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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조별과제 초식남 프리퀄
게시물ID : freeboard_6723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키.
추천 : 2
조회수 : 35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3/26 11:04:47

파릇파릇한 신입생 후배중에 아버지가 굉장히 엄격한 여자애가 하나 있었음.

 

그런 애들이 의례 그렇듯이 통금시간이 있었는데 걔 통금시간은 9시반이었음.

 

문제는 걔네집이 좀 외진 아파트단지라(지하철 거의 종점+자주 없는 마을버스) 학교에서 집까지 두시간이 좀 넘게 걸린다는것.

 

그래서 과모임 뒷풀이나 동기 술자리에서 항상 7시쯤에 일어나야 했음.

 

애는 착하고 활달해서 그런 자리에 빠지지 않고 참석은 하는데 자꾸 그렇게 일찍 일어나게되니 동기들은 아쉽고 걔는 괜히 미안하고 하는 상황이 계속 됨.

 

그래서 요 앙콤한것들이 생각해 낸다는게 낮술이었음.

 

결국 수업이 일찍 끝나는 금요일에 가든파티(자기가 좋아하는 술과 안주를 자기양만큼 가져와 학교 잔디밭에 모여 마시는 방식. 잔술이 남지 않고 여러 술취향가진 사람들이 다 만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분위기가 업되면 폭탄주가 난무한다는 단점이 있음.)가 시작됨.

 

그애는 완전 업된 기분으로 술자리를 시작했고 두시간만에 침몰함;;(낮술+집이멀어서 아침안먹고 점심은 안주+한시간정도 마시던 평소 페이스로 첫 장거리음주+쏘콜)

 

그렇게 술자리가 끝나고 자리정리를 할때까지도 일어나질 못하자 처치곤란이 되버림.여자들끼리만 시작한 술자리라 그 먼 집까지 데리고 갈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애를 집으로 보낼 방법이 없자 일단 애를 데리고 과실로 올라옴.

 

그 때 과실에 있던 사람이 교양과목 발표준비하던 나였음;;

 

후배들은 나를 보더니 웬떡이냐 하고 나한테 걔를 떠넘겨버림;;

 

일단 애들 시켜서 걔를 쇼파에 눕히고 외투 벗겨서 덮어주라고 시켰는데 잔디밭에서 뭘 어떻게 했는지 외투랑 머리는 물론이고 외투안쪽 상의 등까지 마른잔디가 더덕더덕 붙어있었음.

 

거기다 머리는 헤르미온느 머리요,외투는 털실로만든 가디건같은 옷이니 애초에 잔디모을려고 코디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많이 붙어있었음;;

 

애들은 가고, 잔디라도 떼줄까 했는데 머리는 엉켜서 포기;; 몸에 있는 잔디떼면 완전 성추행;; 에이 그냥 자다보면 깨겠지 하고 발표준비 계속하고 있는데 8시반쯤 걔 가방에서 벨소리가 들림.

 

그리고 쇼파에서 부적뗀 강시가 일어남;;

 

그리고 자빠짐;;

 

부축 할 새도 없이 허겁지겁 일어나서 액정을 확인하고 안받음;;

 

그리고 울음을 터트림;;

 

그리고 또 벨소리가 울림;;

 

울면서 밧데리를 뺌;;

 

그리고 날 발견함;; 

 

그러더니 "나 집에 가야돼요."하고 울기 시작함;;

 

이 모든일이 약 3분만에 벌어짐;;

 

아마 통금시간 가까워지자 위치확인차 집에서 온 전화인듯 했음.

 

일단 애를 일으켜 세워서 세수하라고 화장실로 보냄.

 

그리고 대충 털어낸 외투 입히고 부축해서 학교를 나옴.

 

지하철 역으로 가서 플랫폼을 통과시키는데 가방을 땅에 질질끌고 통과하는 폼이 도저히 혼자 집으로 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님;; 결국 나도 탑승;;

 

9시좀 넘은 시간이라 아주 늦은 시간도 아니고 빈자리는 없고 어찌어찌 문옆에 사람 기대는 자리하나 차지해서 걔를 거기 세워둠.

 

그런데 애는 자꾸 무너질려고 하고 출입구 바로 옆이라 사람들이 드나들때마다 내가 걸리적거리게 되서 나도 그쪽으로 붙다보니 모양새가 완전 지하철 민폐 애정커플이었음;;

 

보다못한 어르신 한분이 혀를차면서 자리를 양보해 주셔서 앉혔는데 양옆사람들한테 돌아가면서 기대면서 잔디를 뭍히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다행이 끝자리 여대생 한분이 자리를 바꿔주심;;;

 

돌아가는 지하철 막차가 12시 좀 안되는 시간이라 아슬아슬해 하고 있는데 그래도 다행히 마을버스는 아다리가 맞는데다 사람이 없어서 타고내리는 사람 없는 정거장은 그냥 통과해주시는 마을버스 기사님덕에 11시쯤 걔네 아파트 단지에 도착함.

 

그 버스가 터닝포인트 돌아서 여기로 다시 오는데 20분정도 걸린다고 했으니 그안에 얘를 아파트 입구에 바래다주고 그거타고 지하철역 가면 시간이 딱 맞는 상황이었음.

 
잠에반 술에반 취해있는애들 부축해서 내려서 집 어디냐고 물어보니까 걔가 간신히 얼굴을 들고 "여기 횡단보도를 건... 아빠.."하고 울먹울먹거림.

 

그래서 횡단보도쪽을 보니 어르신 한분이 팔짱을 끼고 불같은 눈초리로 우릴 지켜보고 계셨음;;(십년가까이 지나서 글로 쓰는데도 가슴이 울렁울렁거리네;;)

 

아버님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XX이 이리 와." 하시는데 몸도 못가누던 애가 자세를 바로잡더니 아버지쪽으로 감. 그리고 무서움을 못이겨서 "아빠.."하고 말을 못잇고 결국 울음을 터트림.

 

그리고 "자네도 이리와."하고 날 부르심.

 

쭈뼛쭈뼛하고 다가가서 일단 90도 인사를 하고 "안녕하세요. 저는 xx이 과선배 ooo라고 합니다."라고 말하자 마자 아버님이 내 뺨을 올려치시면서 "선배

라는 놈이 이제 고등학교 갓 졸업한 후배한테 몹쓸짓을해!!"라고 외치시더니 두대 더치시면서  "너 내딸한테 무슨짓 했어!!"하고 소리치심.

 

어벙벙해 하고 있다가 아버님이 멱살을 잡고 더 치실려고 하길래 일단 날아오는 손목을 잡고 밑으로 꺽고 "아버님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저 얘 바래다준거 밖에 없어요. XX야 아버님한테 말씀 좀 해드.."하고 말하는 도중에 순간적으로 상황을 깨달음.

 

아버님 관점에서 보면,
->딸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

->늦은 시간에도 돌아오지 않는다.

->걱정되서 정류장에 나가보니 막차에서 딸이 내린다.

->그런데 그 딸이 자기 몸도 못가누고 어떤 놈한테 '안겨서' 내린다.

->딸 몸과 머리에 풀이 붙어있다.

->저 놈 몸에도 풀이 붙어있다

->딸이 울었는지 눈이 부어있다.

->그리고 그 딸이 날 보자마자 운다.

 

이런 상황이었음;;

 

일단 자초지종을 설명드리고 아버님을 진정시키자 아버님이 담배에 불을 붙히시더니 깊게 들이마시고 땅꺼질듯이 한숨을 푹 쉬시고 일단 나에게 사과를 하심.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기왕 이렇게 된거 후배 칭찬을 하면서 xx이가 이러이러해서 동기들이랑 놀기가 힘드니까 오늘 동기들이 xx랑 놀고싶어서 시간을 낸거다.애가 착하고 활달해서 인기가 많다. 라는 식으로 한참 말씀을 드리자 일단 아버님도 기분을 풀고 다시 사과하시고 응급실 가자고 하시길래 괜찮다고 하고 들어기시라고 하고 아버님과 후배를 보냄.

 

그리고 타고내리는 사람 없는 정거장은 그냥 통과해주시는 마을버스 기사님덕에 막차를 놓침;;

 

그리고 아버님 첫타에 날아간 내 안경도 못찾음;;;

 

결국 한시간넘게 걸어서 지하철역 도착해서 역근처 피시방에서 고스톱치다 첫차타고 학교로 돌아옴;;

 

나중에 아버님이 미안하다고 후배통해서 양주한병이랑 사슴육포 주셔서;; 동기들이랑 나눠마심.


지하철에서 후배랑 엉켜있던걸 친구의 친구가 보고 친구통해서 퍼트려서 같이 교양듣던 같은조까지 소문남.

 

그리고 그 후배는 특별한 날에는 전날 허락맞는 조건으로 통금시간을 11시까지 늘릴 수 있게 됨.

 

나빼고 다 해피엔드.

 


 

 

그 후배가 http://todayhumor.com/?bestofbest_90186 얘임.

그리고 내가 그날 준비하고 있던 조별과제가 http://todayhumor.com/?bestofbest_86589 였음.


마지막으로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조것이 몇년동안 연락한번 없다가 이번에 결혼한다고 연락와서 얄미워서임.

 

만약 이글이 베스트나 베오베가면 5만원짜리 베스트, 5만원짜리 베오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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