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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300골드
게시물ID : military_345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louds
추천 : 1
조회수 : 39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11/19 20:05:48
달과 300골드


일병이 되고 두달이 지난 어느날이었다. 우리 부대는 매일 저녁시간 즈음 근무자 신고를 한 후, 총기를 근무시간에 맞춰 총기보관대에 거치하는 일을 했다. 부대 총기보관함에 흩어져 있는 총 개수를 파악하는 이 일을 '총기를 잡는다'라고 표현했는데 이 일은 주로 일병 막내가 하게 되었다. 동기가 없던 나는 한달 선임들이 같이 도와주었고 내 몫의 한달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거저먹기로 넘어간 탓에 윗 선임들의 눈치가 보였기에 종종 아랫군번이 총기잡을때 도와주곤 했다.

그날도 여느때와 같이 평화로운 하루였다. 생활관 분위기가 좋지 않았으니깐. 생활관에 머물러봤자 옆 생활관 한상병이 날 가지고 놀게 뻔하니 도망갈 요량으로 총기를 잡으러 갔다.

아랫군번과 아랫아랫군번이 열심히 총기를 세고 있었다. 내가 할일은 없고   해서 가져오는 총기를 거치대에 걸고 있는데 브라보포대 악마 윤상병이 총기를 들고왔다. 곱상하게 생긴 얼굴과 달리 싸이코짓을 일삼는 윤상병을 '하얀 얼굴의 악마'라고 불렀고 평소에도 피했건만, 내 밑에서 총기를 셈하고 있는 후임들이 자신감을 주었나보다. 그리고 총기거치대를 사이에두고 마주친 그와 내가 게임에서 용사와 상점 npc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랴.

"300골드입니다"
"뭐?"
"300골드입니다"
"...11월 군번 데려와"

순간 아차 싶었다. 친하지도 않은 놈한테 왜 개드립을 쳤지?

"죄송합니다"
"...10월도 데려와"
"죄송합니다"
"...9월도 데려와. 아니다. 니 위로 내 위로 점호끝나고 데려와"

세상이 터졌으면 좋겠다 싶었다. 거진 삼십명이 넘어가는 선임들을 집합시키다니.. 손발이 저릿저릿해졌다. 머리가 어지러워 한숨 고르고 이를 악물었다. 어쩔 수 없다.

한명한명 찾아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집합해달라고 부탁했다. 선임들은 집합이 끝난후에 보자고 이를 갈았다.
점호전 청소시간이 되었다. 선임들에게 라운딩을 돌면서 혹독하게 시달린 내 멘탈은 깨져있었다. 칭찬은 못받아도 욕은 먹지 말자는 생각으로 위기의 순간들을 해쳐지나갔던 지난 시절이 헛거가 되었구나. 이제 내 군생활은 고문관 취급받겠구나. 행정실에서 걸레질을 하니 눈물이 나와서 불을 끄고 달을 바라보며 혼자 훌쩍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이 열렸다.

"여기서 뭐하냐?"
"박일병님.."

울다 걸린게 민망해서 대충 눈주위를 만지작 거리다가 위로 올라갔다. 생활관에 올라가니 다들 실실대고 있었다.
"야 울보새끼야"
"일병 ㅇㅇㅇ! 죄송합니다 저때문에.."
"괜찮아 임마. 털려봤자 얼마나 털리겠냐. 그렇다고 질질 짜고있냐"
"죄송합니다 ㅠㅠ"

점호시간이 끝나고 30여명의 선임들을 데리고 윤상병의 생활관으로 향했다.
"윤상병님 데려왔습니다"
"어휴 울보새끼. 꺼져 이새끼야"

그렇게 나는 울보새끼가 되었고 그때 그 사건은 전역하는 순간까지 선임에게, 후임에게 회자되며 날 고통받게 만들었다.

샤코 : 상대 리븐이잖아요 천갑옷 사세요
블라디미르 : 안사
샤코 : 왜?
블라디미르 : 300골드잖아. 여기엔 슬픈 전설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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