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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을 주고 막걸리를 사오다
게시물ID : gomin_9145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아침뱃살
추천 : 5
조회수 : 39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1/25 01:09:57
물가가 비싸 가난한 자취생의 장바구니를 가볍게 만드는 강남 바닥에서도
막걸리는 한 병에 천원이었다.

김장할 때 만든 것절이 맛보라고 아침에 어머니가 들러 전해준 꾸러미 안에는
조그만 접시에 담긴 수육 몇 점이 딸려 있었다.

소란스런 빗소리 새는 창을 마주보고 막걸리 한 병을 사와 앉았다.

커피 한 잔에 사천원 하는 세상에 천원짜리 막걸리로 달래는 시름은 값싼 것일까.
수육 두어 점에 마신 막걸리 반 병에 벌써 눈물이 치솟는다.

아침 밥상마다 머리칼을 빠뜨려 날 긴장시키던 어머니가
딸려온 몇 장 상추잎 사이 힘없는 파마머리 한 가닥으로 다시 나타나서일까
한 번 메이기 시작한 목은 한 사발 막걸리에도 열리지를 않는다.
아마 세련되지 못한 것절이를 맛보며 서른 해 해오던 반찬투정을 들어줄 사람이 없는 게 서러웠는가 보다.

천원 한 장에 시름을 달래는 이들이 강남 바닥에도 많고 많은지
담배 사러 간 편의점에 막걸리 진열대는 밤만되면 동나있기 일쑤다.

나의 천원짜리 시름은 텁텁한 술냄새와 함께
아침에 훌훌 날아가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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