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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다 동냥하는 사람에게 돈 주시나요?
게시물ID : humorbest_673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면
추천 : 108
조회수 : 2418회
댓글수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10/30 10:24:55
원본글 작성시간 : 2004/10/30 01:32:17
베스트 오브 베스트에 호떡얘기를 읽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 ;;

때는 1999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 ....

모두들 종말론과 밀레니엄의 감격이 교차하며 들뜬 마음을을 추스리고 화목하게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하던 그때....

눈이 내렸었나?... 아무튼 무척 추웠습니다... 무척이나....  

수능을 마치고.. 발표날을 기다리며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술자리나 가지려 명동을 찾았죠...

맨날 동네구석 술집에서 쏘주나 빨던 놈들이 국경일이라고 꼬레 명동까지 오라니 참 유치하다라는 생각을

뒤로하고 명동 뒤에 롯데 백화점에서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쏠로부대원들의 테러 예감 ㅠ.ㅠ 젭알 )

사려고 가는데.. 때는 저녁 7시... 어찌나 춥던지 손발이 오그라들고 콧물이 딸기쨈마냥 흘러나오더군요.

백화점 앞에는 츄리가 반짝반짝 하며 크리스마스의 정취를 한껏 더했고 뭔놈에 크리스마스 모자는 다들

쓰고당기며 즐거워 하던지... 나도 겐히 들떠서 7시반에 모이기로 한 약속 늦을까봐 서둘러 육교를 건너

려 했습니다. 모두들 추워서 잔뜩 움츠린모습..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 모두 바쁜 모습들..... 서둘러

육교를 올라가는 중간쯤에.. 왠 빨간 잠바를 입은 여자거지가 앉아 있더군요... 아... 눈이 내리고 

있었네요... ^^ 마즌편에 롯데백화점의 츄리가 보이고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과, 눈을 마즈며 동냥을

바라는 빨간여자거지...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기분 묘해지데요.. 그 기분을 즐기면서;; 올라가는데..

그 빨간잠바를 입은거지의 가슴안에는 돌도 않지낸 아기가 있었습니다.. 

그추운날에... 눈이내리는 날에... 

그 아기는 얼마나 추위에 떨었는지.. 얼굴이 빨개져서 저는 인형인줄 알았습니다.

그 여자거지는 자는지 죽었는지.. 눈을 감고 움직이질 않고 있었고....

그 앞에는 동냥그릇인지 종이 쪼가린지 모를 신문지가 펴져 있었고 그 주위엔 널부러진 동전들과

가끔 보이는 천원짜리가 보였습니다. 그 천원짜리조차 바람이 쌔게 불때마다 조금씩 쓸려다니며 도로로 

떠내려갈듯 난간에 걸려있었구요..

이정도 불쌍해보이면.... 힘들어보이면... 가련해보이면... 누구하나 도와줄듯한데... 쓰발.. 어느 년놈

하나 쳐다만 볼뿐.. 혀만 찰뿐... 말없이 지나가더군요.....  

화가 났습니다... 그냥 화가 났습니다.... 잔뜩 났습니다... 살인충동이 밀려왔습니다.. 다 미웠습니다.

일단 그 여자거지를 깨웠습니다. 

"어이 아줌마 일어나봐요. 네? 일어나봐요. 당신 미쳤어? 애죽일 생각이야?  제발 정신좀 차려요 네?"

눈을 떳습니다. 풀린눈빛 ... 모든걸 체념한 눈빛...  날 쳐다보지도 않고 다시 눈을 감으려 했습니다

일단 그아기 이마를 짚었습니다. 뜨거웠습니다.

죽이고 싶었습니다. 누구든지..... 어떤 아기는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열손 가득히 돌반지 끼고  어떤 

아기는 거지의 자식으로 태어나 이렇게 크리스 마스이브에 육교에서 죽어가야 하나요?

그 거지아줌마어깨를 잡고 흔들었습니다. 그와중에도 그아기는 눈을 뜨지 않더군요..

"아줌마! 눈좀 떠봐요 아놔 씨발~! 아 ...... "

갑자기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 아줌마가 눈을 뜨고는.... 한다는 말이.. " 돈줌 주세요.. 돈줌 주세요.. "

" 아줌마 돈줌 주세요 가 아니에요. 네? 당신이 엄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여? "

"아이고 아이고.. "

아줌마는 흘리지 않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너무 많이 울어서 일까... 

일단 아기를 병원에 데리고 가야겠다는 생각바께 없었으나.. 병원에 가야덴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가마자

나 지금 바쁘다라는 생각이 부끄럽게도 들었습니다..

나도 똑같은 인간인가... 나도 그렇게 지나가는 행인인가...

일단 지갑을 열었습니다.

내 지갑에는 선물사려고 했던 돈과 술값낼돈.. 그리고.. 새벽에갈 택시비와 2차3차를 대비한.. 돈까지..

한 20만언 정도 있었던것 같습니다.. (부모님한테 구걸한 돈이 아니고 이브날에 쓰려고 모아논 돈임돠 ;;)

거기서 10만원을 뺏습니다. 가진돈 다 드리고 싶었지만.... 거기까진 차마 용기가 나오질 않더군요..

"아줌마 병원가세요.. 이돈으로 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병원가세요. 아니면 여관을 가셔서 따뜻한 물에

아기 목욕시키고 약 먹이세요. "

손에 돈을 쥐여주자 지나가는 사람들은 구경난듯 잠깐 서서 구경하다 내가 죽일듯이 쳐다보자 눈치를보

며 제 갈길을 가더군요..

일단 일으켜 세우기로 했습니다. 근데... 아무리 일으키려해도 얼마나 앉아있었는지.. 아니면 앉아서 쉬

를 했는지 옷이 계단에 얼어버려서 일어서는데 10분은 걸린듯 합니다.. 그러면서도 힘겨워보여서 달라는

아기는 끝내 품에서 놓아주질 않더랬습니다.........그리고는 육교를 내려왔습니다...

핸드폰의 벨은 쉬지않고 울리고.. 제 마음은 조급해지기만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델지 망설이고 망설이고

끝내는 어서 내 갈길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 아줌마 택시타고 가세요.. 전 바빠서... "

멍하니 쳐다보는 아줌마를 뒤로하고 마치 굉장히 착한일을 한 양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며 모퉁이를 돌아

설때쯤.. 설마 이거 짜고치는 고스톱아니야? 라는 생각이 불현듯 나더군요.. 오호.... 그래...

근데 아무리 짜고쳐도 그 아기를 보면 진실인데.... 아니야 아니야... 맞어맞어 .... 의심하는 내가 미우

면서도 쳐다보는 행인들의 눈빛이 '저런 바부새퀴 저런거에 걸리냐? ㅋㅋ' 라고 말해주는듯 했습니다.

그래 차라리 몰래 지켜보자. 진실이면 나는 천국가는 열쇠를 하나더 얻는거고 사기면 진짜 달려가서 남자

여자 아가리를 찢고 눈깔을 숟깔로 파는거다. 

5분정도를 지켜봤습니다. 

아줌마는 도로옆에서 멀뚱히 차들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혹시 누추해서 택시가 않스나... 걱정됐으나

사기치는 파트너랑 팀플을 하고있는지 모르는 시기라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그리고 5분동안 전화가 한 100번은 온것 같았습니다. 전화를 받았습니다. 친구였습니다.

"야이시키야 너 않올꺼야? 어디.. "

"야.. 나지금 진지하다. 먼져 먹고있어."

"븅신 어딘데 그래. 뭔일있어? 지금 니 여자친구 니 않온다고 머리 클러해치고 애들 괴롭히고있다."

그래서 이래저래 돼서 이래저래 됐다고 얘기를 해줬습니다. 

그랬더니 친구라는 시키가 하는말이..

"븅신 니 바보지 븅신이지? 그거 다 속이는거야 요새 거지한테 돈주는 사람이 어딨어?"

무너졌습니다. 억울해서 였을까요? 또 나오는눈물을 주체 할수가 없었습니다.

"야.... 아후....야이 개새X야 니가 내 친구냐? 응? 내가 오죽해쓰면 그랬겠어 응? 그래도 믿어줘야 데잖

아 ㅠ.ㅠ 친군데 개새끼야... 훌쩍훌쩍 " 

영화에서 나오는 찐따역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그때만큼은 눈물을 참고 싶었습니다. 챙피했습니다.

한참후에 

" 아 .... 니가 언제 착하일 했다고... 참내...  야 가치 지켜보자 사기면은 아주 뒷산에 가치 묻자"

또 10분쯤 지나자 그친구놈이 아닌 한 12명 전부가 같이 와버렸습니다.

12명이서 모퉁이 뒤에 숨어서 연필 한타스도 아니고 고개 내밀고 지켜보는 광경이란.... 

그아줌마를 보고 내린결론은 거짓이 아니다 가서 도와주자 였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도저히 않데겠다 싶어 여관이든 병원이든 데리고 가려고 할때 쯤.....

어느차에서 돈좀 있어보이는 노인네 부부가 내리더니 쏙닥쏙닥 거리더군요... 가보니... 그 아줌마를

태우려 했습니다. 설마 노인네랑 짜고 치나싶어 물어보니 지나가다 차가 막혀 섰는데 옆에 아기를 안고 

있는 아줌마가 보여서 병원을 데리고 가려고 한다고..... 

12명 모두 마음이 숙연해 졌습니다.

인정 메말라버린 인간들, 크리스마스라고 흥분해서 콘돔챙기고 케잌사들고 술이나 빨줄알지 자기와 상관

없는 더구나 힘들고 지친 누추한 어느아줌마와는 무슨 상관이 있다고 눈한번 마추겠습니까. 

 고맙다고..  꼭 데려다 달라고 .. 부탁드린다고.. 아줌마 주머니에 있는 10만언 꼭 보탬이 되게 해달라고

말하고는 씁쓸함을 뒤로한체 술을 푸러 갔습니다. 그때부터.. 한 5개월은 별명이 울보시키 였던것 같네

요... 10만원이라는 별명도..ㅡ.ㅡ^

암튼 지금 회상하면 참 그때는 나도 순수하고 착했었구나... 라는... ㅋㅋ 

꼭 그아기 몸 좋아져서 그리고 그 아줌마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잘돼서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램 입니다

다. 그때 그사건 이후로 저도 제 친구들도 몬가 느낀양 많이 배려하고 착하게 살려고 노력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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