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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랑 이랑
게시물ID : lovestory_674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조냐
추천 : 0
조회수 : 42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7/12 00:36:09
나의 자랑 이랑 / 김승일  

넌 기억의 천재니까 기억할 수도 있겠지.  
네가 그때 왜 울었는지. 
콧물을 책상 위에 뚝뚝 흘리며, 
막 태어난 것처럼 너는 울잖아.  
분노에 떨면서 겁에 질려서.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네가 일을 할 줄 안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는 날이면, 
세상은 자주  이상하고 아름다운 사투리 같고.
 그래서 우리는 자주 웃는데.  
그날 너는 우는 것을 선택하였지. 
네가 사귀던 애는  문밖으로 나가버리고. 
나는 방 안을 서성거리며  
내가 네 남편이었으면 하고 바랐지. 
 뒤에서 안아도 놀라지 않게,  
내 두 팔이 너를 안심시키지 못할 것을 다 알면서도  
벽에는 네가 그린 그림들이 붙어 있고  
바구니엔 네가 만든 천가방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좁은 방 안에서,  
네가 만든 노래들을 속으로 불러보면서.  

세상에 노래란 게 왜 있는 걸까?  
너한테 불러줄 수도 없는데.  
네가 그린 그림들은 하얀 벽에 달라붙어서 
 백지처럼 보이려고 애쓰고 있고.  
단아한 가방들은 내다 팔기 위해 만든 것들, 
우리 방을 공장으로, 
너의 손목을 아프게 만들었던 것들.  
그 가방들은 모두 팔렸을까? 
나는 몰라,  네 뒤에 서서 얼쩡거리면  
나는 너의 
서러운,  서러운 뒤통수가 된 것 같았고. 
 그러니까 나는 몰라, 
 네가 깔깔대며 크게 웃을 때  
나 역시 몸 전체를  세게 흔들 뿐 
 너랑 내가 웃고 있는  까닭은 몰라.  
먹을 수 있는 걸 다 먹고 싶은 너.  
플라타너스 잎사귀가 오리발 같아
 도무지 신용이 안 가는 너는, 
나무 위에 올라 큰 소리로 울었지. 
 네가 만약 신이라면  
참지 않고 다 엎어버리겠다고  
입술을 쑥 내밀고  노래 부르는  랑아,  
너와 나는 여섯 종류로  인간들을 분류했지 
 선한 사람, 악한 사람...... 
 대단한 발견을 한 것 같아  막 박수 치면서,  
 네가 나를 선한 사람에   끼워주기를 바랐지만. 

 막상 네가 나더러 선한 사람이라고 했을 때. 
나는 다른 게 되고 싶었어. 
이를테면  너를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람.  
나로 인해서,  너는 누군가의 자랑이 되고  
어느 날 네가 또 슬피 울 때, 네가 기억하기를  
네가 나의 자랑이란걸  기억력이 좋은 네가 
기억하기를,  바라면서 나는 얼쩡거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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