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들의 유머님께서 올리셨던 토론글 토론이라기에는 좀 그렇긴 했지만.. 에 댓글을 달고 싶었으나, 1) 시간이 좀 지난 상황이어서 안보실거 같아서.. 2) 오들의 유머님 말고도 다른 분들도 간혹 그런 말 하는 분들이 계셔서..
따로 글을 써봅니다.
테방법 전문을 살펴는 보신 것 같더군요. 법 전문을 조목조목 다시 풀어드리는 것은 시간낭비입니다. 이미 필리버스터를 통해서 충분히 잘 설명되었으니까요.
문제는.. 법 조문을 읽어보면 표현이 모호해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된다고 느끼시는 거죠?
네. 맞습니다. 있는 그대로 보자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이 가능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게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되는구나.. 라고 보인다면, 본인이 법을 제대로 못읽으시는 겁니다. 경험이 없으실테니까요.
저는 제 일과 관련하여, 관련 법률 몇가지의 해석과 관련하여 담당 부처와 오랫동안 논의하고, 법률 개정, 시행령 개정 및 입법초안 검토를 같이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법률의 표현들은 일반적인 표현과는 의미가 상당히 다르고, 법률의 적용에 있어서는 너무나도 큰 차이를 갖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어떤 법에 "~지원할 수 있다" 라고 적혀있으면 보통은 '아.. 이러이러한 기준에 맞으면 지원을 받을 수 있겠구나' 라고 기대하게 되지요. 굉장히 긍정적으로 읽혀집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니, '나'에게는 그 지원은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 법률을 근거로 지원을 받습니다. 기준이요? 그런거 없습니다. '그들은' 힘이 있거나, 관계가 좋거나, 잘 보였거나, (해당 부처의 퇴직자들이 임원으로 참여하고 있거나, 주요 공직자와 XX한 관계에 있거나..) 그냥 주고 싶거나.. 그런 경우입니다.
어떻게 하면 나도 '그들'과 같이 '지원할 수 있다'에 적용을 받을 수 있을까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반면, "~지원한다" 라고 되어 있다면, 이건 그들이나 저들이나, 법률에 정한 기준과 조건에만 맞다면 누구든지 해당 법률이 정한 지원을 받게 됩니다. '지원할 수 있다'와 '지원한다'는 전혀 다른 의미로 적용됩니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다르게 해석될 여지없이 단정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모든 애매한 표현은 100% 철저히 해당 부처의 자의적 해석이 그 기준이 됩니다.
테러방지법에는 이런 조항이 있지요.
3. “테러위험인물”이란 테러단체의 조직원이거나 테러단체 선전, 테러자금 모금·기부 기타 테러예비·음모·선전·선동을 하였거나 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를 말한다.
조직원 '이거나' 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였거나'도 있군요. '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도 있군요.
이 구문은 실제 적용에 있어서 100% 해당부처(국정원)의 자의적 해석에 의해 "음모, 선전, 선동할 것같아 보이는 인물" 이라는 의미로 적용됩니다.
다른 구문들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모호한 표현,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표현은 100%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적용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테러방지법을 입법하고자 하는 국회의원들은 그 모호함을 이용해서 대중을 속이려 하고,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은 그 모호함의 무서움을 알기에 막으려 하는 겁니다.
본인이 법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을 갖지 않았다면, 법률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해석을 들으시길 권합니다.
그들 중에서도, 찬성/반대의 행동 뒤에 의도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집단의 말을 믿지 마시고, 오히려 무엇인가를 잃으면서까지도 고집피우는 자들의 말을 들으시는게 거의 정답에 가깝습니다.
새누리의 입법 의지 뒤에 어떤 저의가 있을지, 많은 분들이 이미 예상하고 계시고, 필리버스터를 통해서 충분히 듣지 않았습니까? 반대로, 야당 의원들은 테러방지법을 막아내서 그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습니까? 테러방지법을 막아내면 야당의원들이 선거에서 이깁니까? 얻는 것 없습니다.
오히려 여당의 더티플레이로 공격받을지도 모를 위험이 있습니다. 필리버스터를 성공하더라도 테방법을 결국 막아내지는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