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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고 실망스럽고 좌절스럽고 그리고 절망스럽고...
게시물ID : sisa_6760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메탈리카님
추천 : 0
조회수 : 16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3/01 13:18:42
어제 12시에 내용도 보이지 않는 헤드라인만 띡하고 올라온 연합뉴스발 "<속보> 더민주,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 을 보자마자 손에 쥐고 있던 마우스를 집어던져버렸습니다. 옆에서 열심히 트윗질하던 와이프가 깜짝 놀라서 벌벌 떱니다. 도저히 끓어오르는 화가, 분노가 주체가 안됩니다. 그대로 있다간 뭐라도 할 거 같아서 아직 홍익표 의원님께서 열심히 필리버스터링을 하고 계셨지만 그대로 침대로 가서 잠을 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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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의원 때부터 거의 하루 2-3시간 자고 필리버스터를 시청했던지라 웃기게도 그렇게 화가 남에도 불구하고 바로 곯아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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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침대 맡에 앉아서 한 20분 간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그래도 잠들기 전보다는 조금 화는 누그러진거 같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이 "나는 어제 왜 화가 났을까, 분노의 정확한 대상은 무엇일까"하는 의구심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순간적으로 마우스를 집어던져버릴 정도로 분노가 일었지만 그 분노의 정확한 이유와 대상은 딱히 머리 속에서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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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아침이 됐으니 아침밥을 달라며 에옹대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똥치워주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면서도 계속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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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화가 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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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분노가 가라앉고 차분해지면서 첫번째 드는 생각은 배신감이었습니다. 정확하게는 그간 제 스스로가 야당의원들에게 느꼈던 고마움, 받았던 위로의 크기 만큼이나 아마 중단한다는 결정에 대한 배신감이 들었던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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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아쉬움이었습니다. 아 그간 멀게만 느껴졌던 정치, 이성적으로는 정치는 곧 생활이라고 느끼지만 전혀 단절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정치가, 그 정치인들이 자기들의 진정성어린 목소리와 손짓과 발짓으로 24시간 내내 저를 바라보고 제발 들어주세요 하고 읍소하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강렬하고 때로는 감동적이고 때로는 매우 유익한 정치적 지식을 담고 있는 그 품격있는 발언들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라는 것에 대한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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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들었던 생각은 첫번째 두번째 이유가 모두 순전히 내 감정적인 아쉬움과 배신감이었구나싶었습니다. 이성적인 판단보다 감정적인 것들이 다소 더 크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너무 행복했거든요 요 일주일간 ㅎㅎ 그 동안 적어도 한국사회에서 쓰레기 취급받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우리 사회의 모든 소중한 가치에 대한 논의가 다 쏟아져 나오는 게, 그리고 트위터, 페북, 유툽, 게시판까지 많은 사람들의 논거와 논쟁을 유발하고 있는 이 활기찬 모습들을 볼 수 있었거든요. 그 행복을 마치 빼앗기는 거 같아서 너무 화가 나고 실망스럽고 절망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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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곳 게시판에서 어떤 분들은 너무 속상해서 탈당할거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어떤 분들은 호들갑떨지 말라고도 하십니다. 아마 사람마다 다소 감정적인 분도 계실 거고 철저하게 이성으로 무장하신 분들도 계실겁니다. 다 저마다 느끼는 분노와 실망감의 크기도 모양도 다를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조금은 시간이 필요한 듯 싶네요. 감정을 누그러트리고 차분해지기 까지는 분명 시간이 조금은 필요할 겁니다. 그러니 먼저 차분해지시고 상황이 명확하게 보이시는 분들은 조금더 참고 기다려주시고 아직 감정이 추스러지지 않는 분들은 그냥 그대로 울분을 토하시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속상하고 눈물이 나는데 자기 얘기를 어디에라도 쓰고 토해야죠. 그래야 감정이 조금이라도 누그러지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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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감정이 조금이라도 누그러지고 차분해지면 이제 다음을 봐야죠. 문제가 뭐였나 면밀하게 분석하고 패배는 막아야죠. 다만 조금만 시간을 더 주세요. 화나고 실망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너무 이성적으로 몰아붙이지 마시고 사랑했으니 배신감이 생기는 거겠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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