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어머니는 올해 칠순이시지만 아주 다행스럽게도 야당 편이십니다. 신경민 의원의 필리버스터를 국회방송으로 시청하신 이후 줄곧 필리버스터 방송을 보고 계십니다. 그럼에도 유신시대에 저와 제 동생을 낳아 기른 세대다 보니 직접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닌데 안기부의 공포에 엄청 민감해 하십니다. 다시 옛날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다른 사람들도 이 방송을 봐야한다면서도 전화하기를 무서워 하십니다. 조금 전에 다른 분에게 겨우 한 통화 하셨으면서 계속 저한테 묻네요.
"지금은 잡혀가는 거 아니지?"
어느 글에 댓글을 달았듯 아직도 집 밖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얘기를 하면 잡아간다며 못하게 하십니다. 4대강 촛불집회 때는 나갈 때마다 안가면 안되냐고 애웠하셨습니다. 거의 PTSD 수준입니다. 아니, PTSD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저 역시 어린 시절 간접적으로 느꼈던 공포라 처음 촛불 집회에 참석했을 때 속으로 덜덜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만일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국정원의 민간사찰은 직접 국민 개개인이 피해를 입는 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의원님들은 너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만 말씀하시지만 그 대상으로 찍히지 않는다 해도 국정원의 무소불위의 권력은 모든 국민에게 어떤 식으로든 정신적 상처를 남기게 될 겁니다. 그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 상처는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테러방지법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이번이 필리버스터가 통하지 않는다면 총선에서 승리하여 꼭 막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