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꾀로 미인 아내를 얻은 권풍운의 사위(어우야담)
'권풍운'은 자가 태공으로 큰 부자였다. 그에겐 예쁜 딸이 있었는데, 그 딸이 시집갈 나이가 되자, 화공을 시켜 잘 생긴 귀공자 하나를 그리게 하여 문 옆에 걸어두고 방을 붙였다.
'딸을 위하여 사윗감을 고르는데, 이 정도는 되어야 허락할 수 있지, 그렇지 못하면 내 사위가 될 수 없다.'
그 그림을 쳐다보고 지나가는 남정네가 하루에도 수 천명에 이르렀으나. 아무도 응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화가가 그린 귀공자 그림이 너무도 잘 생기게 그린 때문이었다.
하루는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이 지나가다가 그림을 보곤 절을 넙죽하였다. 그리고 멀쑥하게 물러나서 세심하게 살피더니, 손벽을 치며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내가 늙어서 노망이 난 게로군. 이 그림을 보고서 나는 우리 도련님인 줄 알고 절을 하였구나!"
말을 마치고는 소매를 휘저으며 가 버렸다. 부자의 여종이 옆에서 보고 있다가, 엎어질듯이 달려가서 부자주인 영감에게 아뢰었다. "이 그림을 걸어놓은 뒤에 한 해가 다 가도록 응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방금 한 노인이 나타나 그 집 도련님인 줄로 잘못 알고서 절을 했다가 크게 웃고 가 버렸습니다." 곧 부자가 사람을 시켜 그 사람을 뒤쫓게 하고, 그 사람을 따라잡아 물어보니 과연 그러하였다.
이에 부자는 부모와 의논하여 길일을 택하고 그를 사위로 맞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