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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신성 여고에, 어서 오세요.3화.
게시물ID : readers_100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유선비o
추천 : 1
조회수 : 24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11/21 23:08:49


짤방.jpg



































 




















"그러고 보니 지우야, 너 그 책 샀어?"  







 지우의 옆에서 걸어가던 지혜가 문득 생각난 듯 지우에게 물었다. 순간 달아오르는 지우의 얼굴. 학교 가는 길에 사겠다고 스스로 다짐해놓고는 돈도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 차려서 잊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우의 마음속에는 아득거리는 조바심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내일까지 수학의 정석 고등수학 상편 사오는 거 잊지 말고. 알았지?" 






 며칠 전의 일이다. 학기 중 수학 교재로 수학의 정석이라는, 두껍고 단단해 보이는 어떤 책을 채택했다는 수학 선생의 통보가 지우네 반으로 날아왔다. 반마다 직접 돌아다니며 큰 목소리로 공고하고, 그것도 모자라 책 제목과 가격을 명시한 종이를 붙이고 다니던 신성 여고 1학년 수학 선생 채태하. 그는 유난히도 수학을 좋아하는 수학 선생이다. 수학을 전공한 사람치고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느냐만은 그는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것을 진정으로 행복해한다. 자기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금화보따리를 조금씩 열어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며 즐거워하는 듯 보이는 그의 수업은 다른 선생들의 지루한 판서 수업과는 달리 학생들의 집중도와 수업 참여도가 엄청나다. 그것은 그의 수업이 굉장히 쾌활하고 능동적인 흐름을 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채태하 자신의 수려한 미모 덕분이기도 하다.

 



 연세대 수학과를 나온 채태하에게 있어서 부족함이란 아침 티끌만치도 묻어나지 않는 듯하다. 엄청난 학벌에 뛰어난 능력, 잘생긴 외모에 좋은 성격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갖추어 놓은 완벽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인기는 그런 외면적인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신성 여고 학생들에게 있어서 채태하의 존재는 가히 가문 땅에 내리는 단비 한 방울의 애태움과도 같은 것이다. 모두가 외면했던 학생들, 버려진 존재라고 스스로를 비하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학생들을 구제해주는 그의 위대한 수업, 그리고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한 극진한 사랑. 그는 신성 여고의 '미다스의 손'이다.






 여고 특성상 다른 과목에는 뛰어나나 유독 수학에 취약한 학생들이 많다. 그런 학생들일수록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몰며 온 힘을 다해 수학을 정복하려 안간힘을 쓰기 마련이지만, 덫에 잡힌 고라니마냥 올가미에 얽혀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모든 방법을 다 써보다가 끝내 포기하고 마는 많은 학생들. 그들은 자신들의 무능함에 스스로 절망하며 '수포자'의 길을 쓸쓸히 걸어 나가야만 했다.






 그런 그들에게 채태하의 등장은 그야말로 신성(新星) 같았다. 암흑에 먹힌 밤하늘 뒤편에서 별 하나가 꼬리를 늘어뜨리며 하늘로 환히 솟아오르는 것처럼 채태하는 신성 여고에 부임하는 그 날. 학생들을 향해 자신의 포부를 우렁차게 포고하며 자신의 이상과 꿈을 이야기했다.







 "수학을 포기하려고 하는 사람은 나에게 와라. 내가 모든 것을 다 책임지고 너희를 반드시 수학 마스터로 만들어주마.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언정, 수학에 투자하는 일 분 일 초는 너희의 삶을 훨씬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수학은 단순한 과목이 아니라 인생 그 자체다. 나는 너희들에게 진정한 수학을 가르쳐주고 싶다. 하루를 함께하는, 내일을 같이 하는, 미래에 좋은 친구. 수학을 말이다."







 채태하의 그 몇 마디 말은 순간 교정을 싸하게 식혔다. 그러나 불과 몇 초 뒤, 온 교실이 떠나가리만큼 거대한 환호성이 터짐과 동시에 박수 소리가 쉬지 않고 공기를 울렸다. 수학을 너무 좋아하고, 그래서 같이 하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하고 만 그 아이들에게 있어서 채태하는 다시 한 번 수학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선지자와 같은 오로라를 풍기며 다가온 새로운 희망이었다.





 채태하는 자신이 한 말을 어기지 않았다. 학생들 중 수학 성적이 뒤처지는 아이들을 모아서 자발적인 보충 학습을 시행하고, 문제 한 문제 한 문제를 정성을 다해 설명해 주었다. 자신의 시간이 얼마가 들든지 간에 오로지 학생들의 수학 공부를 위해 온 몸을 불사르던 채태하의 열정과 진심에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어가기 시작했다.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채태하를 위해서 수학에 매진하였던 것이다.





 그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채태하와 함께한 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조금씩 오르는 듯 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급격한 성장을 보였던 것이었다. '수포자'의 길을 드디어 벗어나게 된 학생들에게 채태하는 우러러 보고, 또 다시 우러러 봐야하는 높은 사람으로 보이게 되었다. 너무나도 고마운 선생님, 사람. 이 감정이 사랑으로 발전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채태하는 급기야 신성 여고의 우상이 되었던 것이다.






'채태하.......'






지혜는 마음속으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사뭇 얼굴이 달아올랐다.


지혜에게 있어서 채태하는 또 한 명의 남자였던 것이다.



















...
네이버 웹소설에서 연재 중
http://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5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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