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추천!)책속의 명언37 - 제7일 / 위화 / 푸른숲
게시물ID : lovestory_673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좋아헤
추천 : 0
조회수 : 64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7/07 18:19:23

출판일 13.08.30
읽은날 14.07.07

39p.
아버지가 말도 없이 사라진 뒤 혼자서 다시 찾아왔을 때였다. 역시 구석에 앉아 서글프게 국수를 먹는데 사장이 내 맞은편에 앉더니 아버지는 어떠시냐고 물었다. 우리를 기억하고 있었다니. 나는 감정이 복받쳐, 아버지가 불치병에 걸린 뒤 내게 누가 될까 봐 혼자서 떠났다고 털어놓았다. 

60p.
감정에 관한 한 나는 문과 창문이 꼭 닫힌 집처럼 답답하고 둔했다. 사랑이 문 앞을 왔다 갔다 하면서 내는 발걸음 소리를 분명히 들으면서도 그게 지나가는 행인의 발걸음, 다른 사람을 향한 발걸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발걸음이 멈춘 다음 현관의 벨을 눌렀다.

61p.
다음 날 회사에서 그녀를 보았을 때 갑자기 내 얼굴이 귀 밑까지 새빨개졌다. 그녀가 예리한 눈으로 그것을 발견하고는 옆에 아무도 없을 때 물었다. 
"왜 나를 보고 얼굴이 빨개져요?"
그녀의 눈빛이 얼마나 매서운지 나는 시선을 피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젯밤에 당신과 혼인신고 하는 꿈을 꾸었거든요."
그러자 그녀가 빙그레 웃으며 나직이 말했다.
"퇴근하면 회사 건너편에서 기다려요."
무척 긴 하루였다. 내 청춘의 세월만큼 긴 것 같았다. 도무지 일에 집중할 수가 없고 동료와 대화하면서는 엉뚱한 대답을 하기 일쑤였다. 벽에 걸린 시계가 갈수록 느려지는 것 같았고, 숨 쉬기도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았다. 그 미루적미루적하는 시간을 힘겹게 보낸 뒤 마침내 퇴근 시간이 되었지만, 회사 맞은편 거리에 섰을 때 나는 여전히 숨 쉬기가 힘들었다.

97p.
철길에서 아버지 품에 안긴 이후 나는 아버지와 꼭 붙어 다녔다. 갓난아기였을 때는 아버지 가슴의 포대기에서 자랐다. 리 아줌마가 만들어줬던 첫 번째 포대기와 나중에 아버지가 직접 만든 포대기 모두 파란 색이었다. 아버지는 매일 출근할 때마다 분유 탄 젖병을 체온으로 따뜻하게 유지하려고 가슴 앞쪽, 팔딱거리는 심장 가까이에 집어 넣었다. 그런 다음 나를 가슴 앞 포대기에 놓고, 어깨에 비스듬하게 군용 수통을 멘 다음 깨끗한 기저귀 보따리와 나중에 더러워진 기저귀를 담을 보따리 두 개를 등에 맸다.

110p.
아버지는 바위 뒤에서 나는 내 잠꼬대 소리를 들었다.
"아빠가 왜 아직도 데리러 안 오지?"
나중에 아버지는 나뭇잎을 이불처럼 덮은 내 모습을 보고 웃다가 울음을 터뜨렸노라고 말했다. 나뭇잎을 헤쳐 풀덤불에서 안아 올리자 내가 깨어나 좋아하며 외쳤다.
"아빠 왔구나. 드디어 아빠가 왔어."

134p.
아버지의 통증이 조금 줄어들 때면 우리는 함께 추억에 잠겼다. 그럴 때 아버지의 목소리는 무척 행복하게 들렸다. 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의 일을 아주 많이 이야기했다. 어렸을 적 나는 잠잘 때 꼭 얼굴을 마주 봐야 했다며, 가끔 자세를 바꾸느라 등을 돌리면 내가 계속 "아빠, 나 봐. 아빠 내 쪽 봐......" 하고 웅얼댔다고 했다. 
나는 어렸을 때 밤에 깨면 항상 아버지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렸는데 몇 번인가 들리지 않아서 무서운 마음에 울었다고, 숨이 멎었나 싶어서 힘껏 흔들어 깨웠더니 아버지가 일어나 앉기에 울음을 멈추고 웃으면서 안 죽었구나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166p.
누군가 물었다.
"왜 저기 서 있대요?"
"자살하려고요."
"왜 자살하는데요?"
"살기 싫대요."
"왜 살기 싫대요?"
"젠장, 그런 건 뭐 하러 물어요? 요즘 살기 싫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잡상인들도 왔다. 그들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면서 가죽 지갑, 가죽 가방, 목걸이, 목도리 같은 것을 팔았는데 모두 짝퉁 명품이었다. 어떤 상인이 쾌락유를 사라고 하자 누군가 쾌락유가 무슨 물건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상인은 한번 문지르면 성기가 강철처럼 단단하게 발기되는 오일이라며 비아그라보다 신기하다고 답했다. 특이한 물품을 취급한다는 상인이 조용조용히 도청기 필요하세요, 하고  물었다. 누군가 도청기를 무엇에 쓰느냐고 묻자, 그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외도를 하는지 안 하는지 감시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선글라스 장수가 하나에 10위안이라고 소리치며 높이도 보고 멀리도 보고 태양 앞에서도 당당해, 하며 아주 감칠맛나는 말을 늘어놓았다. 몇몇 사람이 선글라스를 사서 끼고는 펑페이 빌딩에 있는 작은 그림자를 계속 바라보았다.

245p.
그렇게 매일매일, 아버지는 대기자들에게 예의를 갖추며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 그렇게 하루 또 하루가 지나면서 행복한 꿈도 꾸게 되었다. 그곳에서 30년, 40년, 50년...... 기다리기만 하면, 나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아줌마의 목소리가 여기에서 잠시 멈추었다. 나는 아버지가 어디 계신지 알았다. 빈의관 대기실에서 파란 옷에 하얀 장갑을 끼고 있던 사람, 얼굴에서 살이 사라지고 해골만 남은 사람, 목소리가 지치고 슬펐던 사람이 바로 나의 아버지였다.
아줌마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아버지가 예전에 빈의관에서 여기 아줌마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어떻게 빈의관 대기실에 갔는지, 어떻게 그곳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는지 이야기한 뒤 돌아갔다고 했다. 아줌마는 아버지가 그렇게 서두른 것은 아마 그곳을 떠나면 안 되기 때문일 거라고 말했다.

259p.
그는 추억의 심연에 빠져 있었다. 슈메이가 즐거워하던 표정과 걱정하던 표정이 반짝 떠올랐다가 반짝 사라지곤 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그는 이제 자신이 할 일은 어떻게든 빨리 슈메이에게 안식을 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 있을 때 슈메이는 원하는 게 아주 많았지만 그는 거의 하나도 들어주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한 번, 또 한 번 원망한 다음 한 번, 또 한 번 원망을 잊고 새로운 것을 바라곤 했다. 이제 무덤이 그녀의 마지막 소원일 것 같았지만 그는 여전히 그걸 들어줄 능력이 없었다.
그때 한 남자의 목소리가 잡음 속에서 툭 불거져 나와 그의 귀로 선명하게 들어왔다. 그 남자는 아는 사람이 신장을 팔아서 3만여 위안을 벌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는 침대에 일어나 앉았다. 신장 하나를 팔면 슈메이에게 묘지를 사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86p.
"그 애 혼자서 어쩌죠? 제가 그를 망쳤어요."
그런 다음 우리는 슈메이의 흐느낌이 멀리 있는 들판까지 울려퍼지는 것을 들었다.
"저는 늘 그를 망쳤어요. 미용실에서 우리는 둘 다 머리를 감겨주는 보조 직원이었지요. 그는 성취욕이 있어서 손님들한테 머리를 감겨주는 한편, 미용사한테 이발하고 머리 만지는 걸 배웠어요. 배우는 속도가 무척 빨라서 사장까지 칭찬하며 미용사로 키워야겠다고 했어요. 그는 저한테 살짝 정식 미용사가 되면 수입이 많아질 거라고, 기술을 익힌 다음에 그만두고 둘이서 작은 가게를 세내어 직접 미용실을 운영하자고 했어요. 그런데 미용실의 한 여자가 그를 좋아해 그 곁을 맴돌며 알랑거리더라고요. 저는 화가 나서 꼬투리를 잡아 싸움을 걸곤 했지요. 그러다가 어느 날 둘이 머리채를 잡고 대판 싸운 거예요. 그가 달려와 우리를 말리는데 저는 그녀가 필요한지, 제가 필요한지 대답하라고 윽박질렀어요. 그를 곤경에 빠뜨린거죠. 제가 소리소리 지르니까 미용실 손님이 전부 몸을 돌려 저를 봤어요. 사장이 불같이 화를 내며 욕을 퍼붓고 당장 꺼지라고 했고요. 사장이 한창 욕하고 있을 때, 그가 사장 곁으로 가더니 그만두겠다고 하고는 사장에게 '너나 꺼져'하고 욕했어요. 그런 다음 제 어깨를 감싸며 미용실을 나왔지요. 제가 반 달치 월급을 못 받았다고 했더니 월급은 무슨 월급이냐며 자기는 다 필요 없다고 했고요. 그때 저는 울었어요. 그가 저를 안고 한참을 걸어가는 내내 울면서 미안하다고 말했어요. 그를 창피하게 만들고 금장 미용사가 될 그의 앞길을 망친 것이죠. 그는 한손으로 저를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계속 제 눈물을 닦아주면서 미용사는 무슨 미용사냐고, 창피하지 않다고, 상관없다고 말했어요."

295p.
우리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오른손으로 아버지 왼손의 하얀색 장갑을 잡자 장갑의 찢어진 틈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부러질 것처럼 약한 손가락뼈가 느껴졌다. 아버지가 눈빛 없는 눈으로 확인하듯 나를 볼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친근함이 느껴졌다.
"아버지."
아버지가 고개를 숙이고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빨리 오다니."
"아버지." 내가 말했다. "계속 찾아다녔어요."
아버지가 고개를 들어 눈빛 없는 눈으로 계속 확인하듯 나를 보고 여전히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빨리 오다니."
"아버지." 내가 물었다. "내가 힘들까 봐 걱정하신 거예요? 그래서 가셨죠?"
아버지가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냥 거기에 가보고 싶었어. 나을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거길 가보고 싶었어."
"왜 거길 가야 했는데요?"
"마음이 아팠거든. 너를 버렸던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서."
"아버지." 내가 말했다. "아버지는 날 버린 적이 없어요."
"그 바위를 찾아서 그 위에 잠깐 앉아 있고 싶었어. 늘 그곳에 가고 싶었지. 날이 어두워지면 거길 가야겠다고 생각하다가 날이 밝아 너를 보면 또 가게 되질 않더라. 널 떠나는 게 싫어서."

305p.
"속이지 말았어야 했어요." 그가 말했다. "짝퉁 아이폰으로 속여서는 안 됐는데. 그 애는 아이폰을 갖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어요. 하지만 저한테 진짜 아이폰을 살 돈이 없는 줄 알았으니까 그냥 말해본 것뿐이에요. 짝퉁으로 속이지 말았어야 했어요. 그 애가 왜 자살했는지 알아요. 짝퉁을 사줘서가 아니라 자기를 속였기 때문이에요."
그가 눈가를 훔치던 두 손을 내려놓고 계속 말했다.
"제가 짝퉁이라고, 그 돈밖에 없었다고 말했다면 그 애는 그래도 좋아했을 거예요. 달려와 저를 안아주면서 제가 최선을 다했다고 인정해줬겠지요."

309p.
"나중에 한 사업가처럼 보이는 사람이 공무원처럼 보이는 사람들 몇을 배웅하고는 음식점 입구에서 기사에게 전화를 거는 게 보였어요. 그 애가 다가가 우리가 하루 종일 음식을 먹지 못했다고, 구걸하는 것도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라 인정을 베풀어달라는 거라고, 옆의 빵집에서 찐빵 두 개만 사달라고 부탁했어요. 그 사업가 같은 중년 남자가 휴대폰을 끄고 그 애를 보면서, 이렇게 예쁜 데 찐빵 두 개가 없느냐고 묻더군요. ... 기사가 찐빵 네 개가 든 봉투를 그 애에게 건넸고, 그 애는 중년 남자에게 고맙다고 인사했지요. 중년 남자가 벤츠에 타자 차가 출발했어요. 그 애가 손을 봉투 안으로 넣어 따끈따끈한 찐빵을 한 조각 뜯어 제 입에 넣어주고는 찐빵이 든 봉투를 자기 점퍼 안에 넣었어요. 그런 다음 차가운 손으로 제 차가운 손을 잡으며 돌아가서 먹자고 했지요."
"지하 집으로 돌아와 그 애가 이웃집에서 따뜻한 물을 얻어 온 다음, 우리는 나란히 침대에 앉았어요. 그 애가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신 뒤에 찐빵을 먹으라고 했지요. 제가 체할까 봐 걱정이 됐던 거예요. 그러면서 이제 먹고 입을 걱정이 없는 것처럼 좋아했어요. 그걸 먹는데 갑자기 마음이 아프면서 울컥하더라고요. 그렇지만 눈물을 삼키고 입안의 찐빵을 넘겼지요. 그리고 이제 그만 헤어지자고, 나랑 함께 있으면서 고생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 애가 먹고 있던 찐빵을 내려놓고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자기를 버릴 생각은 말라고, 평생 꼭 붙어 있을 거라고, 죽으면 귀신이 되어서라도 꼭 붙어 있을 거라고 했어요."

책 표지.
"나는 죽는 게 두렵지 않아.
조금도 두렵지 않단다.
내가 두려운 건 다시는 너를 못 보는 거야."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