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 전략을 처음 들었을 때는 너무 뻔하고 단순하지 않나 싶었는데, 다각도로 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전략인지라 글을 남깁니다. (물론 이 평가는 홍진호 군의 의도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그가 이 전략을 어디까지 의도했는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재미난 포인트 위주로 정리해봅니다.
1. 기본적으로 높은 승률, 낮은 리턴, 작은 기회. 이 전략의 기본적인 장단은 뚜렷하고 정직합니다. 찾아올 기회가 낮고 리턴도 작으나, 승률이 높습니다.
2. 설계가 이루어져도 승률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해서 담합된 설계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승률에 큰 변동은 없습니다. 베팅하는 플레이어로써는 설계가 이루어진 판인지 아닌지 확신할 근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설계가 이루어졌는지 아닌지는 결국 확률로 볼 수 밖에 없는데 마지막장을 컨트롤했을 확률에 올인하는 것은 매우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3. 승률에 대한 오해 올인 전략의 승률에는 재미난 포인트가 있습니다. 홍진호와 파트너의 미니게임 실력은 후하게 쳐서 10%남짓이었습니다. 헌데 이 확률은 올인 전략의 승률과 긴밀한 관계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올인 전략의 승률은 따라온 사람의 파트너가 맞출 확률과 긴밀합니다. 즉, 홍진호의 파트너가 맞출 확률이 아니라 오현민이 맞출 가능성과 그렇지 않을 가능성의 싸움에 가깝습니다. 당시 대략적으로 오현민이 맞출 가능성이 30%라면 30% vs 70%의 싸움이었죠. 70%가 되는 이유는, 모두가 1등을 목표로 균일하게 달려가는 상황에서 꼴등 홍진호의 가넷을 한사람에게 몰아주는 선택을 다른 플레이어가 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매우 낮은 일이 일어나 버렸네요. 오현민의 기지와 동충하초 분의 긴장?이 잘 버무려졌네요.)
4. 전략 공개의 장단점 전략 공개의 단점은 상대가 홍진호의 패가 더블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패를 읽힌다라는 단점은 상황에 따라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한편 홍진호같이 꼴등인 경우 이 전략의 승률대로 모두가 죽기 시작한다면... 그리고 모두가 똑같은 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한다면 작은 싸움이 반복되고 꼴등은 그대로 꼴등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전이 지속적으로 성공하면 홍진호는 꼴등이 되기 쉽습니다. 전략의 공개는 여기에 한가지 변수를 크게 만듭니다. 상대가 나의 블러핑을 끊기 위해 들어올 확률. 왜냐하면 내 전략과 패를 공개했기 때문이죠. 이러한 공개는 승률이 바뀐듯한 착각을 낳거나, 네 패를 아는데 쉽게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반발심을 낳게 되죠. 그러나 승률은 여전히 따라들어온 사람에게 낮습니다. 그리고 한번 들어오면 큰 싸움으로, 돌이키기 쉽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승률 높은 큰 싸움에 상대를 끌어들이는 도발효과를 보입니다. 이게 전랴꽁개의 장점이 되겠죠. 자세히 다 적지는 못했지만, 여러가지 올인 전략의 포인트를 대충 짚어봤습니다. 결정적으로 미니게임의 승률도 낮고 가넷도 꼴등이었던, 홍진호가 선택하기에 상당히 훌륭하고 입체적인 전략이었다고 평가해봅니다.
물론 오현민의 기지와 김경헌 분의 운(혹은 감?) 등이 잘 버무려져 이 전략이 패배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이 글은 결과에 묻힌 올인 전략의 재미난 포인트를 재조명해보고자 한 것임을 참고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