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치료사를 계획하고 대학 학과를 고민하다가,
관련 전공에 /아동학, 유아교육학/ 등이 있길래,
기왕이면 교사자격증이 나오는 쪽으로, 유아교육학 전공을 택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놀이치료는 상담쪽 일이고, 유아교육은 교육학이 위주였어요.
대학 다니며 졸업 후 예상되는 뻔한 앞길에, 전공과 다른 길을 가고싶어 헤매기도 했지만, 결국은 유치원에 입성하고...
학부모님들은 가뜩이나 수상한 시절이라, 차량문제, 먹거리문제, 교사의 자질문제 등, 걱정이 많으시니 달래드려야 겠고,
그런데 원의 이사장님은 돈주는 입장이시니 최소투자로 최대의 이익을 얻으려 눈을 치켜뜨시고,
중간에 끼인 원장님도 말씀으로는 열심히 배려해주시지만, 마찬가지로 상사인 이사장님 눈칫밥 먹는 입장이라 큰 배려는 없으시고...
덕분에 교사는 매일같이 야근에 야근에....
왜 졸업 전에 조금 더 다른 길을 알아보지 않은걸까, 싶다가도,
애들이 안아주니 좋고, 웃어주니 좋고,
그렇게 하루 또 정신없이 보내다가,
정규반 어린이들 가고나면 특강활동 진행하고, 차량 다녀오고, 그러면 시간은 어느새 네신데,
작은 유치원이라 서무선생님도 없어서, 우리반 일에 손도 대기 전에 유치원 서무일은 다 떠밀려 내려오고,
얼추 마무리 되나, 싶어서 허리펴고 시계보면 어느새 일곱시,
일지 같은 반 서류와 나만 보는 우리반 예쁜이들과 같이 해야할 수업 준비하다보면 시간은 아홉시,
그리고 어수선한 교실 깨끗이 정리하고 청소하고 퇴근하며 시계를 보면, 열시.
그리고 퇴근길은 한시간.
집에 가자마자 씻고 할 것도 없이 기절하고,
여섯시 넘으면 다시 일어나서 출근준비. 출근은 8시 30분 혹은 당직일 때는 8시.
매일은 아니어도 주에 평균 삼일씩 이년간 반복되는 이 일이, 정말 지치고 고되네요...
지난 주, 1학기 학부모 상담 맞으며, 늦게까지 남아 직장인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말씀만으로도 "항상 퇴근이 늦으시는 것 같던데, 이렇게 늦게까지 계시면 사생활이 없으시겠어요"해주시니 감사하다가도,
보통 20~30분 잡는 상담시간을 한시간이 넘도록 8시에서 9시까지 앉아계신걸 생각하면,
아이 걱정이 많이 되시나 싶다가도, 내 몸이 지치니 힘들고...
급한대로 내일 수업준비는 얼른 끝내야겠고, 그러면 또 시간은 하릴없이 가고...
이렇게 일주일을 어머니들께 매여있었더니, 이제는 밀린 서류가 또 문제고,
이래저래 편치 않은 마음은 쌓이고,
애들한테 그 화 안가게 마음 조절하는 것도 몇년을 하다보니 이젠 좀 지치고...
아무래도 공부 대충해서 이런 유치원으로 흘러온 저도 문제겠지만,
유치원도 좀 공교육화에 강하게 편승되어서 제도적인 정비가 많이 되면 편할텐데, 라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모든 유치원이 이렇지는 않을거고,
모든 선생님이 저처럼 능력없지는 않겠지만,
많은 선생님들(특히 초임일수록, 유치원의 교재교구가 빈약할 수록)이 현장에서 고생하고 계시겠지요..
경력 많은 선생님들이 5년만, 3년만 견디라고도 하던데,
그것도 여건이 좋은 곳에서 견디면 좋은거고, 여건이 나쁜 곳에서 오래 견디면 정말 나쁜 선생님이 될 것 같아요..
올해야 울며 겨자먹기로 기존 원에 재계약 했지만, 다음에는 털고 나가야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힘든 봄인데, 날씨마저 속상하네요...
남의 돈 내돈으로 만드느라 고생하는 많은 사회인들이 편한 꿈 꾸며 주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