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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 적폐사상'으로 치환되는 현상은 안타깝네요.
게시물ID : military_679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험안끝났다
추천 : 0
조회수 : 779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7/03/18 15:15:02
  물론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을 비난하고자 글을 쓰는게 아닙니다. 폐미니즘의 정당성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에게 의심을 받는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은 페미니즘을 '반남성주의(여성우월주의)'로 만들어버린 페미니스트들에게 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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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페미니즘'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서 읽은 책은 《행복한 페미니즘》(벨 훅스, 백년글사랑)으로 사실 제가 페미니즘을 이해하는 준거가 되는 책은 이 책이 유일합니다만 (따라서 제가 페미니즘을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저자 벨 훅스의 설명은 간단하고 명료하고 또한 보수적입니다.(즉, 반론하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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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이해하고 있는 페미니즘은 이렇습니다. 페미니즘은 반남성주의가 아닌 반성차별주의로 페미니즘의 목표는 가부장제의 종식입니다. 가부장제가 무슨 '특별한 악'처럼 여겨질 수도 있으나, 이는 오랜 시간동안 보편적으로 정당하다고 여겨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성리학과 연결지어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부장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던 것은 아니며 우리나라만 유독 심한것도 아닙니다.) 뭐... 세상의 절반 이상이 믿는다는 기독교 또한 가부장제 종교라고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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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이해하는 가부장제 이겁니다. "남자에게는 남자의 일, 여자에게는 여자의 일이 있다." 이를테면 군대 문제, 즉 전투와 전쟁 문화를 남자의 일로만 여기는 생각이 바로 가부장제적 사고이죠. 이는 오랫동안 올바른 생각으로 여겨졌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신체적 차이에 기반해서 말이죠. 하지만 군대 문제에 대해 신체적 차이(약함)를 근거로 남성성과 여성성을 나누는 일은... 솔직히 말해 대단히 원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원자 폭탄을 앞에 두고 팔씨름을 하는 격...이랄까요. 또한, 제 추측입니다만, 유럽 언어에서 흔히 남성 명사와 여성 명사를 나누는 것도 가부장제적 사고에 기반한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프랑스어에서 꽃은 여성 명사입니다. 그렇다면 프랑스어 언어 체계는 여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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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 운동은 세상의 모든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한 운동의 하나입니다. 아니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위의 책을 지은 저자 벨 훅스는 흑인, 여성 인권 운동가였습니다. 그는 페미니스트로 많은 활동을 하면서 한편으로 그 페미니스트 그룹 내에서 인종적인 차별을 경험했습니다. (백인 여성이 흑인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생각) 다양한 기준에 따라 나뉘어진 사회적 약자들, 빈민계급, 노동자, 흑인 등등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는 페미니즘을 벨 훅스는 기회주의적 페미니즘이라 불렀습니다. 기회주의적 페미니스트들은 페미니즘을 자신의 계급 상승을 위한 도구로 이용했습니다. (주로 페미니즘 관련 도서를 내는 출판계나 혹은 이 이슈로 표를 얻는 정치계...) 그리고 그러한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페미니즘 운동 그룹 내부의 결속력이 약해지면서 역설적으로 기회주의적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의 적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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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저는 여러분이 극도로 혐오하는 소위 "메갈"이라 불리는 세력(?)에 눈감고 있지 않습니다. 솔직히 그들은 지극히 감정적이어서, 감정에 호소한 (다소 비이성적인) 결론을 도출해내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그들의 막말은 저를 기분 나쁘게 하지만, 저는 그들의 분노에 맞대응 하기보다는 그럴수록 무엇이 올바른가 침착하게 고민하려고 노력합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속칭 '미러링'은 원시시대 법의 근간인 '보복률법'과 같습니다. 저는 '자연법'을 존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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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길게 글을 쓰면서 말씀드리고 싶은 바는 이렇습니다. 단순히 "페미니즘"이란 단어에 몸서리치기 보다는 그것이 담은 정확한 의미를 생각하면서, 무엇이 올바른 가에 대해 고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페미니즘 = 메갈'이라는 생각은 대단히 감정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들이 계속 비이성적인 의견을 내놓는다면, 그냥 무시하세요. 끊임없이 감정에 호소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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