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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이 말했다. "이제부터 게임을 시작하지."
게시물ID : lol_675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혼자뜨는달
추천 : 23
조회수 : 1431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2/08/07 23:51:46

'소환사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게임이 시작되고 영웅들이 분주하게 장비를 구입하고, 착용하고 있던 그 순간 베인이 말했다.

"너희에게 주어진 시간은 30분. 30분 내로 게임을 끝내지 못하면 나는 미성년자의 신분으로 인한 제약으로 게임을 튕기게 되지."

 

알리스타는 순간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보다 더 먼저 반응한 것은 이렐리아.

"ㅋㅋㅋㅋ"

전체 채팅으로 울려퍼지는 베인의 한 마디에 채팅창은 초토화됐다. 알리스타는 알 수 없었지만 상대팀의 조롱이 귓가에 선명하게 울려퍼지는 듯 했다.

 

"이제부터 게임을 시작하지."

베인이 우물의 경계에서 7.5점짜리 구르기를 완벽하게 펼쳐보이면서 말했다. 이렐리아. 모르가나. 쉬바나. 알리스타. 30분내에 게임을 끝낼 수 있는가. 팀의 미래에 암운이 드리워지는 듯 했다.

 

"30분이면 게임을 끝내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화려한 용의 춤사위를 보여드리겠소."

"어차피 이즈리얼도 30분이 한계. 원딜 없다 생각하고 게임하면 이길 수 있다, 이렐리아!"

 

쉬바나와 모르가나의 용기를 북돋는 말이 들려오고 게임은 시작되었다. 알리스타는 생각했다. 베인의 충격적인 선언에 적 이즈리얼도 자신이 미성년자임을 커밍아웃한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베인의 cs를 훔쳐먹으며 스스로 성장해야 하는가? 베인이 30분 내로 적 팀의 멘탈을 초토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베인! 네 죄는 더 이상 묻지 않겠다! 똥만 싸지 않는다면 네가 탈주한 이후에도 이 게임을 승리로 이끌어줄 것이다! 그것이 너의 죄를 사함받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라!"

 

이렐리아가 선언하듯 승리를 향한 의지를 다졌다. 전투의 양상은 초반부터 격렬했다. 원딜의 부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드라인에서 모르가나와 브랜드가 펼치는 죽음의 향연에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양측의 미니언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여갔고, 탑라인은 그야말로 마계대전과도 같았다. 이렐리아를 왕귀시키려는 쉬바나와, 이를 저지하려는 오공&말파이트의 계속되는 전투가 유혈사태를 야기시키고 있었다.

 

이에 반해 봇 라인은 평화로웠다. 하지만 양측 원딜러의 반응은 달랐다. 베인은 암묵적인 평화협정 아래 무난하게 cs 챙기는 반면, 이즈리얼과 소라카는 무의미한 알리스타에의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있었다.

 

"베인! 너는 싸우고자 할 의지가 없는가?"

수차례 죽음을 목도해야 했던 알리스타가 절규했다.

"때가 이르지 못했으니 경거망동하지 마라, 알리스타. 우리에겐 아직 20분이 남아있다."

"빌어먹을! 20분은 결코 길지 않다! ......"

순간 무방비로 노출된 알리스타를 향해 소라카의 침묵이 날아들었다. 채 말을 마치지 못한 알리스타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빠진 그 때 베인이 사라졌다.

"베인?"

"정신차려라! 알리스타!"

알리스타 곁으로 날아들어온 이즈리얼에게 혼심의 힘을 다한 베인의 화살이 날아와 박히자 적이 그대로 벽으로 밀려나 충돌하며 기절했고 정신을 차린 알리스타가 탈진을 걸었다. 이즈리얼은 심각한 고통에 몸부림치며 점멸로 전장을 벗어나려 했지만 알리스타의 박치기와 분쇄가 연이어 작렬했다.

소라카의 힐은 무의미했다. 베인은 신기에 가까운 무빙으로 이즈리얼을 뒤쫓았고 소라카는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순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생각한 이즈리얼이 돌아서며 정조준 일격을 날렸고 알리스타는 눈을 질끈 감았다.

 

'퍼스트 블러드'

그리고,

 

'더블킬'

 

적도 아군도 혼전 속에서 알리스타는 우물로 강제 송환되었지만 베인은 이즈리얼과 소라카를 잡아내며 첫 승전보를 알렸다. 아군도 적군도 침묵하는 순간 모르가나가 외쳤다.

 

"브랜드가 없다!"

 

알리스타는 회색 시야로 재빨리 맵을 살폈다. 베인은 브랜드의 먹기 좋은 밥. 하지만 쉬바나와 모르가나가 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봇라인 삼거리에서 베인과 브랜드가 마주친 순간 쉬바나가 용으로 변신하며 내지르는 공포스런 비명이 소환사의 협곡을 뒤덮었다. 브랜드는 미처 베인을 잡아내기도 전에 쉬바나와 모르가나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봇에서 한차례 대규모 유혈사태가 벌어진 무렵, 탑라인에선 적 외곽타워를 무리하게 진압하려던 이렐리아가 말파이트와 오공의 손에 죽임을 당해 우물로 강제소환당했고, 이후 전투는 베인을 키워 조기에 게임을 끝내려는 아군과 어떻게든 버티며 원딜러가 없는 이후의 상황을 도모하려는 적의 대치 양상으로 흘렀다.

 

베인은 첫교전 이후 탈취한 용으로 인한 골드를 합쳐 보다 강해졌고, 이즈리얼의 무모한 무빙을 비웃기라도 하듯 기회가 날때마다 화살을 날렸다. 그것은 이즈리얼에게 죽음의 선고와도 같았다.

 

이즈리얼의 죽음과, 그에 따른 소라카의 절명. 봇라인 적 외곽타워가 진압되고, 내곽타워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자 견고하던 상대 진영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베인! 단독행동은 금지다!"

"닥쳐라, 이렐리아! 내게는 알리스타가 있다."

"알리스타는 말파이트를 막지 못해!"

 

알리스타는 이렐리아의 말에 수긍했다. 어시스트를 많이 올렸지만 그 정도로 말파이트와 대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그녀의 말이 맞다, 베인."

"나는 너와 봇라인에서 6킬을 일궈냈다. 어째서 너 자신을 믿지 못하지?"

순간 베인의 등에서 광채가 났던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알리스타는 그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할 자신감이 용솟음 쳤다.

"죽음이 그토록 두렵나? 이제 10분 밖에 남지 않았다, 알리스타. 나를 도와 싸우다 죽겠는가? 아니면 비겁하게 도망치겠는가?"


알리스타는 고개를 숙였다.

"너와... 싸우다 죽겠다."

어느새 눈앞에 적 봇듀오와 말파이트, 브랜드가 나타났다. 말파이트는 벽과도 같이 느껴졌다. 알리스타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말파이트가 땅을 박차는 순간 베인은 알리스타의 뒤로 물러섰고, 홀로 남은 알리스타는 포효했다. 격렬한 충격에 휩쌓이며 공중에 뜬 알리스타의 눈앞에 브랜드와 이즈리얼, 소라카가 집중포화를 날리는 모습이 보였고 말파이트는 베인을 향해 멈출 것 없이 돌진했다.

 

그 순간 미드라인 적 외곽타워를 파괴하는데 성공한 모르가나가 알리스타의 앞을 가로막으며 칠흑의 방패를 걸어주는 동시에 영혼의 족쇄로 적들에게 공포를 선물했고 뒤이어 쉬바나가 날아들며 온 대지를 불태워버릴 듯한 기세로 적을 공격했다.

 

세명의 적은 순삭당했다. 하지만 아직도 베인은 말파이트를 상대로 버텨내고 있었다. 상황을 깨닫고 정글을 향해 도망치는 말파이트를 추격한 아군은 고대 골렘 앞에서 적 오공을 만나지만 그의 합류는 부질없는 짓이었다. 오공을 박치기로 아군에게서 때어낸 알리스타는 그것을 마지막으로 또 한 번 죽음의 고통 속에 단말마를 내질렀지만 곧 이어 베인의 더블킬이 전장에 울려퍼졌다. 모르가나와 알리스타의 시체를 바라보며 베인은 나지막하게 읇조렸다.

 

"알리스타. 너의 희생은 보상받을 것이다."

 

홀로 괴롭힘을 견뎌야 했던 이렐리아를 제외하곤 일방적인 우세. 베인은 무쌍했지만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억제기를 목전에 앞두고 있었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베인이 없이는 말파이트와 오공을 막을 수가 없었다.

 

소환사가 게임을 종료하였습니다.

 

드디어 약속된 시간. 이즈리얼이 게임을 종료했다.

"? 어째서?"

하지만 베인은 여전히 전장에 남아있었다. 알리스타를 비롯한 모든 영웅들이 베인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너희들은 주어진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지. 나는 성인이다. 하지만 너희들이 주어진 시간이 짧다고 절망하며 포기한다면 나는 그대로 게임을 종료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제 트롤은 없다. 네 덕분이다, 알리스타."

"ㅋㅋㅋㅋㅋㅋㅋ"

"베인 이 개새끼야! ㅋㅋㅋ"

팀원들의 환호와도 같은 욕설이 한동안 채팅창을 가득 메웠다. 숫적으로 대등해도 이미 무쌍한 베인을 막기는 벅차보이는 상대였다. 하지만 이제 5:4 게임이 되어 있었고, 적들에게서 싸우고자할 의지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것은 의지의 차이다. 알리스타는 생각했다.

 

적들은 만장일치로 게임을 포기했고, 알리스타는 내지른 승리의 포효가 영웅들의 전장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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