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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을 본 직후 느꼈던 흥분감이 생각이 납니다
신세계 이후로 이렇다 할 느와르물이 나오지 않고, 그저 피칠갑과 가오만 잔뜩 잡는 깡패 영화만 나왔는데, 오랜만에 제대로 된 느와르물이 나왔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사실 스토리 자체는 프리즌과 신세계를 적당히 버무린 영화이기에 새로움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뻔하고 새로울 것 없는 스토리를, 편집과 색다른 연출로 새롭게 다가옵니다 (이 영화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정말 공들인 영화구나, 라고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습니다
오프닝 시퀀스는 정말 대단했어요
그리고 의상팀과 조명팀의 영혼을 갈아 넣은 듯한 배우들의 의상과, 갖가지 씬들에서의 기가 막힌 조명들...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까지도 부산 항구에 임시완이 도장을 받으러 갈 때의 의상이 기억이 나네요. 파란 정장, 검은 셔츠, 파란 넥타이)
연기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겠죠
임시완은 이제 완전히 배우로 거듭난 듯합니다
물 만난 고기처럼 영화를 이끌어 갑니다
마지막 거사를 치르고 나서 천천히 일어나며 떨구던 눈물과 표정은 정말이지...
설경구는 이 영화로 되살아난 듯 보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설경구가 이렇게 잘 생겼었나, 이렇게 멋있었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설경구 영화를 볼 때마다 느껴졌던 '강철중'이 이 영화에선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정말 딱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죠
이 영화 속 설경구는, 마치 달콤한 인생 속 이병헌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 다가왔습니다
정말 멋있었어요
김희원은 이 영화의 완급 조절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관객이 피로감을 느끼려 할 때쯤 적절한 감초 연기로 관객의 긴장을 풀어주죠
사실 김희원이 아니었다면, 피로감이 장난이 아니었을 거예요
전혜진은 이 영화의 홍일점인데, 남자들 사이에서 전혀 꿀리지 않습니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 물불 가리지 않는 형사 역을 너무나도 잘 소화했어요
이 영화에서 좋았던 점을 하나 더 꼽자면, 느와르물에서 필히 나오던 룸쌀롱씬과 의미 없는 여성 캐릭터 소비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 많은 장점들을, 트위터로 거대한 똥을 싸서 다 묻어버렸네요
안타깝습니다
개인적으로 달콤한 인생, 신세계와 더불어 한국 느와르물 Top3에 들어갈 작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많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