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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톱 끄적끄적
게시물ID : soccer_876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앗싸좋쿠나
추천 : 7
조회수 : 81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11/13 19:08:36
출처 : 지난 크로아티아전 끝난 뒤 내 블로그


조동건이 빠지고 구자철이 톱 자리에 선고 그 이후에 뭐 공격작업이 잘풀렸네 마네 하며 제로톱을 가야하는것 아니냐 하는 소리가 나오는데 딱잘라서 말하겠다. 지금 한국 축구의 수준에서 제로톱은 죽으려고 환장한 짓이다. (진지하게 궁서체로)

전형적인 중앙공격수,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센터백들 사이에서 부딫혀가며 공을 따내고 득점을 해내는 '9번'의 역할 중 하나는 상대 수비수가 자유롭게 전진 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론상 공격수 하나를 막기 위해서는 공격수 + 1명의 수비숫자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니까 상대 진영에 공격수 한명을 둠으로써 수비수 두명을 상대 진영에 묶어 두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중앙 공격수가 없을 경우 수비수는 공격수 수비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게 공격가담이 가능하고 이것은 중원싸움에 꽤 큰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때문에 전형적인 '9번'을 쓰지 않는 제로톱에서는 중원싸움에서 머릿숫자가 1명쯤 밀려도 중원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는 강한 미드필드 라인이 절대적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경기장 절반을 뚝 떼서 그냥 상대방에게 넘기는 것과 같은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 한국의 미드필더들이 저정도 능력이 되느냐, 물론 축구변방 아시아에서도 변방에 속하는 나라들 상대로는 그럴 능력이 된다. 그런데 그런 나라들 상대로 공 잘차서 뭐하겠나. 월드컵 본선에서 통하느냐 안통하느냐가 문제아닌가.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 상대로 미드필더 밀릴 만한 나라는 딱히 없다. 그런 상황에서 제로톱을 쓰면 어떻게 되느냐 어떻게 되긴 어떻게 돼 얼마전 크로아티아전 꼴 나는거다. 

크로아티아 전에서 미드필더 한명이 더 들어가면서 순간적으로 나마 중원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기회를 몇차례 만들긴 했으나 그뿐, 구자철은 굳이 수비수 두명까지 달라 붙어가며 마크해야 할 정도의 선수는 아니었다. 수비수에게 부담감을 주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수비 뒷공간을 집요하게 공략할 줄 알아야 한다. 2선 침투가 괜찮으니까 당연히 수비수 뒷공간도 잘 털겠지 하는 것은 안이하기 그지없는 생각이다. 1선의 공격수가 열어놓은 공간으로 들어가는 2선에서의 침투가 좋은것과 1선에서 수비수 사이를 뜷고 들어가는 것은 그 성격이 다른 작업이다.  

하여간 크로아티아 수비수 입장에선 귀찮게 수비할 선수가 없으니 자유롭게 전진이 가능하고 이렇게 되니 미드필더 입장에서도 한명이 올라왔으니 한명 여유가 생겨서 공격가담 신나게 할 수 있다. 첫 실점 상황을 복기해보자. 크로아티아 선수가 헤딩패스를 해주는데 아무도 패스해 주는 선수를 마크하는 사람이 없다. 이건 누구 실수가 아니라 머릿 숫자의 균형이 깨진 상황에서 마크를 해야하다보니 한명이 비는 게 된거다. 그러니까 A는 저편 B를 마크하고 이런 조합이 순간 깨진거다.

구자철이 빠지고 '9번'을 할 수 있는 이근호가 들어갔다는 것은 꽤 많은걸 시사하는 바다. 

결국 축구는 어딘가를 커버하면 다른 어딘가가 비게 마련이다. 이걸 어떻게 메울것인가에 대한 고민 없이 무작정 제로톱이 좋다더라 아니다 투톱을 해야 된다 이런 소리를 하는 건 그야 말로 공허하기 그지 없는 소리다. 필드에서 머릿수의 균형이 깨진 상황에서 팀이 어찌되는지는 이미 97년 도쿄대첩에서 답 나온것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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