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아이팟에서 오래 담아 두었던 팟캐스트들을 지우며
게시물ID : freeboard_6709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1
조회수 : 29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3/19 22:25:46

듣고 싶었던 음악들 몇 개를 공유 사이트에서 찾아 다운을 받고 아이팟에 저장하려 했는데 메시지가 뜹니다. "용량이 얼마 남지 않아 동기화 할 수 없습니다." 당장 용량 많이 차지하고 있을 것들을 지워내려니, 그게 다 팟캐스트들입니다. 이른바 '나는...' 시리즈들을 비롯해 이이제이, 라반특, 개나발, 벙커원 라디오... 등등.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원본 파일들이 있어서 다행히 지워도 괜찮을 것 같아서 모조리 찾아 지웁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통신망을 자랑하는 한국에서야 바로 스트리밍으로 들어도 된다고 하지만, 미국의 인터넷 사용 여건에서는 다운받아 듣는 게 훨씬 속편합니다.

 

철 지난 것들도 다 거기에 담아 놓았더군요. 아들놈이 쓰던 걸 물려받은 - 요즘 세상은 그렇더군요- 아이팟 나노엔 꽤 많은 양의 파일이 들어가서 편하긴 한데, 그만큼 지나간 것들을 지우는데는 무뎌져 있던 것이 아닌지. 그렇지 않다면 그만큼 '진실한 목소리'들에 목말라 있다고 해야 하는 건지. 우편배달 일이라는 것이 워낙 오랫동안 걷는 일이다보니, 이제 말 그대로 제 라우트에 거주하는 수취인들의 이름만 보고서도 아파트의 어느 박스에 들어가는지 거의 본능처럼 찾아 우편물을 넣어주는 저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게 될 정도가 됐고, 그런 상황에서 마음의 빈 공허한 공간을 찾아 채워주는 팟캐스트들이 참 고맙다고 느꼈습니다.

 

이제 그 공간들을 채워줬던 방송들을 지우고, 그 자리에 존 바에즈와 밥 딜런을, 그리고 강산에와 윤도현, 양희은과 김민기의 음악들을 채워 넣습니다. 공작과 부정, 그리고 개인의 자유를 무시하는 전체주의의 회귀를 한국사회의 곳곳에서 목도하면서 내 감성도 다시 그 당시에 자유를 목말라했던 시대의 음악을 찾아 듣게 됩니다.

 

새로운 사회의 도래를 희망하며 자신감에 차 우리의 승리를 노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절망을 목도하며 애타게 희망을 찾아 갈구했던 노래들을 다시 들어야 하는 이 상황은 절대 우리가 바랬던 것이 아닙니다. 그래도, 그 시대에 찾아 헤맨 것에 대한 갈망과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하는 갈망이 같다는 이유로, 저는 그때의 그 감성들로 내 비어버린 가슴 한 구석들을 채우며 다시 희망의 불을 지피려 합니다. 아, 팟캐스트들... 업데이트 되는 것들만 들어야겠죠. 지나간 것에 대해선 과감하게 지우는 법을 배워야겠습니다. 그때의 희망만을 가지고 있을 순 없으니까. 대신, 더 날카롭게 벼려진 희망을 늘 가지고 사는 연습을 하고 싶습니다.

 

 

시애틀에서...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