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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명언67 - 강산무진 / 김훈 <한국대표중견작가 김훈의 소설집>
게시물ID : lovestory_679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좋아헤
추천 : 0
조회수 : 68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8/06 19:27:19

출판일 06.04.17
읽은날 14.08.06

20p. 배웅
저녁반 택시는 오후 네시부터 새벽 네시까지 운행한다. 날마다, 택시의 종착점은 장소가 아니라 시간이다. 골인지점이 없는 장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교대시간을 향하여 뛰고 또 뛰어서 사납금을 벌고, 사납금 구만오천원의 고지를 넘어서 다시 뛰고 또 뛰어서 뛴 만큼만 벌어먹고 산다는 일은 잔혹했지만 선명했다.

39p. 화장(火藏)
주치의가 뇌종양 판정을 내리던 날, 나는 의사의 판정을 아내에게 전했다. '생명현상'을 강조하던 의사의 설명은 전하지 않았다. 환자를 상대로 하나마나한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여보, 당신 뇌종양이래. MRI 사진에 그렇게 나왔대."
울음의 꼬리를 길게 끌어가며 아내는 질기게 울었다. 울음이 잦아들 때 아내는 말했다. 
"여보, 미안해…… 여보, 미안해."

57p. 화장(火藏)
고개를 숙일 때마다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쓸어올리면서 당신은 젓가락질을 했습니다. 당신은 휴대백에서 실핀을 꺼냈습니다. 당신은 앞니로 실핀 끝을 벌리고, 그 실핀을 귀밑머리에 꽂아 흔들리는 머리타래를 고정시켰습니다. 빗장뼈 위로 솟아오른 당신의 목은 흰 절벽과도 같았습니다.

269p. 언니의 폐경
조카는 군대에 갔을 때 외출 나와서, 훈련을 받다가 총을 강에 빠뜨렸는데 변상을 해야 한다면서 언니에게 오백만원을 뜯어갔다. 언니는 총을 잃어버린 아들이 벌이라도 받게 될까봐 겁에 질려서 선선히 돈을 내주었다. 나중에 군대에 갔다 온 내 동창생 아들한테 들으니 군수품을 잃어버린 사병은 영창에 가는 벌을 받기는 하지만 돈으로 배상받는 제도가 군대에는 없다고 했다. 형부가 죽고 나서 언니에게 돌아온 보상금이며 퇴직금은 대부분 조카가 가져갔다.

303p. 머나먼 俗世
큰스님이 가끔식 장일식의 방에 다녀가셨다.
- 네 병은 견딜 만하냐?
- 그저 겨우…… 봄에는 육지로 건너가려 합니다.
- 여기서 견디어라. 돌멩이를 던져서 어찌 세상을 바꾸겠느냐. 저절로 바뀌는 것이 전환이다. 저 나무를 봐라.
- 세상이 어찌 나무와 같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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