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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책속의 명언41 - 허삼관매혈기 / 위화 / 푸른숲
게시물ID : lovestory_674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좋아헤
추천 : 2
조회수 : 212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7/11 20:28:19

출판일 99.02.03
읽은날 14.07.10

8p.
12세기 아프리카 북부에서 씌어진 시 가운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가능할까?
야곱 알만스의 일개 백성도
장미와 같이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이
죽어갈 수 있을까?

37p.
눈 내리는 겨울에 이불 속으로 꼭 껴안고 지낼 만한 그런 여자를 고른다면 단연코 임분방이 최고였다. 땋은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오고, 웃을 때면 하얀 이가 고르게 드러나고, 볼우물까지 있는 여자. 그녀의 큰 눈을 언제고 바라볼 수만 있다면 평생 행복할 것 같았다. 임분방 역시 그의 머리를 건드리거나 가슴을 밀어젖히곤 했다. 한번은 몰래 그의 손등을 잡아줬는데, 바로 허삼관이 그녀에게 가장 좋은 누에고치를 보냈을 때였다. 그 다음부터 허삼관은 그녀에게만큼은 나쁜 누에고치를 보낼 수가 없었다.

50p.
조산원의 의사가 말했다.
"아직 진통은 오지도 않았는데 괜히 악만 써대는군."
허옥란은 양다리를 높이 쳐들고, 양팔을 분만대 양족에 묶인 채 누워 있었다. 의사가 힘을 주라고 하자 진통 때문에 몹시 고통스러웠던 그녀는 힘을 주면서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허삼관! 이 개자식아, 너 어디로 도망친 거야. 난 아파 죽겠는데, 넌 어디로 도망친 거냐구……. 이 칼 맞아 뒈질 쌍놈의 자식 같으니라구. 넌 좋겠지! 난 아파 죽겠는데 넌 신났겠지. 허삼관, 너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빨리 와서 내가 힘쓰는 걸 도우란 말이야…. 더는 못 참겠어…. 허삼관, 너 빨리 안 와? 의사 선생님, 애가 나왔나요?"
"힘 좀 내봐요. 아직 이른 것 같은데."
"엄마야! 허삼관, 전부 네가 이렇게 만든 거야…. 너희 남자들이란 죄다 나쁜 것들이야…. 지들만 신나게 살려고 하지…. 자기들 일만 끝나면 다 끝난 줄 알고…. 우리 여자들은 고통스럽다구! 아파 죽겠다구! 열 달이나 애를 뱃속에 지니고…. 아이고 아파라! 허삼관, 너 어디 있어…. 의사 선생님! 애기 아직 안 나왔어요?"
"조금 더 힘을 줘요. 머리가 나왔어요."
"머리가 나왔다구요? 힘을 더 내야 하는데… 힘이 없어요…. 허삼관, 빨리 와서 좀 도와줘…. 허삼관, 나 죽어. 죽는다구…."

조산원의 의사가 말했다.
"두 번째 출산인데도 이 난리군."
허옥란은 땀에 흠뻑 젖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고는 신음을 내며 소리를 질렀다.
"아야야! 아이고 아파! 아이고! 허삼관, 네가 날 또 이렇게 죽이는구나……. 아이야! 널 죽이고 말 거야….아이고 아파라! 내가 여기서 살아 나가면 죽어도 다시는 너랑 안 잘 거야…. 아이고 아파! 넌 웃겠지만… 네가 무릎 끓고 빌어도 너랑은 안 잘거야…. 아이야, 아이야! 아이고 아파! 힘을 내야지… 힘을 더 내야지…."

조산원의 의사가 말했다.
"힘줘요. 자, 다시 힘줘요."
허옥란은 죽기 살기로 힘을 주며 악을 썼다.
"허삼관! 이 사기꾼아! 이 쌍놈의 자식아! 이 칼 맞아 뒈질 놈…. 허삼관! 이 속 시커먼 불량배 같은 놈! 너 이 자식, 머리에 부스럼이나 난 주제에…."
"됐어요. 애가 나왔는데도 계속 그렇게 소리칠 거예요?"
간호사가 말했다.
"나왔어요?"
허옥란은 서서히 몸을 눕히며 말했다.
"이렇게 빨리요?"

허옥란은 오 년 동안 아들 셋을 낳았는데, 허삼관은 애들 이름을 각각 허일락, 허이락, 허삼락이라고 지었다.
삼락이가 십오 개월이 되었을 때 허옥란이허삼관의 귀를 잡아당기며 물었다.
"내가 아이를 낳을 때, 당신은 바깥에서 희희낙락했겠다?"
"난 웃은 적 없어. 그저 좀 히죽댔을 뿐이지. 소리를 내서 웃지는 않았다구."
"아이야."
허옥란이 탄성을 질렀다.
"그러니까 애들 이름이 일락, 이락, 삼락이지. 내가 분만실에서 고통을 한 번, 두 번, 세 번 당할 때 당신은 밖에서 한 번, 두 번, 세 번 즐거웠다 이거 아냐?"

78p.
"이락이 형, 내가 누구랑 싸웠는데 빨리 와서 나 좀 도와줘."
"누구랑 싸웠는데?"
"그 자식 이름은 모르겠어."
"얼마만한데?"
"나만 해."
이락이는 그 아이가 삼락이만 하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탁자를 내려치며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런 씨팔, 감히 내 동생을 얕보는 놈이 있다니. 가서 그 자식 손 좀 봐줘야겠는걸."

86p.
"나 지금 하소용을 만나러 가요. 당신이 가라고 해서 가는 거라구요. 난 원래 평생 다시는 그 사람 안 보기로 맹세했었다구요."
그러고는 물었다.
"화장을 곱게 하고 갈까요? 아니면 봉두난발을 하고 갈까요?"
'그 녀석을 만나는데 왜 화장을 해야 하나? 머리도 곱게 빗고 머릿기름이랑 설화크림도 바르고, 그토록 아끼는 정방 면실 옷을 입고, 신발의 먼지도 깨끗하게 닦아냈겠다? 거기다 명주 손수건까지 목에 두르고 즐거운 마음으로 나를 구 년이나 자라 대가리 노릇을 하게 한 하소용을 만나러 간다구?'
허삼관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대걸레를 집어던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런 니미럴, 아직도 그 자식이 가슴 주물러주던 맛을 못 잊었냐? 당신, 하소용이랑 또 그 짓을 해서 사락이까지 낳으려구 그러는 거야? 화장하고 싶은 생각이 나? 봉두난발을 하고, 얼굴에는 부뚜막 재나 바르고 가."
"내가 만일 봉두난발을 하고 얼굴에 재나 바르고 가면 하소용이 아마 이렇게 말할 거예요. '허삼관 마누라 꼬락서니 좀 보소.'"
허삼관이 생각해보니 그 말도 맞는 것 같았다. 그 개자식에게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 화장하고 가."

142p.
"말해봐요. 당신하고 그 임 뚱땡이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렇게 뚱뚱한 여자랑도 그러고 싶어요?"
허삼관은 자기 얼굴을 문지르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 사람이 다리가 부러져서 그냥 들러본 거라구. 다 인지상정 아닌가…."
"뭐가 인지상정이야. 남의 침대 위까지 기어 올라간 게 인지상정이야? 계속 말해봐요."
"손으로 다리를 주물러준 것뿐이야. 어디가 아픈지 물어본 것뿐이라구…."
"넓적다리? 아니면 종아리?"
"처음에는 종아리를 주물러다가 나중에는 넓적다리를…."
"이 창피한 줄도 모르는 인간아."
허옥란은 손가락으러 허삼관의 얼굴을 찔렀다.
"계속해봐요."
"계속하라구?"
허삼관이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러다가 그녀의 젖을 꽉 쥐었지."
"아이야!"
허옥란이 소리쳤다.
"도대체가 배울 게 없어서 그 몹쓸 놈의 하소용이 하는 짓을 따라 배우냔 말이야. 이 가망 없는 인간아!"

191p.
"자, 업혀라."
허삼관은 일락이를 업고 동쪽을 향해 걸어갔다. 골목을 지나 큰 길로 접어들었는데, 그 길은 바로 성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 옆으로 난 길이었다. 걸어가는 중에도 허삼관의 입은 일락이에게 쉴 새 없이 욕을 퍼부었다.
"이 쪼그만 자식, 개 같은 자식, 밥통 같은 자식…. 온르 완전히 날 미쳐 죽게 만들어놓고…. 가고 싶으면 가, 이 자식아. 사람들이 보면 내가 널 업신여기고, 만날 욕하고, 두들겨 패고 그런 줄 알 거 아니냐. 널 십일 년이나 키워줬는데, 난 고작 계부밖에 안 되는 거 아니냐. 그 개 같은 놈의 하소용은 단돈 일 원도 안 들이고 네 친아비인데 말이다. 나만큼 재수 옴 붙은 놈도 없을 거다. 내세에는 죽어도 네 아비 노릇은 안 하련다. 나중에는 네가 내 계부 노릇 좀 해라. 너 꼭 기다려라. 내세에는 내가 널 죽을 때까지 고생시킬 테니…."
승리반점의 환한 불빛이 보이자 일락이가 허삼관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지, 우리 지금 국수 먹으러 가는 거예요?"
허삼관은 문득 욕을 멈추고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213p.
허삼관은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올라가 일락이를 등에 업고 내려왔다. 지붕에서 내려온 허삼관이 일락이에게 일렀다.
"일락아, 여기 꼼짝 말고 있어라."
이렇게 말한 뒤 허삼관은 하소용의 집으로 들어가 식칼을 들고 나왔다. 그러고는 하소용의 집 대문 앞에 서서 식칼로 자기 얼굴과 팔을 그어 상처를 낸 후, 선혈이 낭자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똑바로들 보시오. 이 피는 내가 칼로 그어서 나온 거요. 당신들…."
허삼관은 하소용의 부인을 쏘아보며 말을 이었다.
"만약 당신들 중에 또 일락이가 내 친아들이 아니라고 말하는 자가 있으면, 이렇게 칼로 베어버릴 테요."
말을 마친 뒤 허삼관은 칼을 내던지고 일락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일락아, 우리 집에 가자."

246p.
"아버지, 십 원만 가져갈게요."
"전부 가져가거라. 이건 내가 방금 피를 판 돈이니 다 넣어둬라. 이 안에는 이락이 몫도 있다. 너하고는 그나마 가까이 있잖니. 이락이가 널 찾아가면 십 원이나 십오 원쯤 줘라. 이락이한테 돈 함부로 쓰지 말라 이르고. 아버지는 너희랑 멀리 떨어져 있어서 평소에 너희를 돌볼 수 없으니 형제들끼리 서로 의지하고 지내야지."

328p.
허옥란은 세 아들의 말을 듣고는 그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을 퍼부었다.
"이 자식들아, 너희들 양심은 개한테 갖다 줬냐? 아버지를 그렇게 말하다니. 너희 아버지는 피 팔아 번 돈을 전부 너희를 위해서 썼는데. 너희 삼형제는 아버지가 피를 팔아 키웠다 이 말이다. 생각들 좀 해봐라. 흉년 든 그해에 집에서 매일같이 옥수수죽만 먹었을 때, 너희들 얼굴에 살이라고는 한 점도 없어서 아버지가 피를 팔아 국수를 사주셨잖니. 이젠 완전히 잊어버렸구나. 그리고 너 이락이, 네가 생산대에 갔을 때 너희 대장한테 너 좀 잘 부탁한다고 아버지가 피를 두 번이나 팔아서 밥 먹이고 선물까지 사주고 그랬는데, 너 아주 까맣게 잊었구나. 일락이 너도 그럴 줄은 몰랐다. 네가 아버지를 두고 그렇게 말하다니, 참 가슴이 미어지는구나. 너한테 아버지가 얼마나 잘해주셨는데. 사실 친아버지는 아니지만, 너한테는 다른 어떤 아들한테보다 잘해주셨을 게다. 네가 상하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집안에 돈이 없어서 아버지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피를 파셨지 않니. 한 번 팔면 석 달은 쉬어야 하는데, 너 살리려고 자기 목숨은 신경도 쓰지 않고, 사흘 걸러 닷새 걸러 한 번씩 피를 파셨단 말이다. 쑹린에서는 돌아가실 뻔도 했는데, 일락이 네가 그 일을 잊어버리다니…. 이 자식들아, 너희들 양심은 개새끼가 물어갔다더냐. 이놈들…."

331p.
"그런 걸 두고 좆 털이 눈썹보다 나기는 늦게 나도 자라기는 길게 자란다고 하는 거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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