ㅋㅋ, 아참 대각선 앞의 몸매가 아름다운 여성분은 내릴 때 현실을 보여주셨지만 그 분은 참 그래도 저의 귀가행 기차 한시간을

두근거리게 해주셨습니다. 당신은 아름다움! 하지만 저와 짝은 아니니 흑흑


긴 연애기간 동안 많은 핑계로 잊어왔던 저 자신과의 여행을 오랜만에 해서인지 행복하고 들떴던 하루 였습니다.

가까운 곳으로 떠나보세요. 만원에 갈 수 있는 곳! 물론 가면 밥먹어야 하니까 만원 말고 이만원이지만.

5시간 쉬지 않고 걸었던 오늘 하루 제가 사는 익숙한 곳에선 느끼기 힘든 좋은 느낌의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걸으면서 몇가지의 고민을 털어버릴 수 있어서 더 행복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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