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히 머리를 굴려보니 초저녁의 미묘하게 차가운 바람이 떠오릅니다.
어릴적엔 저녁 6시가 되면 MBC, KBS2, SBS에서 만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산동네 아이들과 골목을 누비며 놀다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 모두들 집으로 갑니다.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동물의 왕국이 끝나기를 기다려,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출 수 있었죠.
(6시 내고향이 싫었습니다.)
하늘에 노을이 지고, 창으로 불어 들어오는 초저녁의 선선한 미풍.
그렇게 TV를 보고 있으면, 세상이 무릉도원입니다.
묘하기 짝이 없는 기분이죠.
초저녁은 하루를 마치고 휴식을 앞둔 시간이니, 행복을 느끼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만화를 볼 때면 초저녁의 미풍이 그리워지고,
또 초저녁의 바람을 맞으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