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대청해전에서 사망한 ‘김주혁’을 공화국 영웅으로 명명하고, 그의 모교를 아예 ‘김주혁 중학교’로 개명했다고 한다.
지난 1월에도 강풍에 선박이 침몰해 죽음을 맞으면서도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를 구해낸 북한 선원들에게 ‘노력영웅’칭호와 훈장이 수여되었다고 밝힌 바 있었는데, 최근 들어서 이처럼 ‘영웅’칭호를 수여하고 주민들이 이들을 따라 배우도록 하는 ‘영웅띄우기’가 부쩍 늘어난 것은 그만큼 북한 주민들의 충성심이 예전같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의 영웅칭호는 최고의 권위를 갖는 명예칭호로서 ‘공화국 영웅’과 ‘로력영웅’칭호 2가지가 있다. ‘공화국 영웅’은 주로 체제 보위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반면, ‘로력영웅’칭호는 경제, 문화, 건설 등의 분야에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 주어진다.
또한 영웅칭호는 사람 뿐만 아니라 사물에도 수여되는데 지난 1984년 천리마제강연합기업의 분괴압연기가 영웅칭호를 받은데 이어 80년대 후반 수풍발전소의 발전기도 역시 영웅칭호를 받은 바 있다.
북한은 체제 고수와 주민들의 결속력 강화를 위해 이러한 ‘영웅’칭호를 제정해 수여하고 있지만, 김일성 사후에는 남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8년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이 “강성대국을 건설하기 위한 새 세기의 투쟁 속에서 근 800명의 공화국 영웅, 노력영웅이 배출되었다”고 보도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북송된 비전향 장기수들은 물론 북한 국경을 무단으로 월경했던 미국 여기자들을 붙잡은 북한군 초병도 모두 영웅칭호를 받았다. 그런가 하면 불법 방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한상렬 역시 북한에서는 영웅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니 북한에서는 영웅이 아니면 사람대접을 제대로 받을 수 없을 지경이다. 하지만 그러한 ‘영웅놀이’에 언제까지 북한주민들이 놀아날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그러한 ‘영웅’을 북한주민들이 더 이상 존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제는 영웅 칭호 따위로 북한주민들의 충성심을 이끌어 내겠다는 따위의 어리석은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