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영화로 개봉된 원더우먼을 보면서 자꾸 과거 미드 원더우먼과 비교를 하게 된다. 재미라든지 볼거리라든지 뭐 그런 면에서 많이 달라졌구나 생각을 하다가 문득 ... 근본적으로 여성 히어로에 대한 관점 자체가 많이 달라졌구나 라는걸 발견했다.
과거 미드의 원더우먼이 가진 능력은 철저히 '템발'에 의존한다. 그녀에게는 벨트, 팔찌, 티아라, 밧줄, 투명 비행기 등등이 있고 그런 장비들을 다 벗어놓게되면 원더우먼은 무력한 보통 여자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이번에 개봉한 영화에서의 원더우먼은 완전히 다르다. 모든 능력은 철저히 그녀 자신의 것이다. 팔찌로 총알을 막는 것도 온전히 그녀의 시력과 민첩함 때문이고 전차를 집어던지는 괴력 역시 그녀의 몸에 있다. 심지어 결말에서 드러나는 최종 해결의 열쇠 역시
바로 그녀 자체이다.
영화속 그녀에게 미드에서와 같은 변신은 아무 의미가 없다. 무슨 옷을 입든 어떻게 꾸미든 그녀는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투명 비행기가 사라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조심스러운 추측이지만 이번 영화는 단순히 재미로만 보는게 아니라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보는 사람들이라면 참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뭐 이러나 저러나 나한테는 그냥 재미있는 오락 영화였다. 과거의 추억과는 단절된 새로운 원더우먼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것 또한 그것대로 나쁘지 않다. 새로운 것은 새로운대로 즐길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