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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활가서 겪은 오싹한 경험
게시물ID : panic_677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만적
추천 : 16
조회수 : 3421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4/05/12 19:01:06
일단 모바일이라 ㅈㅅ
여친이 음슴으로 음슴체

때는 바야흐로 2011년이었음.

다른 대학들도 다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학교는 매년 계절마다 농촌에 일손도 돕고, 농민들의 처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농촌활동을 떠났음. 그 당시 우리 학교는 전라도의 어느 마을로 농활을 갔었음. 6월 말이었던걸로 기억함.

참고로, 여름농활은 좀 김. 봄이나 가을에는 2박 3일이지만, 여름은 방학하자마자 가기 때문에 9박 10일 정도 다녀옴.

숙소는? 마을 이장님이나 농민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마을회관을 빌려서 사용했음. 전라도로 가다보니 시간이 꽤 오래 걸려서 저녁즈음에나 도착하게 됐음.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분위기에 들떠있었음.

나는 평소에 괴담이나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터라 버스에서부터 이따 저녁에 무서운 얘기를 하자며 바람을 잡았었음-_- 도착해보니 화장실도 외부에 있는 푸세식이었고, 마을회관 바로 옆에 폐가(?)도 하나있어서 밤에 귀신얘기하기에 최적이었음.

마을 이장님께 인사드리고 저녁식사 겸 뒤풀이를 시작했음. 막걸리가 좀 들어가자 본인 주도로 돌아가면서 괴담을 풀어놓기 시작했음. 그 때까지는 다들 평화로웠음.

"오, X발 소름~"
"다 구라지? 꺼져 ㅋㅋ 그거 들어봄 ㅋ"

이러면서 호들갑을 떨면서 놀고 있었더랬음.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했음. 밤이라 무섭기도 해서 단체로 다녀왔음. 남자들 셋이서 -_-ㅋㅋ

A라는 형이 폐가 담벼락을 보더니 자고로 소변은 담벼락에 봐야한다면서 담벼락에 일을 보기 시작했음. 다른 형 B와 나는 급하기도 하고 불도 안 들어오는 화장실이 무서워서 같이 담벼락에 일을 봤음-_-*

 그리곤 만족한 표정으로 다시 술자리로 돌아왔음. 계속 귀신얘기를 하는데, 내 차례가 된거임. 본인은 귀신얘기를 정말 좋아함. 게다가 밤에 학교에서도 이상한 일을 몇 번 겪은 적이 있었음. 그래서 그 썰을 풀어줬음.

다들 헉! 하고 놀람ㅋㅋ
내심 속으로

'그래 이 맛에 무서운 얘기 하는거지'
라며 뿌듯해하고 있는데 술상 양쪽 끝에 앉은 선배 A, B가 표정이 이상한거임. 그러려니하고 넘어갔는데 뒤풀이 내내 표정이 굳어있어서 술자리가 정리된 다음 밖에서 따로 물어봤음

"형, 아까부터 표정 안 좋던데 무슨 일 있어?"

"아, 암것도 아냐. 됐어"

이 형 둘이서 계속 답을 회피하길래 조금 짜증을 냈음.

"아 형들 진짜 너무하네~ 앞으로 9박 10일을 같이 있어야하는데 안 좋은 일 있으면 얘기를 해줘야지! 그래야 서로 알고 조심할거 아냐"

그제야 B 선배가 입을 열었음.

"야, 그게 아이고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맞제? 형도 들었제?"

"나도 듣고 설마설마 했는데 B너랑 눈 마주치고 좀 섬뜩하더라"

"아 뭔데~ 빨랑 얘기해줘~"

"아... 얘기해도 되나...? 애들 분위기 안 좋아질 수 있으니까 애들한텐 얘기하모 안댄다? 알았나? 아까 니 얘기 끝나고 애들이 헉 하고 놀랄 때, 니 등 뒤에 벽 너머에서 누가 먼저 헉 하고 놀라는 소리가 들렸는데... 첨에는 OO이 소린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까 걔는 안 왔자나.."

B 형이 원래 몸이 좀 안 좋아서 잘못들은거라고 믿고싶었음. 그런데 A 선배도 똑같은 소리를 들었다고 말함. 그런데 너무 담담한 모습이라 의심이 들었음.

"아, 형들 지금 나 엿먹일려고 겁주는거지? 됐거든?"

"미친놈아 거봐, 믿지도 않을거면서 왜 얘기해달라고 했는데?"

둘이서 격하게 화를 내고 들어가길래 조금 이상하다 싶었지만 실제라고 생각하니 무섭기도 했고, 말하는 태도가 너무 담담하길래 거짓말일거라 생각하고 넘겨버렸었음.

그리고 어느덧 4일째 낮이 되었음. 그 날의 이야기는 까맣게 잊고 논에서 피(잡초 이름임) 뽑는데 열중하고 있었음.

후발대로 오는 사람들이 B 형에게 카톡을 했고, 그 형은 잠깐 전화를 걸고 온다고 논 밖으로 나갔음. 전화통화가 끝난 후 그 형이 나를 조용히 불렀음.

"니 내가 몸이 많이 안좋아 보이나?"

"왜? 어지러워? 그럼 들어가서 쉬어"

"아니아니, 그게 아니고... 내가 원래 전활 걸 때 특이한 버릇이 있거든? 번호 누르고 통화음 듣고, 다시 화면 보면서 제대로 걸렸나 확인을 하는데 귀에서 폰을 땔 때 누가 '야' 하고 부르는거야. 주위를 봐도 우리밖엔 없는데. 근데 후발대 애들한테 버스 번호랑 시간 알려주는데 또 '야' 하는 소리가 들리데? 니가 몸이 않좋아가 그렇겠지?"

나는 심장이 떨려왔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좀 쉬면 괜찮아질거라고 위로해줬음. 근데... 그 형이...

"근데 그 통화 이후로 3g가 안 터진다.."

머릿속에 첫 날의 뒤풀이가 스쳐지나갔음. 갑자기 몸에 한기가 밀려들어서 얼른 일이나 하러 가자고 B를 재촉했음.

그 날 저녁은 후발대 환영회를 한다고 신나게 놀았음. 무서운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음. 그렇게 그 날 밤은 무사히 지나가고 B 선배도 공포에서 벗어나는 듯 했음.

사건은 농활이 끝나기 하루 전에 일어남.

오전에 일을 하고 점심을 먹으러 마을회관으로 돌아왔음. 논에서 하는 일이 많아서 팔 다리는 진흙투성이였음. 누구 한 명이 어차피 오후에도 일 하러 나가야 하니까 마을회관 마당에서 점심을 먹자고 했음. 그래서 마당에 상을 펴고 음식을 세팅했는데 한 명이 자기는 깔고 앉을게 없으면 바닥에 앉을 수 없다고 함-_-

"그럼 내가 갔다올게"

다들 눈치만 보고 있길래 내가 그냥 나서서 했음. 누가 안 나서면 김치찌개가 올려놓고 제사지낼 기세였음.

큰 방 구석에 있는 깔개를 가지러 갔음. 문을 열고 보니 노래책이랑 기타가 있는거임.

'누가 아침에 기타치다가 정리를 안 했나?'

이러고 창문 밑에 있는 깔개 상자까지 들어갔음. 바로 옆에는 벽걸이 전신거울이 있었음. 그 때 갑자기 B가 겪은 일이 생각나서 고개를 푹 숙이고 깔개 개수만 세고 있었음. 도저히 거울을 볼 자신이 없어서..

'17, 18, 19...' 까지 셌을때...

등 뒤에서 기타랑 노래소리가 들림

등골이 오싹했지만 깔개를 다 챙겨서 뒤돌아봤음. 노래책과 기타는 그대로고 사람은 아무도 없었음. 아... 그 순간 멘붕이 오면서 밖으로 후다닥 뛰어나왔음. 여자후배가 문 앞에 서 있어서 물어봤음.

"야, 니가 노래불렀냐?"

"아닌데요?"

나를 미친놈 보듯이 바라봤음-_-

다행히 그 뒤에 여자후배가 한 명 더 있었음.

"그러면 니가 노래 불렀냐?"

"네, 제가 불렀어요"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음. 그럼 그렇지 세상에 귀신은 없는거였음. 다음 대답이 오기 전 까지는...

"그럼 기타는 선배가 치셨어요?"

그 날 난 무너져내렸음...

식사를 다 하고 B 선배한테 물어봤음.

"형, 들었어?"

"어..."

"기타랑... 이소라 같은 목소리..."

"그만 얘기하자..."

둘이 다음날이 될 때까지 아무 말도 못 했음...

더 신기한건 여자후배와 나, B 선배는 노래랑 기타소리를 기억하긴하지만 가사와 멜로디는 하나도 기억 못 함... 그리고 그 셋 말고는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음.

그 해의 여름농활은 그렇게 오싹하게 끝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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