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어지간하면 어디서나 잘자고 잘먹고 잘싸는 편인데
제가 살면서 정말 못살겠다 싶을정도로 잠을 잘 수가 없었던 장소가 두군데 있습니다..
둘 다 초등학생때 있었던 일로 여름방학때 잠깐 살았던 사촌네 집이랑 미국 어학연수가서 홈스테이 했던 집인데요.
사촌네 집 먼저 말해보자면, 30평대의 아파트로 약간 오래된 아파트였는데 제가 사촌이랑 같이 쓰던 방에
창문이 있고 그 창문이 베란다랑 연결된 구조였습니다.
그리고 그 베란다에 어린이용 미끄럼틀 (어른 키만한 정말 조그마한 어린이용)이 있었습니다.
요 미끄럼틀말고도 잡동사니가 이것저것 있긴 했지만..
어쨌든 이상한 경험을 한 그날밤도 잠 못이루고 뒤척이다가 겨우 잤는데 잠결에 꺄르르~하는 소리에 눈이 슬쩍 떠졌습니다.
눈을 떠보니 아직도 깜깜한데 창문쪽을 보니 검은 무언가가 휙휙 지나가는겁니다. 꺄르르하는 웃음소리는 베란다 쪽에서 들렸구요.
자세히 보니까 어린아이가 미끄럼틀을 타고있고 실루엣만 어렴풋이 보이는데 그 모습이 딱 제 사촌동생인거에요.
그래서 전 잠결에 당연히 사촌동생이 밤중에 잠안와 미끄럼틀을 타고있다고 생각하면서 뒤돌아 누웠는데 딱 옆에 사촌동생이 자고 있는 거예요..
순간 잠 확깨면서 그럼 쟤는 누구지??이런 생각 들었는데 차마 다시 뒤돌아 누워서 확인할 용기는 안생기고 심장은 쿵쿵뛰고 머리가 빙빙 돌고..
꺄르르거리는 웃음소리랑 쿵쾅거리면서 미끄럼틀 오르는 소리는 계속 들리고.. 그러다가 결국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사촌동생한테 물어보니 당연히 자기는 미끄럼틀 탄 적 없다고 그랬구요..그 이후로도 잠 못들고 자꾸 뒤척이다 새벽에 깨고 그랬는데
어린아이 형체를 본 기억은 없습니다..새벽에 잠에서 깨도 의식적으로 베란다 쪽 창문 안보려고도 했구요.. 지금은 사촌네 이사했지만
그 아파트는 아직도 저한텐 가장 소름끼치는 장소입니다ㅠㅠ무서워..
두번째는 초등학생때 미국 홈스테이 했었던 집인데, 제 또래 여자아이가 있었고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편모가정이었습니다.
하여튼 여자애랑 제가 같이 쓰는 방에 창문이 뒷뜰로 연결되있고, 뒷뜰에는 사용 안하는 수영장이 있었는데,
물만 채워놓고 관리를 안하는 통에 막 이끼에 쓰레기가 잔뜩 껴있는..사람이라면 절대 들어가지 않을 그런 수영장 이었습니다.
이 집은 정말 기억하기도 싫은게 매번 밤에 잠을 자려고 누으면 잠을 잘수가 없고, 한 두어시간 뒤척이다 겨우 잠들면 꼭 2시에 한번, 5시에 한번씩 깨서
또 한시간씩 뒤척이다 겨우 잠드는 바람에 정말 하루도 편히 잔 날이 없었습니다..ㅜ
어쨌든 그 날도 자다가 깨서 시계를 보니 2시더라구요. 에휴.. 한숨을 쉬며 다시 자려고 눈 꼭감고 양도 세보고
자야지자야지 하면서 자기최면도 막 걸어보고 하는데 뒷뜰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거예요.
찰박찰박하는 물소리가요..
처음엔 바람이 불어서 수영장 물이 흔들리나..싶었는데 듣다보니까 이건 확실히 누군가가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소리더라구요...
근데 수영장은 도저히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상태고..이건 뭔가 싶어 감은 눈을 딱 뜨는 순간 딱 물소리가 멎었습니다.
진짜 소름 확 끼치더라구요. 속으로 뭐지?나 꿈꾼건가? 하면서 다시 눈을 꼭감고 잠을 청하려니까 다시 물소리가 찰박..찰박...
ㅠ속으로 열심히 바람소리라고 자기 최면 걸면서 잠들었습니다..다음날 혹시나 아주머니가 수영장을 청소하셨나..싶어서 가봤더니
여전히 꼬린내 풀풀나는 이끼투성이 수영장이더라구요 당연히 사람이 들어간 흔적도 없었구요..
확실히 뭔가 집 터나 무언가에 안좋은 기운이란게 있고 그게 잠도 못자게 영향을 끼친걸까요 아니면 그냥 잠을 제대로 못자는 통에 꿈꾼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