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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잃어버린 목소리
게시물ID : humorbest_6794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쿠묘링
추천 : 11
조회수 : 1445회
댓글수 : 1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5/19 02:10:17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5/19 01:47:40

이 글은 전적으로 콩!콩!님께 바치는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멀린성애자같으니라고...

 

밀아의 스토리라인과는 상당히 다르니 주의해주세요.

 

---

 

꽃을 감싼 비닐 포장이 맞부딪히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소리를 내며 구겨진 비닐 포장을 제대로 펴든 남자가 꽃을 무덤 앞에 내려뒀다. 공동묘지에 있는 무덤은 작고 소박했다. 가만히 묘비를 보던 남자가 비석에 새겨진 글자를 손으로 찬찬히 훑었다. 아마, 남자의 눈은 보이지 않는 듯 했다. 비석을 매만지며 거기에 새겨진 글자를 읽은 남자가 입으로 소리 내어 그것을 다시 읽었다.

 

“블레이드 프로텍터.”

 

생몰연도도, 본명도 적히지 않은. 단조로운 비석이었다. 문득 바람이 불었다. 하얗게 새어 백발로 보이는 회색머리를 쓸어 올린 남자가 씁쓸하게 내뱉었다. 목소리를 만질 수 있다면 진득한 타르가 묻어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자네를 이용하기만 했군.”

땅을 짚고 있던 지팡이를 내려놓고 비석의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은 남자가 몸을 비석에 기댔다. 자신의 쇠약해진 몸을 의지하고 있는 이 작은 비석이 어째서인지 크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비록 차가운 돌덩이일 뿐일지라도. 잠시간 눈을 감고 바람을 맞던 남자가 쓰디 쓴 웃음을 던졌다.

 

“죽을 때가 온 것 같군.”

-그렇게 생각해?

“그렇지 않고서야 자네가 나를 마중 나올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하. 멀린은 바보군.

“…아서. 자네는 내가 밉지 않은가?”

-흠. 어떨 것 같아? 내가 멀린을 미워할까, 미워하지 않을까?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사내, 멀린이 입을 다물었다. 꾸욱 입술을 깨물고 있자 다시금 웃음소리가 들렸다. 천진한 저 웃음. 내가 사랑했던 저 웃음. 손으로 땅을 더듬어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몸을 움직이려던 멀린이 그 자리에서 멈췄다. 그래. 어차피 환영이지. 만질 수 없어서 또 다시 좌절하게 될 거다. 꽈악, 땅에 나있는 이름 모를 잡초를 그러쥔 멀린이 작게 중얼거렸다.

 

“상관… 없네. 자네가 나를 미워하던, 미워하지 않던.”

-왜 그러는 거야. 어디 아파?

“…어차피 자네는 없지 않은가. 내가 대답해도 들어줄 수 없을 테지.”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렇게 생각하면 멀린의 마음이 편해지는 거야?

“….”

-좋아. 멀린의 마음이 편해진다면. 그렇게 해.

“…아서.”

 

묵묵히 아서의 말을 듣고 있던 멀린이 그를 불렀다. 응, 왜? 여전히 다정한 목소리로 그에 대답하는 환영에게 멀린이 애원하듯 말했다.

 

“기다린다고, 기다리고 있겠노라고. 말… 해줄 수 있겠는가?”

-…

“염치없는 줄 아네만. 꼭. 꼭 기다려주게.”

-하하. 좋아. 멀린. 기다려 줄게. 하지만 말야.

“…?”

환영의 목소리가 끊겨 잠시간 멍하게 있던 멀린의 뺨으로 부드러운 바람이 스쳐갔다. 마치. 마치 누군가의 손이 쓰다듬듯이. 분명 멍청한 표정이라는 것을 알지만 저절로 눈물이 떨어진다. 욱욱거리며 우는 멀린의 귓가로 부드러운 목소리가 떨어졌다.

 

-기다릴게. 하지만 천천히 와. 나는 아주 오래 멀린을 기다릴 수 있으니. 되도록 천천히 오도록 해.

 

땅바닥을 적실 정도로 흐르는 눈물 사이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 더욱, 더욱 서러운 눈물이 흘렀다.

 

 

---

 

제가 미쳤지.

 

다음에도 멀린으로 리퀘가 온다면 콩콩님을 쾅쾅해버릴겁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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