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책속의 명언47 - 사랑의 행위 / 하워드 제이콥슨 / 은행나무
게시물ID : lovestory_675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좋아헤
추천 : 1
조회수 : 72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7/17 18:20:32

출판일 13.12.26
읽은날 14.07.17

21p.
어느 날 아침, 어머니가 날 찾아왔다. 그때 나는 비탄에 젖은 채 침대에 꼼짝 않고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날이면 날마다 내 몸 안이 제집인 양 눌러앉은 슬픔을 안고서. 산과 꿀이 섞인 뜨겁고 쓰라린 액체가 내 혈관을 타고 느릿느릿 들큼하게 흐를 때였다.
내가 물었다.
"항상 이런 식인가요?"
"배신 말이니?"
"사랑 말이에요."
어머니는 연방 흘러내리는 실크 잠옷 가운을 끌어당기며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나의 어머니, 그녀는 언제나 다른 시대 사람처럼, 마치 과거로 내던져진 사람처럼 보였다. 마침내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아니라고 대답해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하지만 언젠가 다른 사람이 나타날 거야. 그러면 넌 이번 일을 까맣게 잊겠지."
"언제요? 언제 그렇게 되는데요?"
어머니가 살며시 내 손을 잡았다. 우리 가족 간에는 드물었던, 따스한 손길. 신체 접촉이란 부적절한 행동이나 거부반응에만 쓰이는 것인 줄 알았는데. 
"운이 따라준다면, 다시는 그렇게 안 될 수도 있단다."
"다시 그렇게 안 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다음 사람은 좀 덜 사랑할 줄 알아야 해. 그게 아니면 최소한 마음을 조금 덜 쓸 줄 알아야지."
"하지만 그러면 사랑이 아니잖아요?"
"아, 그건……." 어머니는 슬슬 나갈 채비를 하며 말했다. "정말 심오한 문제로구나."

47p. (세상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구나 싶어서)
난 확신했다. 아무리 마리우스라도 내 언어를 들으면 질겁할 것이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난 그에게 서늘한 충격을 주고 싶었다. 이를테면 이런 식으로.
'한 여자를 사랑하면서 그녀가 다른 사람의 품에 안긴 모습을 상상해 보지 않은 남자는 없다. 다른 남자가 그녀를 범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기 전에는 그 어떤 남편도 진정 행복해질 수 없다. 진실하고 순수한 행복, 남편으로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행복은 느낄 수 없다.'

62p.
"재킷 벗는 모습 하나가 그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려주는 법이다. 당당하게 벗을 자신이 없다면 그냥 입고 있는 게 낫지"

65p.
내 생각에 결국 마리사의 마음을 내 쪽으로 기울게 한 것은 바로 대화 방식이었다. 앞에서도 얘기했듯, 프레디는 수다쟁이였다. 수다쟁이는 종종 여자를 외롭게 한다. 마리사도 대화를 원했지만, 잠자코 듣기만을 원한 건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그녀의 바람에 걸맞은 대화 상대였다. 극적이고 관망적이며 순간적인 대화. 유쾌하되 심오하게 유쾌한 대화. 대화로써 풍성해지는 대화.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대화. 솔직히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화 상대로서 나는 여성스럽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아마 바다 같다는 뜻이리라. 견고한 틀이 잡히지 않았다는 뜻. 마치 태아를 감싼 양막처럼. 나는 과정도 목적지도 모르고 무작정 출발하길 즐겼다. 그저 대화의 흐름에 나를 맡겼다. (프레디가 항상 그랬듯이) 여자가 나를 불편해하지 않는 것이 천만다행일 만큼 일장연설을 늘어놓지 않았고, (역시 프레디가 항상 그랬듯이) 내가 제시한 화제가 더 즉각적인 관심을 요한다는 이유로 그녀의 여념을 끊어버리지도 않았다. 그렇게 나는 일부러 만만한 상대가 되었고, 특히 만만하게 같이 다닐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