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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강아지
게시물ID : animal_670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별★
추천 : 1
조회수 : 49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10/26 11:16:19
올해 설 연휴가 끝나고 직장때문에 서울로 올라온 다음날 뜻밖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버지 친구분의 개가 새끼를 낳아서 한마리를 받아왔다는겁니다.


올때부터 이름이 '써니'였던 강아지.(소시때문은 아닌거같고 왜 써니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중딩 막내빼고는 다 직장에 다니고, 대가족이 살던 집안에 인구밀도가 갑자기 줄어든 참이라
새로맞이하는 식구에 저는 막내에게 사진찍어 보내라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저희집 굉장히 무뚝뚝합니다. 진짜 가끔은 뭐 이런집이 있나 싶을정도로요.
밥상앞에서 대화도 별로 없고 오가는 말도 버럭류가 대부분입니다;

손녀딸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안해주시고 소싯적 동네 욕쟁이로 날리셨던 할머니께서
손수 밥도 챙겨주시고, 대답도 못하는데 말동무도 삼으셨어요.
그리고 할머니께서 이름 부르면 쪼르르 달려오는 모습이 제법 귀여웠습니다.


오히려 과도한 단백질 섭취로 강아지에서 돼지가 되어가는 탈진화론적인 과정에서도 
할머니를 향한, 고기반찬에 대한 충성과 애정은 남달랐습니다. 

아부지께서 하우스근처 돌아다니며 일할때마다 졸졸 쫓아와서(목줄은 있었는데 안묶어놨어요.)
비만강아지의 면모를 보여주며 엎드려 꼬리만 흔들며-_-; 구경하던 모습. 

근데, 써니가 엄마는 별로 안좋아했어요. 
많은 가족에 치여서 애완동물 생각 할 겨를도 없으셨는데, 진작에 고생문이 보이셨던거죠.  
아버지는 오로지 귀여워만, 할머니는 오로지 고기반찬만=_=주시는 한결같은 모습이시니..

처음엔 돌려주라고 하셨는데, 그래도 고운자태를 보더니 점점 누그러지시더라구요ㅋㅋ

dog2.jpg


마당견 특성상 참 후리(?)합니다. 특히나 안묶어놔서 더 그랬어요.

볼일도 알아서 텃밭에다 해결하고, 물은 싫어하시만 그래도 얌전해서 애로사항도 없었거든요.
저한텐, 가족한텐 한번도 안짖는 순둥이. 근데 탈것덕후인지 차&자전거 등등 탈것만보면 환장합니다.
어릴때 소독차보면 따라가던 우리네를 보듯, 차가 집앞으로 지나가면 미친듯 짖으며 따라가는 
요상한 취미때문에 다리골절이라는 전적도 가지고 있습니다.



써니가 우리 여사님 따라서 동네산책간 어느날

운명적으로 옆집 똥개를 봅니다. 믹스견이란 고상한 말 냅두고 왜 똥개냐고 하냐면요.
의식주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별이보이는 원룸전원주택에 살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더럽게 못생겼습니다. 정신도 이상한지(?) 목줄 걸어놓은 건너면서 계속 뱅뱅 돌아요.

동생이 노발대발하면서 우리집개가 훨씬 이쁜데 저런놈이랑은 안된다며, 시아버지포스를 뿜었죠.
발정나도 접근못하게 묶어놓으라고 청원을 올렸으나 그럼 응가 어떻게 처리하냐고 묵살되었습니다. 
아무튼 써니는 자유연애를 즐길줄 아는 후리한 몸이었기에 무사히 사춘기를 넘겼으면 했죠.

 

근데 얼마전에 사라졌다고 연락이 왔어요. 


저는 사실 손에 꼽을정도로 집에 내려가서, 
추억이랄만한것도 애정이랄만한것도 엄청나게 있다고는 못하겠어요.

근데 참 허전하네요 ㅎㅎ 

그렇게 안내켜하시던 엄마도.. 뒤늦게 새끼강아지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린 아빠도.
할아버지 돌아가신뒤로 많이 적적해 하시고 낮에 텅빈 집에 홀로 계셔야하는 할머니도.
강아지 한마리의 빈자리가 이렇게 큰줄 몰랐어요...


자동차덕후기질에 어디서 사고나서 다친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살은 좀 통통하지만 그 조그만게 먹을데가 어딨다고 개도둑이 가져간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귀신같이 화장실챙기고, 가족 잘알아보던 애가 집을 못찾을리도 없고...

미용이라곤 개뿔도 모르는 주인들만나서 더운데 고생했다고,
희박하지만 그냥 어디선가 배 안 곪으며 잘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10개월 남짓한 짧은 동거였지만 그동안 참 행복했다고, 문득 생각나서 주저리주저리 써봅니다.

dog1.jpg

하ㅠㅠ 글이 너무 장황했네요. 모두 좋은하루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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