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진씨(26·경북대 3년·사진)는 지난해 11월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조여온다. 당시 윤씨는 경북대 본관에 설치된 대구은행 CD기에서 자신의 카드를 이용, 용돈을 인출했다.
그로부터 3∼4일 후 윤씨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강의실 복도와 게시판에 자신의 얼굴이 담긴 전단이 도배질하다시피 나붙었던 것이다. '지명 수배-절도범'이라는 큼직한 제목이 한눈에 들어왔다.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 동료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전단을 보며 수군대기 시작했다. 윤씨는 CD기 폐쇄회로에 얼굴이 찍혔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도둑이 됐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윤군은 할 말을 잃고 현관을 빠져나왔다. 처음에는 친구들을 향해 완강히 혐의를 부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힘이 빠졌다. 강의실에 들어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식구들에게 뜬금없이 내가 도둑이 아니라고 강변할 수도 없었다.
한동안 '의식 공황' 상태가 지속됐다. 공무원 시험준비도 중단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 분위기에 휩싸여 마치 도둑이 된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여자친구를 만난다는 것도 상상할 수 없었다. 윤씨는 그렇게 반년 이상을 살아야 했다. 그러던 어느날 진범이 잡혔다는 소식을 접했다.
대구은행측은 위로금을 들고 뛰어왔다. 윤씨는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해 소송을 준비했다. 그리고 지난 1일 승소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