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관학교에서 모신 학과 최고참 교수님은 대령이셨습니다. 대령을 단지 십수년도 더 된 분이었으나 사관학교 교수는 진급과 정년이 반쯤 분리된 위치여서 정년까지 대령을 유지하셨죠. 아무튼 그러다보니 말만 대령이지, 기수는 그야말로 넘사벽이었습니다.
당시 중장인 학교장님보다 3기 위였는데, 한 마디로 현 학교장이 1학년 생도였을 때, 교수님은 학교장을 조교(...)한 4학년이었습니다.
이러다보니 교내의 다른 원스타 준장들과는 더욱 까마득한 기수 차이가 났죠... 그래서 신년 행사때 원로 교수님들은 늘어지게 앉아있는데, 앞 자리의 준장들은 병사들보다도 더욱 빠릿하게 각잡고 앉아있어야 했었죠. ㅋㅋㅋ
아무튼 어느날 제가 학과 행정실에서 일하고 있던 중에 위의 준장 두 분이 보좌관까지 대동하여 행정실에 들어왔습니다.
X 2 ...
겉으로는 경례를 했으나, 졸지에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맞아 속으론 넋이 나가있는 와중에 한 분이 물어보더군요.
"병사야, ㅇㅇㅇ선배님 연구실에 계시냐?"
선배님??? 대령 vs 준장???
"예, ㅇㅇㅇ대령..........님 지금 연구실에...... 계십니다."
그 때만 해도 위의 사정을 잘 몰랐던 저는 대답하기가 참 애매하더군요. 대답하는 몇 초 동안 님을 붙일까 말까 고민하면서 영창도 눈앞에 보이고... ㅋㅋ
다행히 두 장군 모두 알았다고 하더니 교수님 연구실로 가버리고, 저는 보좌관 대위 두 명과 불편한 회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때 그 교수님께서 전화를 하여 커피를 타오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포트에 물 끓여 커피 세 잔을 타는데......
보좌관에게 태클을 당했습니다. 물이 너무 많다고요...... 그래서 교수님 것을 제외한 두 잔은 보좌관들이 다시 탔습니다. 제가 탄건 지들이 마셨고요.
아무튼 보좌관이 커피를 젓고 있는 와중에 준장 한 분이 들어왔습니다. 들어와서 "커피 다 탔냐?" 이러시더니...
제목처럼 커피 세 잔을 쟁반에 들고 가버렸습니다. ㅋㅋㅋㅋ
보좌관도 어이가 가출하고 저도 어이가 가출...
그리고 잠시후 복도에서...
"추~~~~웅~~~~서~~~~엉~~~~!!!!!!"
커피 들고 가시다가 지나가던 생도와 마주친 것 같더군요. 그 생도도 뜬금 없이 복도에서 커피 쟁반을 든 장군과 마주쳤으니 많이 당황했을겁니다. ㅋㅋ
제가 그림 그리는 재주고 있으면 "커피든 원스타" 이런 그림도 그려보겠는데, 그런 재주가 없어 글로라도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