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비싸 가난한 자취생의 장바구니를 가볍게 만드는 강남 바닥에서도 막걸리는 한 병에 천원이었다.
김장할 때 만든 것절이 맛보라고 아침에 어머니가 들러 전해준 꾸러미 안에는 조그만 접시에 담긴 수육 몇 점이 딸려 있었다.
소란스런 빗소리 새는 창을 마주보고 막걸리 한 병을 사와 앉았다.
커피 한 잔에 사천원 하는 세상에 천원짜리 막걸리로 달래는 시름은 값싼 것일까. 수육 두어 점에 마신 막걸리 반 병에 벌써 눈물이 치솟는다.
아침 밥상마다 머리칼을 빠뜨려 날 긴장시키던 어머니가 딸려온 몇 장 상추잎 사이 힘없는 파마머리 한 가닥으로 다시 나타나서일까 한 번 메이기 시작한 목은 한 사발 막걸리에도 열리지를 않는다. 아마 세련되지 못한 것절이를 맛보며 서른 해 해오던 반찬투정을 들어줄 사람이 없는 게 서러웠는가 보다.
천원 한 장에 시름을 달래는 이들이 강남 바닥에도 많고 많은지 담배 사러 간 편의점에 막걸리 진열대는 밤만되면 동나있기 일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