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엔 소곱창에 소맥으로 좀 달렸더니
다음날 수업중에 자꾸 술냄새가 나고 헛구역질이 나왔다.
소맥을 잘 만다더니, 정말 먹어본 소맥중에 최고였다.
소맥을 잘말아서 남자가 멋있어 보이긴 처음이었다.
부드러운 황금비율의 소맥들이 춤을추며 목구멍을 쓸어내렸다....
집에 와보니 얼굴은 붉다 못해 검붉은 흙빛.
좋아하는 남자앞에서는 절대로 술마시지 말라던 엄마 목소리가 자꾸 어른거렸다.
오늘은 유일하게 아무 일도 없는 목요일.
아침부터 설레었다.
힐링의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
내가 좋아하는, 손님이 심하게 찾지않는 집 앞 까페에서
책을 실컷 읽다 오는 것이 내 목표였다.
아무 일도 없는 퇴근 후가 설레여서 콧노래까지 나왔다.
그런데 부장님이 오늘 다같이 소주한잔하자고 하신다.
머릿속에 '집 앞 까페, 책 읽기'에 빨간 엑스표가 '띠-' 하면서 끄이고 있다.
어쩐지 실시간 음성지원도 되는 느낌이었다.
오늘은 도저히 소주가 목에서 안넘어가서 작은 실험실을 만들기 시작했다.
테이블 구석진데 각종 소주병과 물병을 데코하여 나만의 공간을 만든 후,
소주잔에 소주를 물과 바꿔치기하는 작업을 열심히 한다.
옆자리 신규가 자꾸 물병을 가져가길래
이 눈치 없는 신규! 하며 눈치를 줬더니 알아서 실험실 데코에 협조한다.
오늘도 부장님은 나의 이 작은 실험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셨다.
오히려 한마디 덧붙이신다.
"야. 오늘 너 정말 안빨개진다.
딱 너는 이 페이스로 먹어야해.
이 페이스를 기억하라구. 너는 이 페이스로 먹어면 안빨개진다고!!"
그 때서야 정신이 번쩍들어
갑자기 술취한척을 하며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우와, 나 진짜 안빨개요? 우와, 신기하다를 연발하였다.
쓰고보니 너무 가증스럽지만,
당시엔 꽤 자연스러웠다.
신규와 내가 합작하여 열심히 부장님 소주잔을 채웠더니
집에 일찍 귀가해서 신이난 지금
룰루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