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게시판에 올릴까 했는데 고민은 아니고 그냥 이런 일이 있어서 속상했습니다 정도여서 자게에 씁니다.
두어시간만에 속상한 일이 세개 연타로 터지니 속상하다 못해 짜증이 나네요.
첫번째 일은 가방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베오베에 익명으로 올리신 어떤 분과 약간 비슷한 상황이었어요.
저는한달 생활비가 20정도라 가방의 가격이 2만원만 되어도 부담스러울 뿐더러 굳이 비싼 가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보통 사더라도 백팩, 크로스백을 사더라도 디자인과 물건의 수용성을 많이 중시합니다. 그래서 제 가방들은 다들 크기가 큰 편이고, 지하상가를 주로 애용하죠.
그런데 제 가방 가지고 뒤에서 험담들을 하더군요. 명품도 아니고 쓸데없이 크기만 한 걸 왜 갖고 다니냐고요.
가방이 비싼 게 다인가요? 차라리 본인이 평소에 들고 다니는 물건 편하게 넣어 다닐 수 있고, 자기가 입은 옷과 잘 어울리는 거면 좋은 것 아닌가요?
그리고 자기들이 그렇게 부르짖는 명품..자기들 돈으로 산 것도 아니고 굳이 학생에게 명품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40즈음 되면 열심히 살아온 자기 자신에게 대한 선물로 능력이 되는 한에서 하나쯤 살 수는 있겠지만, 20~30대가 굳이 명품이 필요합니까? 속만 상하네요.
두번째는 옷 때문입니다.
패션 센스 그런 건 아니었고.. 저는 옷을 이틀 연속 입는 때가 왕왕 있어요.
하루 입었다고 깨끗이 빨아놓은 옷에 냄새 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가 뭘 묻히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하루이틀은 충분히 더 입을 수 있는 옷입니다. 정 그렇다 싶으면 위는 똑같이 입는데 하의만 바꾼다던가, 신발을 다른 걸 신는다던가 하기도 하는데, 종종 일주일에 한 번은 똑같이 입습니다.
그런데 그거 가지고 험담을 하더군요. 촌스럽게 이틀 연속 똑같은 걸 입는다고, 집이 가난해서 옷도 못 사냐고, 쟤 새옷 입고 나타나는 걸 거의 못 봤다고요. 왜 맨날 같은 옷들 가지고 바꿔 입냐고 말들 하더군요.
이틀 연속 같은 거 입는다고 사람이 더러워 보이나요? 깔끔하고 단정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다고 제가 패션센스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왜, 아니 어떻게 사람이 매번 다른 옷을 입나요? 그리고 그걸 왜 외워서 평가하고 있는 건지
제가 어느 날에 무슨 옷을 입었는지 외울 시간에 공부나 한 자 더 하는 게 훨씬 자기들에게 이득이고 효율적일 텐데
세번째는 우습게도 시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평소에 시나 글을 쓰는 걸 좋아해서 시간 나면 조금씩 쓰는 편이에요. 노트든 핸드폰이든 아무 데나요.
그런데 마침 시 한 편을 다 썼을 때 뭐 하냐고 보여달라길래 보여줬습니다. 보고는 그냥 가더라구요.
그래서 별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그걸 가지고 험담을 하고 있더군요.
뭐 이상한 단어 가지고 맘대로 조합해서 이산한 문장 쓰고 있더라고,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어려운 단어만 잔뜩이더라나요...
저도 제가 시 못 쓰는 거 아는데, 그래도 제가 쓴 자식같은 내 시가 그렇게 흠만 잡힌다는 게 슬펐습니다.
비판은 얼마든 환영이지만, 저건 비난이잖아요. 어디가 안 매끄러운지, 어떤 단어가 너무 어렵기만 한지 저에게 직접 말해주면 안 되는 거였을까요.
요새 어려 가지 고민거리가 많아 안 그래도 힘든데, 이런 험담들까지 연속으로 들으니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평소같았으면 그냥 쟤들은 저렇구나 하고 넘어갔을 일인데, 고민이 많다보니 마음도 약해졌나 봅니다.
그래도 오유에라도 털어놓을 수 있어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