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도 희망도 없으니 음슴체로
수능 끝나고 대학가기 전에 내 흑역사를 청산하기 위해 중학교 이후로 한번도 안했던 싸이월드를 들어갔음
나는 매우 자신만만했음
왜냐하면 내 기억에는 인터넷에서나 보던 그런 중2중2한 내용을 쓴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친구하고 커플다이어리 쓰고, 같이 그리던 만화 설정짜고, 미니미꾸미고 뭐 그런 기억밖에 없었음
그런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니홈피 제목부터 말 끝에 '...랄까?'가 붙어있음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그 극악의 중2병오타쿠였던 건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프로필 들어가자마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위쪽은 평범하게 생년월일, 혈액형 뭐 이런거였는데
스크롤을 내리니까 나오는 '세상은...' '죽음은...' '인간이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자마자 기겁하고 삭제해버려서 내용이 뭔진 기억 안나지만
대충 저런거였음ㅋㅋㅋㅋㅋㅋ뭐 인간은 너무나도 한심해...이런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다 키워드에는 죽음, 공허, 허무 이딴게 있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2문답에는 첫번째부터 당신은 누구냐는 질문에 '37.81차원의 사람이랄까'뭐 이딴게 적혀있고ㅋㅋㅋㅋㅋㅋㅋ
대문글에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진짜 말 못해요... 무려 대문글인데 보고 경악했음...ㅋ
그중 제일 무난한 예시가 '건드리지 마...건드리면 터져버릴지도 몰라...'임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지금의 내가 널 수류탄처럼 터뜨려버리고싶다^^ 그때의 나 왜그랬니...
막 '날 혼자 내버려도 슬픔도, 분노도 전부 잘 견뎌왔으니까 난 혼자였으니까'이딴 고독한 늑대ver도 있고...
와 진짜 창피해 미쳐버릴거 같음 나지만 그때의 내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안감
지금까지 인터넷에 사람들이 올리는 자기 중2병 흑역사 보고 진짜 미친듯이 웃었었는데
내가 웃고있을 처지가 아니었어... 나에게도 중2병이 왔었었구나...그것도 아주 심각하게...주륵...
안그래도 중학교때 인간이란 무엇인가 죽음은 과연 무엇인가 뭐 이런 고민을 좀 하긴 했었음
그래도 내가 저런거 잘 표현 안해서 그냥 생각만하고 넘어간 줄 알았었는데
남들 다 보는 인터넷 미니홈피에 저렇게 대문짝만하게 싸질러놨었다니...^_ㅠ
아 진짜 죽고싶음 아니 그때의 날 진짜 죽여버리고싶음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를 정말 죄책감같은거 없이 후련하게 죽여버릴 수 있을거 같음
그래도 중학교 뒤로 저를 포함한 다른 친구들도 다 싸이 안해서 다행임
했으면...^^ 남은 미래는 영원히 안녕...
여러분도 몇년씩 방치해놓고 안 들어간 홈페이지나 블로그 같은거 있으면 꼭 들어가서 싹 다 치우세요
나중에 뭔일을 당할지 모름
결론:흑역사는 뭔일 일어나기 전에 제거할 수 있으면 제거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