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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보고싶습니다.
게시물ID : gomin_6777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쿠르르릉
추천 : 1
조회수 : 25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4/30 01:12:48

2009년 4월 30일

친구가 오토바이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친구가 항상 하던 말 "아 오토바이 갖고싶다."

친구의 집안은 그다지 잘 사는 집안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잘 몰랐지만 친구의 집안은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이었습니다.

"오토바이는 왜?"

"그냥 가지고싶어서."

"그거 가지면 뭐 있냐?"

"그냥 뭐 여자친구도 생기고."

"뭐야 그럼 택시기사는 첩까지 두겠네."

"생겨 병신아."

"지랄한다. 너 여자친구 많지 않았냐? 제일 오래간게 얼마였냐?"

"10일."

"미친, 여자 왜 사귀냐? 엔조이보다 빨리 끝나네."

"시발, 어쩌라고."

"야, 니 오토바이 있다고 오는 여자가 널 좋아할거 같냐?"

"노는 애들하고 있으면 생겨."

"야 그런 여자애들 뻔하다. 차라리 없는게 나아."


친구와 과외에서 종종 이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언젠가부터 친구가 과외를 나오지 않더군요.

알고보니 친구는 아버지를 조르고 졸라서 중고 오토바이 한 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노는 애들과 같이 지내려고 했으나 사실 겉돌고 있었으며 사실상 택시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험기간이었던 그 날도 데리러 오라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나가는 길에 사고가 났습니다.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2시가 못되어 떠나갔습니다.

친구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잘지내냐?

미친놈아, 왜 이렇게 일찍 갔냐?

거기 여자는 많냐? 막 사귀지 말고 가려서 만나라. 또 차일라.

그리고 너 나한테 10일이라고 했는데 사실 일주일이 제일 길게 만난거라매? 과외쌤한테 다 들었다.

거기 날씨는 어떠냐? 여긴 바람도 세고 비도와서 나갈 때마다 좀 짜증난다. 옷도 어떤걸 입어야할지 모르겠고.

난 요즘 감기때문에 고생이다. 기침도 계속 나오고 가래가 장난아니다. 가래가 끓어서 자다가 깰 정도다.

니 덕에 매년 4월 30일만 되면 우울하다. 나한테 이런 날은 필요 없는데.

너 그거 아냐? 너랑 나랑 싸이월드 일촌 아니었드라. 나 그거 알고 많이 섭섭했다.

니 장례식장 갔을 때 사람들 많더라. 보니까 나쁘게 살지 않았어. 난 요즘 헛산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이게 다 너 때문이다.

난 요즘 군대도 제대하고 대학교 다니느라 좀 바쁘다. 너도 나만큼 바쁜가봐? 4년동안 연락도 한번 없고? 우리사이 이러기 있냐? 난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꿈에는 한번 나와라 그게 매너 아니냐? 로또당첨번호라도 알려주면 고맙고.

너 그러고보니까 맨날 ROTC한다고 징징댔던게 생각난다. 너 충남대 간다고 맨날 찡찡댔잖아. 근데 솔직히 니 실력으론 충대 못감ㅋㅋㅋㅋ

삼수 사수 했어도 못갔을껄ㅋㅋㅋㅋ ROTC하면 멋있어보인다고 맨날 그렇게 말하던 놈이ㅋㅋㅋㅋ 군대도 못가고 그게 뭐냐?

처음 입대 영장 나왔을때, 3월 2일 입대했을 때, 12월 1일 전역했을 때 버스에서 니 생각 나더라. 너가 그렇게 하고싶어하던 군인이었고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군인이었는데 참... 나는 하고있고 넌 하지도 못하고있고 이게 뭔가 싶었다.

한번씩 니 생각하면 웃고있는 니 얼굴이 떠오른다. 거기선 뭐하고 지내는지 모르겠지만 많이 웃을 수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무튼 난 또 과제가 있어서 그만 가봐야겠다. 귀찮지만 에휴.. 내일이 시험이다.

나 점수좀 잘받게좀 도와줘봐. 나만큼 너 생각하는 친구 또 있을라나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까 어디서 기죽지말고 잘있어라.

이만 가본다. 나도 바쁜 사람이니까. 나중에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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