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가들의 전력이 대단히 높아졌다. 예전처럼 만만히 봐서는 곤란하다. 그렇다고 두려운 건 아니다. 우리가 상대를 염려하고 걱정하는 수준이라면, 적은 우리를 두려워한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3연전이 시작되기 전 만난 최강희 한국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게서 들은 말이다. 최 감독은 이 자리에서 우즈베키스탄이나 이란 등 상대국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아져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단단히 무장해 경기한다면 능히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국이 상대를 염려하는 수준이라면, 적은 두려워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축구가 운명의 한판을 치른다. 한국은 11일 저녁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최종 예선 7차전을 치른다. 우즈베키스탄전이 열리기 전까지 한국은 여섯 경기에서 승점 11점(3승 2무 1패)을 획득했다.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어도 A조 1위는 아직 한국의 몫이다. 남은 최종 예선 두 경기에서 1승 1무를 기록하면 자력으로 브라질행 티켓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점 역시 유효하다.
그러나 비기거나 지면 최악의 상황과 마주해야 한다. 조 1위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고, 자칫 잘못하면 복잡한 플레이오프 과정을 겪어야 하는 조 3위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쌓고자 했던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란 금자탑은 와르르 무너지게 된다. 지금까지는 여유로웠으나 앞으로는 어찌될지 모르기에 '운명의 한판'이란 수식이 딱 맞다.
이런 상황에서 태극 전사들이 가져야 할 것은 자신감이다. 최 감독의 말처럼 한국 축구는 여전히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그래서 가진 기량만 잘 발휘한다면 우즈베키스탄은 두려운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자신감이다.
물론 이 자신감이 자만감으로 둔갑하면 곤란하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큰 위기에 봉착한 만큼 선수들의 마음에 자만이 찾아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오히려 지난 레바논전(최종 예선 6차전)에서 졸전 끝 얻은 승점 1점이 마음에 남아 자신감이 크게 꺾였을 확률이 높다.
그 꺾인 자신감을 우즈베키스탄전이 열리는 서울 월드컵경기장으로 안고 가면 위험하다. 그렇지 않아도 상대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게다가 이번 경기에서 최소한 무승부 이상을 거두면 그들 축구 역사상 첫 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에 근접하게 된다. 우즈베키스탄은 이번 경기에 원대한 포부와 꿈을 갖고 임하는 것이다.
그런 적을 맞아 흔들림 없는 90분을 보내기 위해서도 자신감은 필수다. 만약 자신감이 덜하거나 주눅 들어 경기에 임한다면 거칠 것 없는 상대의 기세에 눌려 큰 화를 입을 수도 있다. 최 감독의 호언처럼 아직 한국 축구의 위상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고 그런 한국 축구를 대표한다는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해야만 적의 기를 확실하게 꺾을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결코 만만한 적이 아니다. 충분히 경계하고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이기지 못할 만큼 두려운 적도 아니다. 무엇보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을 두려워함을 명심해야 한다. 당당한 자신감으로 상암벌을 누빈다면 승리에 닿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