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라와서 타지생활하는게 너무 힘들었어요.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하고도 잘 못지내겠더라구요. 그냥 쟤가 날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도 많이 들어서 저 자신을 숨기기도했지만
또 저랑 맞는 친구들도 없었구요. 밥도 아침은 당연히 거르고, 점심도 한 세시쯤 먹고. 저녁은 뭐 늦게먹거나 안먹거나 하구요
일단 마음이 많이 약해지더라구요. 마음이 약해지니 몸도 약해져서 자꾸 아프고..
고향친구들한테 전화해서 찡찡대는 것도 한두번이지...좀 쪽팔리구요
다른 애들은 대학가서 잘 적응하고 잘 사는 거같은데 나만 이렇게 자격지심 들고, 잘 못지내 싶어서 많이 우울했어요.
거기다 룸메도 1학기만 하고 가는 외국인이구요.
큰언니가 서울에 있지만 이미 가정이 있어서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기보단 어쩌겠어 너가 잘해야지하는 말만 돌아오네요.
친구에게도, 가족들에게도 힘들다고 내가 왜 이렇게 우울한지 모르겠다고 말하면 대답이 오긴하는데 뭔가 벽보고 이야기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자랑은 아니지만 항상 밝고 공부잘하고 열심이라고 칭찬도 많이 받으면서 자라왔고 좋은 대학왔어요.
그런데 너무 저보다 더 잘하는 애들이 많아서 그런지 괜히 쫄리고 말한거 씹히면 우울하고요..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혼자 생각 많이 하는거 안좋다는 거 저도 아는데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되요.
내일도 시험이 2개나 있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나도 안했어요. 수업시간에 필기는 열심히 했지만요..
그냥 하고 싶은 마음도 안들어요. 과제도 그 전날 하거나, 그 날 아침에 하거나 나중에 하려고 거짓말 치구요..
저 이런 사람 아니었거든요...저도 이런 제가 낯설어요.
남자친구하고도 헤어졌어요. 고등학교 때도 장거리였구요..그 동안 문제도 많았고 더이상 사랑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러다 다른 학교 선배 알게됐는데, 알고보니 휴가나온 군인..
저는 기다릴 수 있지만 멈춰버린 시간을 되돌리려하는 시기인 전역 후에 남자들은 새 사랑과 새 만남에 대한 기대가 있고..그래서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고하더라구요. 마음이 떠난 것을 누구 탓을 할 수있겠어요.
그런데 너무 힘들겠죠. 그 누구한테 말해도 상처가 낫지 않을 거에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만..
그래서 그 오빠한테 진지하게 물어볼 까도 생각했는데, 만난지도 얼마 안됐고, 괜히 분위기만 이상하게 만들거 같아서요..
솔직히 쪽팔리기도하고요, 리플이 안달릴까 걱정도 되고, 제가 누구인지 주변인이 알게될까하는 생각도 들어서 자꾸만 털어놔도 제대로 못털어놨고,..지금도 좀 그런생각들어요. 그렇지만 그냥 다 털어놓고싶네요. 내일 부터는 정말 우울한 삶을 살고 싶지 않아요.
친구, 가족에게 털어놓기가 쪽팔린 부분도있고그래서, 또 자꾸 말하면 미안하고,..상대도 질릴거 아니까 랜챗에서 그 고민을 들어줄 사람을 찾아보기도 했어요. 다행히 좋은 분 만나서 여러저러 이야기 해주시는데 솔직히 머리로는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어떤 한사람이 답을 알고 있는게 아니잖아요. 아무리 물어봐도 그 분은 내가 좋아하는 오빠가 아닌데..하는 생각도 들고..
그냥 이런 생각이 요즘 이런 저런 생각에 우울하네요. 뭔가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써서 보는 분들에게 실례가 될거같기도하지만..그래도 익명글인데 괜찮겠죠 ㅎㅎ 그냥 다 떨쳐버리고 자고나면 기분이 정말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정말 스무살이 되었으니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알고싶고, 안정적이고 정해진 그런 자의식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저는 아직도 아기인가봐요. 아직도 기댈사람이 필요하고, 내 이야기를 들어줄 이가 필요하니까요..그 사람한텐 정말 힘든건데 말이죠.
도대체 어디부터 정리해가야할지 모르겠네요. 다시 시작해보자 생각해도 뭔가 대학 친구들 만나서 이야기 한 후에는 제가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도 들구요..상담을 받아봐야하나..그냥 다른 애들 하는 대로 똑같이 우루루 몰려다니는거 싫은데, 또 맨날 혼자이기는 싫고..대학와서 정말 하고싶은 것도 많았고, 정말 재미있는 일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스무살의 고민이네요..세상에 저보다 더 심각하고 힘든 고민들 많겠지만 저는 요즘 이런생각에 사로잡혀서, 또 몸도 많이 아파서 삶의 의미가 없는거 같아요.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