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세상엔 내 생각보다 동성애자 분들이 훨씬 많을지도 모르겠어요.
오유는 불특정다수가 모이는 곳이잖아요. 그런데 다른 곳보다 동성애자 비율이 특출나게 높을 이유가 있겠어요.
처음엔 오유가 성소수자에게 관대해서 모이나 했는데,
특별히 성소수자들을 위한 장소도 아니고 유머와 다양한 주제의 잡담을 나누는 커뮤니티에
굳이 그런 이유로 찾아오기까지 할까 싶더라고요.
아마 '성소수자에게 관대해서 찾아온다'가 아니라 '성소수자에게 관대해서 보다 쉽게 커밍아웃한다'가 맞는 것 같아요.
익명이라서 그런 것도 있을테고.
그래서 문득 내 주위에도 성소수자가 있거나 있었을지 모른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로 있기도 했어요. 중학교 때 친구가 양성애자였고 학교 동성선배랑 사귀었어요. 지금은 연락이 끊겼지만.
본인도 성정체성 때문에 크게 괴로워하는 것 같지 않고
저도 딱히 포비아적인 감성은 없어서 별 감흥없이 넘겼었죠.
그런데 나이가 들어 세상인식을 보니 동성애자에게 상당히 각박한 걸 보고 되려 무척 놀랐어요.
전 이제껏 호모포비아를 만난 적이 없거든요.. 친한 친구들은 대체로 그런 쪽에 거부감이 없는 편이었고
(그 중엔 기독교인도 있었어요. 종교를 믿는다고 다들 포비아는 아니더라고요.)
안 친한 애들과는 그런 진지한 얘기는 아예 안 하니까요.
그런 환경과 중학교 때 경험 때문에 모두에게 밝히지는 않아도 가까이 지내는 친구에겐 커밍아웃 하는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어쩌면 아무리 친해도 말하지 못하고 지낸 친구들도 있겠다, 싶었어요.
'자신이 어떤 사람이다'라고 밝히지 못하는 건 아마 굉장히 힘든 일이겠죠. 제 3자로서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빨리 익명이 아닌 현실에서도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걸고 당당히 스스로를 밝힐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네요.
그 분들만이 아닌 저 자신을 위해서도.
누군가를 배척하고 스스로를 숨기고 거짓말해야 하는 세상보다는 서로 존중하고 세상에 당당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