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위험한 실험을 하게 된다면 하나하나 따지면서 주의해야하는 건 맞아요. 정형화된 실험방법이 있다면 거기에 맞추는 것도 맞는 말이구요.
..하지만, 이건 좀 많이 심한 거 같아요.
그냥 [* 실험시작 전에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숙지한다.]로 퉁치면 안되나요?
복사 붙여넣기도 안되는 양식에 일일히 [* 실험 전에는 반드시 장갑을 끼어야 한다.] 라던가 [* 화제 알람이 울리면 모든 실험을 중지하고, 위험한 상황이 없는지 확인한 후, 침착하게 대피한다.] 따위를 적고 앉아 있어야 하는 건가요?
거기에, 일부 실험같은건, 번뜩이는 아이디어에서 나와서 실험하는 거고, 어떤 오차요인이 있을 지 몰라서 막 실험을 시작해보는 단계일 수도 있는 건데.. 이걸 또 일일히 상상하면서 미리 작성해야하는 건가요?
누가 "유리 파이펫에 아가로즈를 가득 채워넣는다." 라던가 "코니컬 튜브를 잘라서 틀을 만든다."따위를 연구과제 시작단계에서 갑자기 떠올리나요? 그냥 연구노트에만 작성하면 안되는 건가요? 나중에 위험할 것 같은 요인이 보이면 그때 적으면 안되는 건가요?
..애초에 전자레인지 돌리는 것 조차도 위험절차를 복붙없이 일일히 작성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따구 정책을 실행하면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는 걸 기대하고있는 꼬락서니가 참.. 한숨밖에 안나오네요.
아마 제한효소를 처음 생각해낸 과학자들도, 이 사전유해인자를 작성하라고 했다면, 안한다며 때려쳤을겁니다. 어떤 위험요인이 있을 줄 알고 미리, 쓸대없이 자세하게, 위험할 것 같은 요인들을 작성하고 앉았답니까? 실험은 고작 몇 시간도 안되서 끝날텐데.. 이거 생각하느라 몇 일이 소요되고.. 배보다 배꼽이 더 커요, 진짜.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