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집에 부모님이 안계셨던 날이었어요. 왠지 모르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부모님이 안 계신 밤은 일찍 잠들기 아까워서 전기세 아끼느라 못 틀었던 에어컨도 빵빵하게 틀어놓구 TV도 맘껏 보구...ㅎㅎ (우리 아버지께서 TV보는 걸 별로 안좋아하셔서 평소에 딱 뉴스까지만 보거든요;) 친구랑 심야 영화도 땡길까, 하다가 그래도 집에 혼자 있을 여동생이 좀 걸려서 일찍 들어와 딩굴딩굴하다가 간만에 친구들이랑 밤새 게임을 했죠.
한 두시쯤? 게임에 너무 집중해서... 다들 잠깐 쉬었다 하자는 분위기라 저도 출출해서 집에 뭐 먹을거 있나 싶어 뒤적거리다가 마침 개인기호식품(;)도 떨어졌고해서 집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에 갔다와야지, 하고 나갔어요. 집에서 나와 편의점쪽을 바라보니 저만치서 술취한 아저씨 한분이 보이더라구요. 집에서 편의점까지는 한 30m쯤의 일직선상 거리였고 거리에 가로등도 밝게 켜있었기 때문에 별일이야 있겠어 싶었지만 그래도 그 아저씨 곁을 지나가기가 왠지 꺼림칙하더라구요. 멀리서 봤는데도 확실히 술취해 비틀거리는게 보였으니까..
그냥 모르는척하고 빨리 지나가려는데, 하필 제가 지나치려는 그 타이밍에 저를 힐끔 본 그 아저씨가 갑자기 길가의 보도블럭 한장을 주우시는거에요?? 헐... 진짜; 속으로 완전 식겁했음;; 저 주운 벽돌로 갑자기 내 뒤통수 내려치는거 아냐? 하고 진짜 ㅎㄷㄷ 했었어요; (진짜 그 상황에선 온갖 부정적인 생각뿐이 안듬ㅠ) 그 아저씨 곱게 취하신것도 아니고 제가 다가갈수록 그아저씨 중얼거리는 걸 들었는데 뭔가 불만에 가득찬 목소리로 계속 욕설을 하고 계셨어서-_- 전 그래도 아직 소리지를 타이밍은 아니라고 생각해서-_-; 속으로, 빨리지나가야지빨리지나가야지빨리빨리빠리빨빨빠라ㅁ아러미ㅏㅓ라ㅣㅁ 하며 그아저씨 곁을 지나가려는데..
솔직히 그 상황에선 그 사람을 힐끔거리지 않을수가 없더라구요;; 행여나 진짜 나한테 해코지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본의 아니게 고개가 두어번 노골적으로 그아저씨를 향했는데 그때 눈이 딱마주쳤어요;; 그러자 그아저씨..
"뭘 봐, 이 씨발X아!!! 쪽팔리게!!!!!!!!"
하며 벽돌 든 손을 번쩍 드는거에요-_-!! 오메!!!!!!!!!!!!!!
속으로 진짜 엄마야야아아악가가아강ㅣㅓㅁ기ㅏㅓ마ㅣㅇㄹ말1%$#@$&^&$#$#@!!!!!!!!!!!! 하는 상황이었는데 막상 소리는 밖으로 안나오고 이게 무슨 미친 깡인지 그순간 '내가 여기서 소리지른다거나 갑자기 후다닥 뛰어간다거나 하는 자극적인 행동을 하면 저 사람이 더 흥분해서 날뛸 것 같다'라는 생각이 번뜩 들어서 할수 있는 최대한 반응 안보이고, 마치 여고 앞에 바바리맨 나타났을때의 대처법 '시크하게 못본척 지나가기' 스킬을 시전했죠ㅜㅜ 지금와 하는 생각이지만 미련한건지 미친건지;
다행히 아무일은 없었는데.... 너무 무서웠어요ㅜㅜ 평소에 이런게 왜 있는지 의심스러웠던 슥하이 긴급 단축번호 9번을 첨 써볼뻔했다는...ㅠㅠㅠ
솔직히 택배사기라던가 뭐 이런것도 참 무섭지만 밤에 여자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너무 무서운 일인 거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뭐, 밤늦도록 놀다가 집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집이랑 편의점이 한참거리도 아니고 바로 코앞의 편의점이었는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었나봐요ㅠ 이제부터 절대 밤 늦은 시간에 외출은 삼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