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생(談生)이라는 한 남자가 있었다. 40이 되어도 마누라 없이 항상 책만 읽고 있었다. 그 밤도 여느 때처럼 등불 아래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독서에 지친눈을 들고 보니 한 여자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나이는 16,7세 가량, 용모도 복장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담생이 엉겁결에 넋을 잃고 보고있으니, 여자는 가까이 다가와 등불을 불어 꺼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그에게 몸을 맡겼다. 여자는 말했다. "한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아무쪼록 3년간은 내가 있을 때 등불을 켜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3년이 지날 때 까지만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해서 담생은 여자와 부부가 됐다. 일년 후, 두사람사이에는 아이가 생겼다. 그리고 나서 1년지나고, 밤에 불을 꺼버리는 일에 마침내 참지못한 담생은 처가 잠자고 있는 틈에 등불로 그녀의 몸을 비추어 보았다. "앗!" 담생을 경악한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 처의 몸은 허리 아래로부터는 바싹 마른 뼈골이었던 것이다. 처는 담생의 소리에 눈을 떴다. 남편이 등불을 들고 있는 것을 보더니 절망의 비명을 질렀다. "어찌해서 당신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요?! 앞으로 1년만 기다려 주었으면 나는 다시 온전한 몸으로 소생할 수 있었는데 이제 끝나버렸어요. 헤어질 수밖에 없군요." 담생은 눈물을 흘리면서 용서를 빌었으나, 이제와서는 늦어버린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처는 말했다. "당신과는 이것으로 이별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아기를 잘 키워주세요. 아아, 나를 보지 말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이제 끝나버렸어요.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드릴 것이 있어요." 처는 담생을 데리고 어느 화려한 저택으로 갔다. 집의 모양이나 세간들도 이세상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처는 1장의 주포(珠袍:구슬을 단 옷)를 주고 말했다. "생활에 난처한 일이 닥치면 이것을 팔아 요긴하게 써 주세요." 그리고는 담생의 옷자락을 찢어 쥐고는 나가 버렸다. 그 후, 담생이 생활이 곤궁해져서 처로부터 받은 주포를 팔려고 내 놓았더니, 양(陽)왕가가 1천만관으로 매입했다. 왕은 이 주포를 보더니 격노했다. "이것은 딸의 묘에 같이 묻었던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무덤을 파헤치고 이것을 도둑질해 간 것이 틀림없구나, 즉각 잡아들여라!" 그리고 담생을 잡아들여서 고문을 가했다. 담생이 까닭을 말해줘도 왕은 믿으려고 하지 안않았다. 거기서 딸의 묘를 조사해 보기로 했다. 묘는 묻었던 때와 똑같았고 어디에도 파헤진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확인을 하기위해 관이 파내어졌다. 관을 열고 보니 유체는 이미 뼈만 남아 있었다. 그 뼈만 남은 손에는 담생의 찢어진 옷자락이 쥐어져 있었다. 육조/수신기(六朝/搜神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