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0년 전 쯤, 당시 저학년이었던 나는
근처에 살던 친구가 열어준 생일파티에 참석하게 되었다.
점심 먹고나서 모이기로 해서 오후 1시쯤부터 만난 우리는 야구를 하러갔다.
그날은 태양이 내리쬐고 찌는 듯이 더웠다.
까불면서 놀던 우리는 시간이 가는 것도 잊은 채
야구 뿐만 아니라 숨바꼭질이나 깡통차기를 하면서 놀고 있었는데
어느새 태양이 붉게 저물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들은 슬슬 저녁먹을 시간이라고 생각해
서둘러 친구의 부모님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
사람수가 꽤 되었기 때문인지 상당히 호화로운 식사가 준비되어있었다.
단지, 아직 준비가 전부 다 되지는 않아서 시간이 좀 더 걸릴 듯 했다.
약간의 여유시간이 생긴 우리는 할 일이 없어서 제각각 다른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문득 생각이 난 일을 그대로 말했다.
「야, 있잖아. 저주전화라는거 알아?」
난 특히 사이가 좋았던 료스케(가명)에게 말을 걸었다.
「응? 그게 뭐야?」
어리둥절한 얼굴의 료스케를 데리고
나는 현관에 있는 낡은 까만 다이얼식 전화기로 향했다.
거기서 찾은 것은 친하던 형에게 받은 전화번호와
「이 번호로 전화를 하면 저주를 받는다.」
라고 쓰인 종이였고 난 그것을 팔랑팔랑 거리며 료스케에게 건넸다.
그리고
「흐음.. 그럼 한번 걸어봐.」
라는 말에 전화를 걸게 되었다.
먼저 그 전화번호를 누르자 한번의 송신음이 들리고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그렇지만 상대방은 묵묵부답..
전화기 너머에서는 낮게 울리는 모터소리 같은게 울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5초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그 까만전화기가 미친듯이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덥석 수화기를 귀에가 가져다 댔다.
「여보세요?」
수화기에서 들리는 소리는 방금 전과 같이 부우웅하고 울리는 소리만 들렸다.
전화를 다시 끊고 웃으면서 내가 말했다.
「거봐 저주받았잖아」
료스케는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라
본인에게 직접 시켜보기로 했다.
사실 처음에 전화를 걸고 난 뒤 꽤 놀랐지만
동시에 방금전의 '저주'라는 말에 신경이쓰여 과하게 반응해 버리고 있었다.
「이거 진짜로 저주받는거야?」
얼굴이 새파래진 료스케에게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부정했다.
거기서 살짝 장난기가 돌아 끝에 한자리 수를 바꿔서 걸어보고 싶어졌다.
혹시나 비슷한 번호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번호를 바꿔서 걸어보자.
비슷한 번호가 있을지도 모르고.」
료스케는 겁을 먹어서 싫어했지만
나는 주저하지않고 번호를 바꿔서 걸기 시작했다.
그러자 역시 아까와 똑같이 한번의 송신음 후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나는 속으로 됐다!! 라고 생각했지만 곧바로 그런 기분은 사라져버렸다.
「구오오오오오ー」
정체를 알 수 없는 크게 외치는 것 같은 소리..
어쩐지 동물이 짖고 있는 것 같은 생생한 소리..
등골이 오싹해져 나는 던지듯이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덜컹!!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무슨 소리인지 같이 들어보자.」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나에게 료스케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보세요?」
중얼거리는 듯한 내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도 않았다.
「찾--았--다---!!!!!!!!」
찢어지는 듯한 큰 소리.. 그리고 큰 웃음소리..
새하얗게 질린 우리들은 떨리는 손으로 레버를 내려 전화를 끊었다.
생일은 최악의 날이 되었다.
그 후 뭔가 이상한 일이라던가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전화공포증에 걸린 것은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